인간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니 공장은 절대로 망할리 없지.
문득 인간은 훌륭한 동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주어진 인생 시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고 나 자신 존재에 대한 질문과 증명을 끊임 없이 해나가며 우리 모두가 평균적으로 어떤 에너지를 꾸준히 생산해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느껴질지라도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모든 에너지가 정지된 시간이 과연 인간에게 있을 수 있을까? 심지어 가만히 있는 와중에도 눈을 깜빡거리고, 손과 발을 꼼지락 거리거나 숨을 내쉬고 들이 마시고, 나의 몸의 일부분인 머리카락 마져도 가만히 정지 상태로 있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외부 환경요인에 의해서라도 1초 안에도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행한다. 이러한 부분 부분들의 행위들이 끊임없이 움직임의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굉장히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기반의 생명체가 아니던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 가면서 뛰어 다니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토론하며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해 낸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체적인 자유와 통제를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해 낸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리추얼 습관 챌린지나 운동, 책 읽기, 글 쓰기와 같은 꾸준한 활동에 대한 동기와 욕구들이 요즈음 들어 생겨난 트렌드인 것 처럼 보여지지만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가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에 있기 때문에 특이한 시사점이 없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영원히 있을 수는 없는 존재라는 것은 너무 분명한 것 같다. 어떻게든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행한다. 이는 ‘세상’ 이라는 시공간의 세계를 이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큰 공장이라고 본다면 인간은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하는것 같다.
바람이 부는 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하면 풍력 발전소가 되고, 물이 흐르는 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하면 수력 발전소가 되듯이, 인간이 움직이는 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니 인간 발전소가 아닐까? 이 세상은 인간 발전소로 돌아가는 가장 큰 공장인 것이다. 어쩌면 그러하기 때문에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충분한 것 같다. 존재함으로 인해서 들이마시는 이산화탄소와 뿜어대는 산소는 세상 공장에 득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더더' 가 아니라 '덜덜덜' 해도 괜찮다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된 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 충분하다. 나는 충분하다. 조건없이 나는 충분하다.
유리공예 스테인드글라스로 추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서 제품을 만들었다. 어느날은 어떠한 계획도 없이 집을 나섰는데, 계획하지도 않았던 어떤 무언가에 이끌려서 행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지나온 한해 한해와 하루 하루를 되돌이켜 보면 어떤 한해도, 어떤 하루도 아무것도 어떤 에너지도 쓰지 않고 생산해 내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던 것만 같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행하고, 움직임이 녹녹치 않을 때는 머리로 생각이라도 하고 앉아 있는 것이다. 어떠한 의도도 어떠한 목적도 없었는데, 인간은 온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오랜 시간을 정지 상태로 정지된 화면 처럼, 한 장의 사진처럼 멈춤의 상태로 있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익숙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린지도 모른다. 김주환 교수님은 인간의 default mode 가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잠을 자는 상태라고 하셨다. 잠을 자는 상태가 디폴트 모드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그렇게 깨어 있는 상태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해 내려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탄생과 동시에 인류애를 잠재의식 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세상' 이라는 가장 큰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애쓴 것 같다. 충분하다. 이로서 나는 나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충만하게 채워짐과 동시에 조건없이 이 상태, 존재하는 기본적인 상태로도 우리 모두에게 애썼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의 끝이 되었으면 한다. 추가로, 결과에 연연하는 그러한 마음가짐보다는 에너지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 에서 우리는 충분히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그 이상의 어떠한 마음도 감정도 불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