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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Sep 03. 2016

#18 So you can longboard dance

전세계 롱보드 프리스타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

 여행 떠난지 한 달이 되지 않아 롱보드 프리스타일로 가장 큰 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축제는 바로 매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열리는 so you can longboard dance. 2016년 올해로 4년째 이어온 롱보드 프리스타일 대회, 롱보드 프리스타일 장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대회이다. 그러나, 2013년 첫 시작은 지금처럼 큰 대회가 아니었다.



  첫 대회 홍보를 위해 2012년 12월에 피터가 찍은 영상에 설명글을 보면, Sunday, 17th of February 2013. Klokgebouw, Eindhoven (NL). Huge longboard meeting, with contests (not mandatory). See you there? 라고 나와있다.

 

 이 대회를 주최한 비앙카는 한 국가 내에서 롱보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다른 나라 라이더들과 함께 보드를 타는 이벤트를 하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네덜란드와 벨기에 라이더들은 충분히 모일 수 있을거라 믿었다. 물론 대회도 있긴 하지만, 대회는 의무가 아니니 원하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대회보다는 규모가 큰 롱보드 미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라이더들끼리 모일 것이란 비앙카의 예상과는 다르게, 네덜란드, 벨기에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에서도 보더들이 몰려들었다. 그쯤부터 유럽에서 프리스타일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탓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so you can longboard dance ( 한국에선 쏘유캔 이라고 부른다 ) 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쏘유캔은 해마다 이어졌고, 다음 해에는 스페인, 한국 등 더 많은 나라에서 라이더들이 참여했다. 2015년에는 유럽은 물론, 북미(미국,캐나다), 한국 등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올해는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와 다른 아시아권(대만)에서 참여하는 등 점점 커지는 탓에, 롱보드 월드컵이라는 닉네임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 어떤 프리스타일 대회보다 다양한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쏘유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유럽이라는 위치적인 편리성과 쏘유캔에 가면 영상에서 보던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이 보드를 탈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확실한가? 고작 보더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멀리 간다고?

 

 난 작년, 올해 두 번 연이어 쏘유캔에 참여했다. 적어도 난 영상에서만 보던, 롱보드에 정말 열정이 있는 라이더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라이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같은 의견을 말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가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서로가 모여서 뿜어내는 에너지, 난 세계여행을 하고있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한 자리에 볼 수 없는 이들을 한 번에 만나는 벅찬 감정, 아무리 지쳐있어도 보드를 타게 만드는 분위기. 이 바이브는 쏘유캔이 아니고서는 줄 수 없는 것 같다. 쏘유캔 이후 많은 대회가 나왔지만, 다른 대회는 포기하더라도 쏘유캔 만큼은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에너지가 분명 있었다. 




 서로가 경쟁을 한다기보다는 한 명, 한 명의 런에 환호를 해주고 응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내년엔 더 대단하겠지? 내년에도 올거지? 이런 말들을 나눈다. 부끄럽게도 난 작년 쏘유캔 스폰서 3위, 올해는 2위를 했다. 그런 내게 친구들은 내년에 또 꼭 와서 1등해야겠네? 라는 농담을 하며 내년에도 보자고 한다. 나도 진심으로 내년에 또 한 번 쏘유캔에 가고 싶다.



 내년엔 1등을 해야지! 이런 마음이 아니다. 한 때 모두는 그저 영상을 통해서만 봤던 라이더들이었다. 그러나 올해 세계여행을 다니며, 그들의 도시, 나라에서 함께 지내며 인연을 맺은 그 모두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그리운 거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난 그들이 너무도 그립기에. 




 내년에 쏘유캔을 간다면, 이번 여행을 통해 사귄 친구들을 수십, 수백명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건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실 설렌다는 말로는 내 감정이 표현이 안된다. 미친 거다. 세계가 한 자리에 있다니. 실제로 쏘유캔 대회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이, 미쳤다. 미쳤어, 이다.

 

 내년 쏘유캔, 이제는 익숙해진 그 장소에 황급히 도착해 뛰어들어가며 혼잣말로 그러나 큰 소리로, ‘미쳤네! 미쳤어!’ 라고 외치는 나를 상상해본다. 모두와 부등켜안고 소리치며 기뻐하는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 나처럼 소리치는 많은 친구들과 시원하게 웃으며 놀 수 있다면 행복할거다.



 난 쏘유캔은 축제라고 생각했다. 축제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뜻을 보니 우리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우리는 태어나면서 많은 이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죽음까지의 시간을 받는다. 그 시간은 어쩌면, 우리 각자의 탄생을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라고 볼 수 있지 않는가.

 

 인생 자체가 축제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가 삶은 단순히 고통과 어려움으로 점철된 시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축제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 인가보다. 우리는 축제를 즐기려고 태어났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하루를 시작할 때 물어본다.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물론 가끔 아니 자주 삐걱거릴지라도, 하루의 방향을 축제에 맞추는 거다.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 수 있게끔 말이다. 하루가 저물어갈 때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자.

 

 ‘오늘은 어떤 일들이 즐거웠지? 뭐가 재밌었더라?’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게 남기는 것만큼 쉬운 게 없다. 그게 날 사랑하는 방식은 아니다. 잠시라도 즐거웠고, 재미있던 순간을 떠올린다. 어느 샌가 재미를 찾는 게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어, 촉이 발달될 것이다.

 

 날 아껴주며,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으로 채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내 삶이 저물어갈 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쏘유캔에서 나도 모르게 수도 없이 외쳤던 말.

 

 ‘미쳤네, 미쳤어. 나 정말 재밌게 살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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