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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희 Aug 29. 2017

역시 박제가!

여행지나 술자리에서의 두서없는 토막 잡썰(雜說) ①

오늘은 종일 문밖의 날이 너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모든 게 적당하다. 햇볕은 적당히 따사롭고, 바람은 적당히 촉촉하게 몸을 훑는다. 실눈으로 올려다본 하늘도 불쑥불쑥하는 나태함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박제가는 “희미한 달빛이 어스름하다. 이러한 때 벗을 찾지 않는다면 벗을 어디에 쓰겠는가?”라고 했다. 역시 박제가다. 핑계 삼아 흉내 내면 “나른한 볕과 바람이 적당하다. 이러한 때 벗을 찾지 않는다면 벗을 어디에 쓰겠는가?”

요즘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멀리 나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은 길을 나설 것 같다. 기어코.     


P.S 박제가는 그 길로 돈 10전과 <이소경>을 품고서 원각사 북쪽에 있는 유득공의 숙부인 유금의 집을 찾아 막걸리를 사서 마셨다. 마시고 노는 와중에 눈이 내렸나 보다. 한밤중에 유금과 함께 다시 길은 나서 이덕무를 찾아간다. 박제가는 우리가 알만한 벗도 많았다. 같은 서자 출신인 이덕무, 유득공, 서상수 등등과 당대 최고의 문학가인 연암까지. 그 벗들의 집이 대개 백탑(원각사지 10층 석탑) 근처였다. 그래서 그들을 백탑파라 불렀다. 오래전 그들의 사귐이 부럽다.

<이소경>은 초나라 시인 굴원의 글이다. 박제가는 초나라 가사인 <초사>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의 호가 초정인 이유이다.

박제가가 쓴 글은 박철상 님의 책 ≪서재에 살다≫에서 데리고 왔다.


백탑(원각사지 10층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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