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Oct 08. 2015

침묵을 지키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

어느 순간부터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한 글자를 내뱉는 일이 어렵고 부담스러워졌다. 아무도 나에게 요구한 건 없었지만, 나는 느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처럼 내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참 무서운 일이다.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뱉는 말들에 대해 이리도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니. 말 하나를 뱉음으로써 오는 주위의 뜨거운 시선들. 모두가 열광하는 유명인이라도 된 것만 같은 기분이네.



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가 우려하는 상황까지 물거품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내가 뭔가를 포기해 희생을 해야만 물거품 대신에 '적막한 고요함'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일에 대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차마 물거품이 되는 것을 막고자 했던 나를 위로해 줄 것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


항상 결론은 똑같다. 열린 결말이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끝이 어둠의 동굴과 같다는 사실은 몇 번씩이나 경험해 보았기에 회피하려 든다. 어느새 용감한 꼬맹이가 아닌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매번 같은 과정 속, 말과 행동들이 이젠 지겹다. 모두가 내게 보내는 뜨거운 시선들도 그대로 받아 드리던지, 시간이 지나길 빌어보면 어느새 훌쩍 떠나 있으니 그냥 빨리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내가 뜻이 있는 일에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스스로에게 쓰라린 상처니까. 나는 그 상처가 무섭고 두려워서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다. 움츠리는 시간들 속에 나는  또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목놓아 울어버린다. 하고 싶은 말은 '침묵'이라는 말 속에 가둬버린 채로.


나도 상대도 상처받길 원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 아닌 매서운 칼날 같은 말을 누가 기분 좋게 받아들일까. 괜찮다. 이건 나에 대해 벌어지는 일이니, 상대가 나에 대한 감정이 그저 걱정되는 한심함으로 남아 있다면 말이다. 내가 입을 열기 시작 가면, 우린 이 감정들보다 무거운 상처를 앉고 살아가야 할 테지. 가끔씩 나는 행복한 사람인 척 연기를 한다. 모두에게 슬픈 눈을 들키지 않으려, 당신의 슬픈 눈을 피하려.


하고픈 말이 많지만, 다 뱉어낼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조용히 수면 속으로 가라앉아 거품만을 내뿜을 뿐이었다. 마치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원인과 결과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