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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Oct 28. 2016

#22 함부르크, 돌발상황은 그대로 즐겁다

Hamburg is Simons

 함부르크에 왔다. 함부르크에 와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낯설지가 않다. 내게 함부르크는 Simon, Simon은 함부르크, 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왜 그런 인식이? 작년 쏘유캔에서 만났던, Simon 이 함께 있는 내내 함부르크에 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행기간은 짧고 꼭 가야 하는 곳들이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함부르크. 마침내, 이번 여행을 통해 올 수 있었다. 과연, Simon이 신나게 자랑하던 함부르크는 어떨까?


 어랏?


 '도영, 미안해. 내가 요즘 너무 바빠'


 함부르크에 와보니 문제가 있었다. 다실바 팀라이더 Simon 때문에 오게 된 함부르크였는데, Simon 이 너무 바쁜 시기여서 어울리기 힘들었다. 다행히, 또 한 명의 Simon 이 함부르크에 있어 그 친구 집에서 지낼 수 있다 들었다. 다실바 Simon이 아쉽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릴 친구가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휴우



 어랏?


 '도영, 나 지금 응급상황이야'


 또 다른 Simon 은 내가 오기 이틀 전에 크게 다쳤고, 내가 함부르크 온 다음날 아침 일찍 어깨 수술이 잡혀있었다. Simon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게 됐다. 비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함께 시내를 구경하며 어울렸다.


 어랏?


 '도영, 우리 집에서 못 지낼 것 같아'


 그날 밤, Simon은 다쳐서 속상해하면서도 불러놓고 챙겨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수술 후 아내 혼자 집에 있게 되니 내일부터 재워줄 수 없다며 내게 미안해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버린 것을 어찌하겠는가. 미안해하는 그에게 나는 너무 감사했다. 아쉬워하는 그를 위로하며 함께 내가 묵을 호스텔을 알아보았다.



 어랏?


 '도영, 나 함부르크에 아는 사람 있는데, 만나볼래?'


 그때 스폰 받는 바슬 브랜드의 오너, 세바스찬에게서 페메가 왔다. 잘 지내고 있냐며, 라이프치히에는 언제 오냐며, 1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서로 설레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함부르크에 있는 것 봤는데 스튜디오 롱보드 샵에 들러달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스튜디오 롱보드 샵 오너는 바슬 와이프의 친척이었던 것이다. 그는 보드와 음악 스튜디오를 섞은 샵을 운영했다. 여행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이렇게 나는 또 다른 인연을 맺고 그에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단 하루 안에 참 많은 변화가 왔다. 예기치 않은 재미가 있었다. 다행히도 다음날 수술받은 Simon은 수술이 잘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바쁜 Simon은 회사 오너에게 무조건 오늘은 일찍 가야 한다며 큰 소리를 쳤다며 보드 타자고 말했다. 좋다. 좋다.



  Simon을 만나 보드를 타기로 한 메인 스팟으로 가는 길. 함부르크는 매 순간 날 감탄하게 했다. 이쁜 길들을 따라, 크루징을 해서 해변으로 나왔다. 해변 옆 이쁜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시간 맞춰 배를 탔다. 함부르크는 신기하게도 배가 버스와 같이 교통수단에 불과해서 버스 1일 이용하는 티켓으로도 탈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시내로 나가서, 또다시 크루징을 했다.



 혼자서 탁 트인 곳을 돌아다니며 지도와는 상관없이 돌아다닌 약 2시간은 행복했고 자유로웠다. 어쩌면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많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오죽 좋았으면 함부르크에 있는 나머지 날들도 이렇게 혼자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 아직 얼마 여행을 다니진 않았지만, 바다 곁에 위치한 도시들은 다 아름답고, 특유의 넉넉한 분위기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는 나라들 중 가능하면 해안도시는 꼭 들러보는 걸로 정했다. 



 메인 스팟에서 Simon을 만났고, 우리는 신나게 보드 타고, 스케잇 게임도 하고, 영상도 찍으며 놀았다. 그리고, 저녁에 Simon네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얼마 이야기 안 한 것 같은데, 어느덧 4시간이 훌쩍 지났고, 난 그와 헤어졌다.



 비록 함부르크 4일 여행 중에 하루만 Simon을 봤지만, 내게 여전히 함부르크는 Simon이고, Simon은 함부르크이다.


 아니, 이제는 함부르크는 Simon’s’이다. 또 한 명의 Simon을 알게 되었기에.


 Simon이 둘이듯이,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걸 겪었기에. 일이 꼬이는 건 꼬이는 대로 의미가 있나 보다.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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