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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May 05. 2023

에르메스 전시 <가방 이야기>

2021.07.03




작품의 정의는 무엇인가?





전시회장 나들이, 한동안 시들하다 최근 다시 재미를 붙였다.


여기저기 시선을 잘 빼앗기는 타입이라, 그리고 읽을거리 중독이라

어딜 가든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야 하는데

전시회장은 의도적으로 속세와 격리된 분위기를 만들고

몸값 높은 작품 모셔올수록 사진촬영도 금지하는 경향이 있어서 모종의 사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비워낼 수 있거든.



적당히 서늘하고 착 내려앉은 그 차분한 느낌이 좋아서

아니면 시야에 조금은 색다른 풍경을 담고 싶어서

전시회장을 자주 찾다,

요즘은 사람 구경하는 재미까지 더하게 됐다.

전시회란 누구에게나 일상 속 조금 특별한 사건이니까.

어디든 전시회장에는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그득해 현실로 튀어나온 룩북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녀온 에르메스 전시!

헤리티지라는 단어와 너무 잘 어울리는 에르메스.

그 에르메스의 빛나는 순간들을 장식하는 헤리티지 백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던함의 상징이었던, 그 자체로 '혁신'이었던 에르메스 백들.









시간이 흐르며 오디오가이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진화한다.

기기와 이어폰을 함께 빌리던 시절에는 전시회 가는 날 줄이어폰 꼭 챙기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qr코드 스캔, 어플 인앱구매 등으로 발전했지.



에르메스 전시에서는 브로슈어 속 QR코드를 스캔해 주요 백에 대한 오디오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오디오가이드를 꼭 대여하거나 아니면 시간 맞춰 도슨트를 예약하는 편이다.

아는 만큼 얼마나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지 아니까.

영어 가사 이해하고 듣는 팝은 또 색다른 것처럼.









뒤로 무수히 펼쳐진 에르메스 백


가죽 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팬시하다.

1920년대 파리지엥들이 파티에 들고 다녔을 것 같지 않나요?

얇고 길다란 시가렛을 꺼내 입에 물었을 것 같은..

가죽으로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백 잠금장치에 아예 뷰티박스를 만들어 립스틱홀더, 거울을 세팅해 둔 백도 있었다.

파우치로부터의 해방, 에르메스에서.







시청의 고급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주문했다는 에르메스 백.

양장본 책처럼 테두리에 둘러진 금박이 옛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중세 느낌이 물씬 나는 백.

프랑스 브랜드지만 이 가방은 오히려 이탈리아 느낌이 난다.

메디치 가에 몸담았던 누군가가 썼을 법하지 않나요?

가방에 담겼던 서류들 속 이야기가 궁금하다.







트래블 백

우산을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가방같죠

카펫가방 아래 나무상자를 달아 여행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운송시설의 발달로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에르메스가 시도한 선택.

손잡이 모양, 이제는 흔하지만 당시는 고급 기술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래칸에는 구겨지거나 깨지면 안 되는 중요물품을 담았으려나?






여러 모양의 탑부분 잠금장치로 재미를 주었던 시리즈.

그러나 가격은 재미있지 않았다.







백에 재치를 더한 새로운 시도들

재즈가 흐르는 파티같은 백.

사람들의 웃음과 잔 부딪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화려한 자개같기도, 공작의 꼬리같기도
SATC 캐리가 사랑할 것 같지 않나요?

사랑스러운 깃털백.

켈리백 버킨백 매번 헷갈리는데 드디어 차이를 알게 된 날이기도 하다.

여러분 손잡이 개수가 다릅니다.

더 차이를 확실히 알고 싶으면 하나 사야겠죠..




전시회장은 작지만 알차게 꾸려져 있었다.

상대적으로 최근 발표된 가방은 덜 찍었는데. 자동차 여행용으로 나온 조그만 백도 귀여웠다.

 새로운 시도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소비자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2관 잠금장치 파트.

백의 디자인만큼 화려한 잠금장치를 무척 기대했는데 조명이 너무 정신없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2관 전체가 암실처럼 꾸며졌고 음악에 맞춰 조명이 꺼지고 켜짐을 반복하며 가방을 비추게 돼 있었다.

어둠 속 카메라 플래시같은 효과를 의도한 것 같긴 한데

흠.

조명이 켜지면 충분히 밝아서 잘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켜져도 10초도 안 돼 다시 꺼지고

깜깜한 방에서 어스름하게 꺼졌다 켜지는 불 보며 저쯤이겠지..하고 오디오가이드 찾아들었다.

전시품들은 조각처럼 아름다웠으나 제대로 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회화만 찾던 이전과 다르게 공예품, 조각품에 점점 눈길이 가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이 스마트폰 액정 속 우아한 찰나로 변해가서일까?

물화된 것. 공간을 점유하는 물건의 존재감이 커지는 요즘.

특히 이러한 고급 잡화류는 매겨지는 가격까지도 흥미롭다.

사람들의 치열한 욕망을 눈에 보이게 만든 상품이기에 더.

사치품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하는 명품.

프랑스 고급 브랜드들을 위시한 명품은 예술과 생활 그 사이에서 우아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때 전시 너무 좋았어서 한동안 명품 브랜드 전시 많이 찾아보고 예약해서 다녔었다.

구찌 가옥이랑 예거르쿨트르 전시도 예약했으나 체력의 한계로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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