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에서, 누구든.
늘 똑같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올 때가 있다. 경우는 늘 두 가지이다. 좋은 일이 생겼거나 혹은 나쁜 일이 생기거나. 그 경우에 따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때마다 개인의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활성화되곤 한다.
내가 힘겨운 상황해 놓여 있을 때 흔히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온전히 내 곁에서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버리자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다.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그리 친밀하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함께했던 시간이 길지도 않지만, 그들은 나에게로 찾아와 다정하게 안부를 묻곤 한다. 단지 "너, 뭐 해?"가 아니라 "그래, 요즘은 좀 어때?"로 안부의 첫 시작을 알리곤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외로움에 사무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고 한들 뭐 딱히 달라지는 것 없으니까. 그럴 때 곁에 다가와 말없이 토닥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거다. "그래, 너도 힘들지?"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깊이 공감하는 토닥거림이 차갑게 꽁꽁 얼려두었던 내 마음이 뜨겁게 녹아내리게 만든다.
우연히 만난 계기의 사람들이 있다. 우린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걷고 있었기에 나와 너의 사이가 깊지 않았으므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건 당연했다. 딱히 큰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사이의 연락이 잦아졌다. 그렇게 나는 너의 이야기를, 너는 나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친밀감을 쌓아갔다.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을 오랜 시간 동안 들어줄 수 있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사람을 알아가기까지의 시간에 첫인상이 많이 포함된다고 하지만, 그 안의 깊이를 알아보는 시간들은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끝내기 직전까지의 시간이 아닐까. 그 시간을 짧게 정리하면 더 들여다 볼수록 궁금한 사람이 생기는 반면에,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도 찾아낼 수 있는 거고.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상처로 인해 속 마음을 꽁꽁 얼려가며 마음 한 구석 얼음창고에 넣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에 서서히 지쳐가게 되고. 겁에 질려 아무도 나에 대한 선을 넘길 수 없게끔 경계하게 되어버린 걸까.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듯, 맞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인 경우가 반드시 나뉜다. 힘겨운 일을 겪을수록 나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없이 공감해주는 그들에게,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