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SNS에만 남아있다

나를 연기하는 피로

by 디노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삶이 '지나치게 매끄러워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SNS에서 자주 보게 되는 사진들 때문일까. 여행에서, 카페에서, 온갖 멋진 곳에서 찍은 그럴싸하고 멋지게 포장된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삶을 살기보다, 삶을 연출하고 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그 프레임 바깥의 것들, 설거지로 넘치는 싱크대와 일상에서 지친 표정의 얼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삶을 견디게 해주는 건 원래 상상력이었다. 마음이 고단할 땐 잠시 다른 곳을 꿈꾸고, 오늘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 상상력이,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한’ 기술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나를 연기하는 데 쓰이고 있다.


SNS에선 누구나 멋져 보인다. 여유롭고, 생각이 깊고, 따뜻해 보인다. 나는 어떤가. 나조차 가끔은 헷갈린다. 사진을 찍기 전에 ‘이 사진, 반응이 좋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말이다. 결국 상상력은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이름의 틀속에 들어가 버린 셈이다.


예전엔 여행을 가면, 단지 바람을 맞고 햇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진은 덤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감동을 느끼기도 전에 ‘여기서 찍으면 잘 나오겠지?’부터 떠오른다.


이어령 선생님은 "사람은 바람을 읽는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바람이 아니라,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원래 자연의 흐름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기계로 온도를 조절하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삶의 방향이나 의미 같은 본질적인 감각은 잃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상상력이 그런 데서만 머무는 걸 원하지 않는다. SNS 속에서만 반짝이는 장면들이 아닌, 평범한 일상의 틈에서 반짝이면 좋겠다. 멋진 순간을 찍기보다, 그 순간을 그냥 살아보면 좋겠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