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모조리 어느 한 곳에 정리되어 있다. 사진은 사진집, 일기는 일기장, 학창시절의 기록은 생활통지표에. 그렇게 묶인 나의 기억들은, 내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무게가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그 무게 속을 들여다 보면 나의 모든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들은 다 자고 있는 조용한 시각에 방청소를 하겠다며 천천히 방 안을 살펴보다 내 기억 속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냈다. 지칠 때마다 방청소를 하거나 멍하니 앉아있을 때가 있는데, 그 날이 되면 자연스레 나의 눈길이 책장으로 향한다. 지금 내 모습은 이런데, 그때의 난 어떤 포부를 가진 어린이였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들여다 볼수록 시간이 지나는 새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마치 추억의 장소에 놀러 간 기분이랄까.
내가 직접 모았다는 이유가 컸던 덕분일까.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지만, 슬픔이 고조되진 않는다. "맞아, 그땐 저런 마음이었는데." 라며 흘러 보내게 된다. 아마도 잔인했던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으니, 쓴 웃음 지으며 넘길 수 있는 추억들만 모아 뒀겠지. 앨범을 들여다 보다 지금 내 모습을 거울로 보았다. 키도, 몸집도 다 작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사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일기장에는 모든 기록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항상 '꿈의 기록'의 용도로 사용하곤 했었다. 어떤 사람이 될까를 꿈꾸며 매일 저녁 연필을 잡았다. 신기했던 건 초등학생 아이가 본인의 꿈을 위해 조그마한 A4용지를 책처럼 꾸며 놓고는 꼭, 이렇게 될 거예요!라고 적힌 기록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이 현재와 똑같았으니까. 나는 내가 저렇게 될 거라 미쳐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는데 말이다. 잠시 잊고 있던 사이에 나의 소원이 절로 이루어 진건가 싶은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일기장을 펼쳤던 나는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과정은 늘 즐겁지만, 가끔씩은 힘에 부칠 때도 있으니까. 그러나 한 글자씩 읽을 때마다 나의 감성이 다시금 살아나 나를 일깨워주었다.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잊어버린 나의 기억을 다시 찾아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현재도 그렇듯이 과거의 기역들 역시 다양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엉엉 울어버렸던 일도 있었고,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 좋은 나날들도 있었다. 항상 기억할 수는 없겠지. 가끔은 생각이 어렴풋이 날 때도 있을 테니까. 그럴 때면, 너의 조각모음을 따라 추억여행을 가 보는 건 어떨까. 마주하는 기억 속에서 짜릿한 기쁨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