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거대하고 봄이 찾아오다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향했다. 독일 여행 첫 번째 여정은 쾰른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가는 기차 ICE로 한 번 갈아타야 했다. 독일 기차는 시간표랑 다르게 연착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였을까? 기차가 20분 정도 연착됐다. 무사히 쾰른 중앙역에 도착한 나는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쾰른에서의 호스트인 줄리아에게 연락을 했다.
거의 다 와가는데 지금 어디에 있냐며, 무엇이 보이냐고 하길래 밖에 잠깐 나갔는데 눈 앞에 보인 쾰른 대성당. 네덜란드와는 다르게 정말 엄청나게 큰 건물을 보며 아! 내가 독일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줄리아와 만난 나는, 나중에 알고 보니 꽤나 유명한 맛집, 프뤼에서 저녁을 먹었다. 줄리아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는 메뉴와 함께 쾰른 지역 맥주인 쾰슈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를 사랑하는 독일인은 자기 지역 맥주가 더 맛있다고 언쟁을 나눈다고 한다.
맛있는 식사를 배부르게 마치고 야간 시티 구경을 하며 크루징을 다녔다. 독일 시티 이 곳, 저 곳을 보여주는 줄리아. 세계 2차 대전 때 많은 건물이 부서져서, 중간중간 옛 건물이 가끔 보이며, 현대와 조화를 이루었다.
이게 쾰른의 멋인가?
쾰른에서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라인강 옆 Rheinpark 라인파크였다. 쾰른 롱보더들의 주 스팟이 라인파크였다. 라인강을 따라 엄청 큰 공원이 있는 셈인데, 한국에 있을 때 반포 한강공원 가는 느낌이라 비슷했다. 다만,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 독일은 땅이 커서 그런지 그냥 다 큰 것 같다.
라인파크에서 보드를 타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여행 중 쏘유캔 대회에서가 가장 흥분이 되었고, 네덜란드 헤이그 블루파트가 가장 스팟이 좋았다면, 이곳 쾰른 라인파크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롱보드 댄싱을 주로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탈 수 있어 재밌었다.
롱보드 댄싱을 하는 여자 중에 최고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줄리아, 이번 쏘유캔에서 여자 스폰서 1등을 한 데비, 그리고 입상을 하지 못했지만, 인스타를 통해 오래 지켜본 심플 라이더 중에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토비아스까지 있었다.
우리끼리 댄서용 스케잇 게임도 했다. 내가 댄서들과 노는 게 기분 좋아서인지 컨디션이 좋았다. 그래서 너무 확실하게 이겨버려서 미안했다. 그래도 한동안 새로운 것을 안 했는데 토비아스 덕분에 나도 연습할 게 많아졌고, 서로서로 각자 고유의 기술을 배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삼일 동안 라인파크에서 놀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더 더 함께 하고 싶었다. 내 스타일을 좋게 봐주는 로컬 보더가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늘어져있는 시간은 행복이란 참 별 거 아니구나, 난 단순한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줬다. 그렇게 하나하나 전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신기한 건, 쾰른에 줄리아만을 알고 있었는데, 오고 나서 내가 함께 어울리고 싶은 보더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줄리아만 있다고 쾰른에 안 왔다면? 줄리아가 바쁜 걸 알고 있었기에 혹시라도 쾰른을 스킵했다면? 난 이 행복을 놓쳤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행복이라 더 기쁠 수 있다는 것. 독일 첫 여행지는 독일이 내게 건네는 환영인사 같았다. 게다가 쾰른에 있는 동안 날씨가 모두 너무 좋았다. 스케이트 스프링이 피어났다. 이제 진정 봄인 건가? 이런 행운이 :) 당크슈! 앞으로의 독일 여정 역시 기대가 된다! 점점 더 여행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