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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Oct 07. 2015

원인과 결과 4

주렁주렁 열리는 사과나무

1.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 있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가끔씩 떠오르곤 한다. 나의 의도는 그게 아녔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되니까. 그의 입장 까지 미쳐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2.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있다. "미안해"라는 사과를 받는 건 나인데, 왜 이렇게 차가운 얼음도 녹여버릴 만큼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를 이해하고 있던 걸까 혹은 그가 내게 사과 한 마디 건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네  마음속에 내가 있었다니. 나만 널 생각했던 게 아녔다니.


3. '감사합니다'와 같이 고마움을 표출하는 단어는 누가 들어도 즐겁기에 자주 쓰이곤 한다. '죄송합니다'와 같이 미안함을 표출하는 단어는 누군가가 잘못하거나 실수를 했다는 상황 속에서 쓰이기에 고마움보다 표현하기 어렵다며 언급을 피하곤 한다. 잠깐의 쑥스러움과 자존심을 버리면, 그 상황에 대한 이해와 상대방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상황에 따라 그 상대에게 나의 진심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4. 익숙하니까 점점 당연해지는 건가. 당신에게 잘 보이려 예쁜 말로 가꾸어 나가려고 해도, 당신은 내가 편하다는 이유로 날 여전히 쉽게 대하는 것 같네. 그런 나는 당신에게서 아무런 사과도 듣지 못했고.  편할수록 좀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건가. 편하다는 게 내가 널 이해하고 있으니, 당연히 받아들여도 된다 라는 뜻이 아닌데. 서로가 편한 사이가 되려 한다면, 좀 더 존중을 해주는 게 맞지. 지금의 나는 너무 우리 사이가 편한 것이 아니라 불편하다 생각되는데.


5.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건 그냥 그에게서 얻은 서운 함이었을 뿐이야. 근데 어느새 내가 뱉은 말이 와전이 되어 그가 모두에게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있더라. 나는 남을 험담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를 욕하고 싶지도 않은데. 왜 내 뜻대로 듣지 않고 해석이 되는 걸까. 나는 이제 그에게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지만, 작은 죄책감이 생겼다. 내가 그를 미운 오리 새끼를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6.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 가끔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당신도 나처럼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아, 왜 이런 생각을 속으로만 하고 있는 건지. 이럴 때면 병아리처럼 짹짹 거리기만 할 줄 알지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당신도 나와 같다면, 우리 둘 다 바보 같은 사람이겠지. 하고 싶은 표현도 제대로 소리 낼 줄 모르는. 이제 내가 당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선가면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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