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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Nov 26. 2023

엄마팀 vs. 아빠팀

해물의 맛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남편은 바다에서 온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온 동네 소문난 해물 애호가인 반면, 나는 비린내와 물컹한 느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이 나이가 되도록 입에 넣어보지도 않은 해물이 수두룩한 해물 쪼렙이다. 가리는 것도 많고 입도 짧은 재이는 영락없는 내 아들이고, 해물이라고 하면 뭐든 오케이인 시안이는 남편의 입맛을 쏙 빼다 닮았다. (홍어 삼합, 간장 게장, 낙지 탕탕이까지 즐길 줄 아는, 만 3세 해물 고수!)


  연애 시절부터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 칼국수에 든 바지락은 대체로 남편 차지였는데, ‘조개 또 주세요’를 연발하며 오물오물 야무지게도 먹는 시안이의 작은 입 덕분에 이제 남편은 바지락 까느라 바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오늘 저녁엔 동죽 칼국수를 먹었는데, 바지락과는 다른 물총의 개구진 맛을 본 시안이는 계속 달라고 안달이 난 반면, 이건 물총 쏘는 신기한 조개라니까 딱 한 번만 먹어보라고 사정을 해도 굳게 닫힌 재이의 입은 아주 단호했다. 나야 뭐 원래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거니 괜찮았지만, 동죽 좋아하는 남편이 본인은 먹지도 않고 애만 계속 먹이고 있는 게 어쩐지 좀 짠해 보였는데 남편의 반응은 의외였다. 자기랑 같이 해물 먹으러 다녀 줄 사람이 생겨서 아주 기분이 좋다는 거였다. 급기야 얼결에 팀까지 결성! 나중에 여행 가면 엄마팀, 아빠팀으로 나누어 나랑 재이는 고기를 먹으러 가고 남편이랑 시안이는 해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외식하면 늘 내 옆에 앉고 싶어서 ‘엄마 옆에!’를 외치는 시안이도 흔쾌히 아빠팀을 하겠다고 해서 평화롭게 팀이 나뉘었다. (역시 시안이는 진정한 해산물 러버였다.)


  저녁을 먹고는 성심당에 가서 각자 좋아하는 빵을 하나씩 사기로 했다. 시안이는 맛있어 보이는 페스츄리 꽈배기를 골랐는데, 재이는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은 메론빵을 골랐다. 재이한테 네가 고른 빵 맛없을 것 같다고, 네가 안 좋아할 것 같은 맛이라고 얘기를 해줄까 말까 하다가 재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 위해 말을 아꼈다. 후식으로 각자 고른 빵을 먹는데 처음에는 맛있게 먹던 재이가 조금 먹더니 먹는 게 시들하길래 맛이 없냐 물었더니 슬몃 웃으며 그렇단다. 사실 아까 엄마가 맛없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려다가 참았다고 했더니 다음부터는 참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맛없는 건 나도 맛없고 엄마가 맛있는 건 나도 맛있으니까! 우리는 입맛이 완전히 똑같으니까! 나는 엄마팀이니까!“


  아, 스윗하다. 사소하게 건넨 재이의 말 한마디가 오늘 나의 행복. 오늘도 예뻐 죽겠는 나의 스윗 보이. (어디선가 아빠팀 시안이의 콧방귀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흥! 형아만 사랑하고! 흥!! 나는 안 사랑하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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