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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Sep 08. 2015

냉랭한 현실

누구나 차가운 곳 보다 따뜻한 곳을 선호한다.

어엿한 사회인이 되면 똑 부러지는 모습과 깔끔한 옷차림을 한 채로 바쁘게 걸어 다니는 것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어떤 분야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며, 취직도 빨리해서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면 어떨까 라는 기분 좋은 환상에 젖어있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가 남들보다 느리지만 성실하다 한들 뛰어난 자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며, 그들 안에서도 수 없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으니까.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신생아에게 사회는 크나 큰 시련을 선물해준다. 선물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모두 '뜀틀'을 선물 받는다. 그것을 넘지 못하면 낙오자로 찍히니까. 최대한 많은 아이템들을 모아 뜀틀을 넘어야 한다.


드 넓던 시야는 어느새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저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으니, 내 시야는 '살아 남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아, 이게 아닌 게 싶으면서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욕심을 다 버린 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삶을 꿈꾸길 바랬다. 인간적인 삶을. 그러던 찰나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음이 어디로 이끄는지 따라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지금 두 가지를 하기엔 나의 능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결론은 한 가지를 택하는 것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리기 까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많은 해결책 중 최선의 방법을 찾아 선택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타인들은 쉽게 말을 뱉는다. 그저, 내 일이 아니면 축하한다 말 한마디면 될 것을. "네 생각 때문에 하는 말인데, 그거 하면 뭐 하고 먹고살아? 그냥 공부나 해서 빨리 취직이나 해"라고. 정말  무책임하고 가혹한 말이다. 정말 걱정이 되어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삶에 선택에 있어서 큰 결정을 내렸다면 묵묵히 응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 사람도 힘든 길임을 인지하고 여정을 떠나는 것일 테니까.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몰아붙이는 건, 단지 현실 때문일까 혹은 그들의 생각이 현실을 잡아먹고 있는 걸까. 훈계할 때는 "난 네가 하고 싶은 길로 갔으면 좋겠어. 그런데 현실이 그래. 그러니까, 잠시 접어둬."라고 말한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현실은 어디를 뜻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가 본인에게 닥친 시련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면 불쾌함을 느끼겠지. 존중과 배려를 원하면서 왜 타인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의 속을 긁는 걸까.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다면, 그 말을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화살이 되어 돌아올 텐데.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면, 화려한 언변으로 인생에 대한 풀이를  논하기보다 가까이 안아주길 바란다. 냉혹한 바닥을 모르는 것도 아니며 따가운 조언을 듣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한 건 아닐 거다. 그저 지금 그에겐 당신이 필요한  것뿐이다. 주위에서 자신의 이야기 하나 털어놓지 못한다면, 얼마나 더 매서운 바람 속에 자신을 맡겨야 할까. 따뜻하게 반겨줄 누군가를  그리워할 거다. 그도, 사람이니까.


'개인'이 풀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면, 그 밖에 '다수'가 공통으로 풀어야 하는데 자꾸 '개인'에게 잘못이 없나 찾아보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지금 그만두고 멈추라는 말은 얼마나 모순적이야. 너무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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