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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Oct 12. 2023

<일론 머스크>, 왜 읽어도 끝이 안 나나 했더니









책이 두꺼웠네



출처 :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




어차피 한 번에 읽어낼 양이 아니었네-안심이 된다.

재미없지도 않고 나름 빠르게 읽어 나가는데 대체 왜 남은 비율이 이렇게 높은가 했더니,

압도적 양 때문이었군.



작가의 전작에는 역시 세간의 화제였던 책 <스티브 잡스>가 있다.

힙스터와 스타트업 대표,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열렬히 탐독하며 긴 감상글을 앞다투어 페이스북에 게시하던 그 책.

읽지 않았다.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두꺼웠기 때문이다.

친구가 가지고 다니며 읽는 것을 보았는데 손목과 어깨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당시 핫했던 경리단길의 펍에서 이른 낮술과 함께 빠져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기는 했다-그 책은 인테리어용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면이 있었으니까.

또한 그의 인생 역정은 딱히 애플 팬이 아닌 나 같은 이에게도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

스티브 잡스 혼자만이 애플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며 실은 워즈니악과의 복잡한 사연도 있었다든지-

역사적 프레젠테이션, 아이폰의 첫 발표 당시 사실 아이폰은 최종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든지-하는 굵직한 에피소드 하며.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불후의 슬로건을 남긴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 역시 영어공부 용으로 여러 번 돌려 보았다. 반드시 한글 자막과 함께.






이미 나에게는 <21세기 자본>, <총, 균, 쇠>, <사피엔스> 등 완독 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두터운 책에 도전하였으나 역시 실패한 쓰라린 기억이 몇 번 있다.



이번 <일론 머스크>도 표지 디자인부터 뭔가 쎄한 느낌에 작가를 찾아보았는데 역시 그때 그 사람, 월터 아이작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 있게 집어 들었다, 책이 아닌 이북리더기를.

일론 머스크 전기는 밀리의 서재 어플에서 e북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이책은 얼마만큼의 양인지 몰랐다.












보홀 가는 비행기 안, 난 이제 더 이상 힙스터 지망생이 아니지만 힙한 무드에 취하며 힙하게 이북리더기를 켰는데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았다.(그 며칠 전부터 읽고 있었는데도)

약간 진이 빠졌다.

나중에는 선베드에 드러누워 방수팩 안의 아이폰을 터치해 보복 독서하듯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를 읽었다.

남편은 앞바다에서 한창 스노클링 중.

근처 선베드에서 문고판 책을 읽는 외국인들에게 뒤지지 않는 K-독서를 해 내리라. 백인들은 참 신기하게 휴양지 와서 책을 읽는단 말이야. 잡고 보기 번거로울 텐데.

보복 관광 보복 소비.. 그런 말이 재미있다. 누구한테 보복하는 건가, 세상?

나는 일론 머스크와 월터 아이작슨에게 보복하듯 직소를 읽었다. 단편이라 10여 분이 채 못 되어 읽어낼 수 있었다.

보아라, 명작은 길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지니.



이건 정말 다자이 오사무만 쓸 수 있는 그런 소설.

그의 인생에 대해 알고 읽을수록 글이 피부로 스며든다.

그는 버린 자인가, 버림받은 자인가?

유다의 절규가 끈적한 보홀의 습기와 섞여 내 팔에 달라붙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톡 털어 넣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다. 그의 글은 소설이라기보다 세상에 토해낸 자기 내면이다.

정신세계가 부각되는 글의 특성 탓에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분명하게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

일본 소설이 어둡자면 한도 끝도 없이 어두운 느낌.

러시아 소설은 춥다.












돌고 돌아 다시 진짜광기 그 자체 일론 머스크에게로.

작가 이름을 보니 양이 만만찮겠다 싶었지만-기자 출신이었음을 알고 그 어마어마한 양을 이해했다-이번에는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X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를 본 적이 있기는 하다.








스티브 잡스가 방망이 깎는 노인에 가깝다면 일론 머스크는 좀 더 geek 한 이미지가 있을 뿐.

자기가 늘어놓은 허풍이 어쩌다 성공한 사람?

혹은 이상한 춤을 추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니는 이상한 천재?

실은 진정한 선지자?

일론 머스크 또한 상징적 일화들이 대중에게 많이 공개되어 있으나-본인이 트위터에 쓰니까-나는 기껏해야 도지코인 등 이슈로만 그를 알고 있을 뿐. 또는 '테슬람'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그의(또는 테슬라 주식의) 열렬한 추종자들이라던지.

그 사람은 어쩌다 그런,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생을 살게 된 걸까?

궁금했다.




출처 : yes 24



주석 등을 제외하고 총 95장인 책에서 현재 45장까지 읽었다.

중간정산을 하자면 독서 전후 즈음해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달라졌다. 좋은 쪽으로.

이런 책을 접할 때마다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유사과학이라고 무시당하는 MBTI마저도 한 인간을 설명하려고 4가지의 대분류를 쓰듯이, 사람은 절대 한 가지 면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다.

환경과 기질과 주변인과, 설명하기 어려운 운이 골라내기 어렵게 뒤섞여 한 인생을 구성한다.

일론 머스크는 인생 역정의 하나하나가 평범했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잘됐으니 비범하고 실패했다면 미쳤다고 말했을 녹록지 않은 가정사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자랐는데 이렇게 되지?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의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되짚는 과정이 꽤나 재미있다.

'아 이래서..'의 연속.



인간을 보완하기 위한 그의 관심이나(갑자기 에반게리온 생각이 나는데)

지구의 미래를 향한 염려, 그리고 그를 극복하려는 화성 개발 계획을 세운 이유가 상당히 공감되었다. 나는 아직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크게 띄운 상태이지만.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걸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과 배포, 기이할 정도로 확고한 신념은 경이롭다.

그 문제가 개인적 차원을 아득히 넘은 인류의 미래라는 면에서 확실히 위인은 위인이다 싶다.



감동적인 부분은 스페이스 X의 세 번째 발사 과정이 실패했을 때이다.

회사도 개인도 완전한 파산을 맞기 바로 직전,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상황.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오래 고심하고 직원을 독려하며 함께 이끌어 나가기보다

일론 머스크는 모든 책임을 자기가 떠안기로 선택하고 사람들을 몰아붙인다.

결정에 있어 추호의 주저함이 없다.

동요하던 직원들은 불도저 같은 그의 신념(혹은 광기)에 감화되어 다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질주한다.

이 부분에 사진이나 삽화는 따로 없다. 하지만 읽는 순간 거대한 일론 머스크의 뒤로 길고 큰 그림자가 늘어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거목처럼 느껴졌던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스페이스 X의 네 번째 발사는 그림같이 성공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이다.

위기에 빠진 일론 머스크를 재정적으로 구원한 이들이 정작 그를 회사 CEO에서 축출했던 페이팔 간부들임을 생각하면, 그의 노력에 감복한 행운이 다른 모습으로 슬쩍 나타났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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