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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Oct 09. 2015

가뭄에 단비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필요한 것이 있어서 구입을 좀 했더니 금세 바닥이 나 버리는 지갑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지갑을 흔들어 봐도 날 반겨주는 건 영수증 밖에 없네. 불필요한 것을 샀던 것도 아니고 급히 떨어진 생필품을 샀을 뿐인데. 교통비도 점점 오르고, 물가도 오른 덕분에 최저가를 찾아보는 나의 눈이 바삐 움직인다. 딱히 약속을 만들어 내지도 않고, 누군가와의 만남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공원에서의 산책을 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밥을 먹거나 어디론가 가서 차는 마시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예상치 못한 금액이 빠져나가곤 하지. 그래서 아주 가끔은 그냥 편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보다는. 나름대로 내 예산 안에서 다 정리하고 있긴 하지만, 버겨울 때가 있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가끔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몇 개월 동안 모은 돈으로 여행을 가고, 다정한 나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 자리도 마련하고 싶다. 한 달에 한번 쯤은 날 위한 선물도 사고 말이야. 하고 싶은 일들도 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평범할 거라 생각했던 나의 시선들이 어느새 어려운 꿈으로 마주하게 되어 있을 줄이야. 돈을 모으는 건 어렵게도 모았는데, 빠져나가는 건 이렇게 허무하게 빨리 사라져 버리다니.



어린 시절 내가 지켜봤던 어른들의 대답은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던 것이었다. 어린이의 환상을 지켜주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자라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면 다양한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으니. 정말 간절히 하고 싶지만, 정작 기회조차 잡을 수가 없을 때는 환상이 깨져버렸을 때 보다 더한 서러움이 찾아오겠지. 돈은 있다가도 없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심장이 콩알만 해진다. 재는 날 가지고 노는 것 같다. 괜한 밀당할 이유가 없는데.


항상 비는 내리지만 매번 다정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장마철이 되면 습기가 차고, 너무 찝찝해서 내일은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가끔은 비가 다정하게 다가와 먼저 손 내밀어 줄 때가 있다. 병들어 쩍쩍 갈라지는 목마름을 호소할 때면,  그때 내리는 단비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지금은 이렇게 여러 상황들 속에 치여 흔들리지만, 잘 견뎌내면 끝내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겠지. 그러니 단지 환상 일 뿐이었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어릴 적 환상이 꿈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으니까. 모든 날이 쨍쨍하게만 지나갈 수는 없으니 비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 오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이 극심한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을 쯤에, 내 인생의 단비가 날 향한 미소를 뿜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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