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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희 Nov 20. 2017

“아직도 세월호 리본 차고 다니네?”

세상잡썰 ①

나는 아직도 세월호 리본을 팔에 차고 다닌다. 가방에도 여전히 달려있다. 자주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세월호 리본 차고 다니네?” 그중에 일부는 한마디 더한다. “이제 (국가적으로) 끝낼 때도 되지 않았나?” 여기서 더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지난 18일 목포신항을 떠났다. 떠나기 전 그들은 말했다.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해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초에 국가가 혹은 누군가가 세월호 리본을 차고 다니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국가가 혹은 누군가가 끝내자고 하고 말 것도 없다. 슬픔을 극복하거나 위로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누군가는 부모나 자식이 세상을 떴을 때 3일상을 치르고 모든 걸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평생을 가슴에 묻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친구의 죽음에 어떤 이는 눈길도 안 주지만, 어떤 이는 3일 내내 문상을 가고, 어떤 이는 매년 친구의 묘를 찾기도 한다. 

기실 국민들을 아프게 한 사람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니다. 세월호가 단지 슬픔만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로 아픈 사람은 자신들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나는 단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아픈 건 당신들이잖아요. 그러니 아직은 리본을 떼지 못하겠어요. 그러면 당신들이 더 아파할까봐.” 

여튼 “세월호 문제를 이제 끝낼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묻지 말고, 끝낼 사람은 자기가 그냥 끝내면 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나도 언젠가는 당신들처럼 자연스레 마무리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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