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가득한 날

2025년 1월 5일 일요일 날씨 맑음

by 김씩씩

아침 일찍, 남편이 5박 6일 출장을 떠났다. 중국의 제주도라 불리는 ‘하이난’이라는 따뜻한 남쪽 섬으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일부터 개학이라 (두 녀석의 일주일 학비를 생각하면) 차마 결석시킬 수 없어 아이들과 나는 집에 남았다. 앞으로 일주일을 박호랑(=남편) 없는 집에서 말 안 듣는 꼬마 박씨들과 지낼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개학이니까. 괜찮겠지…?


한 달 전쯤, 남편이 베이징으로 출장 갔을 때는 남편 없이 중국에서 아이들과 셋이 있는 게 처음이라 기분이 좀 이상했다. 사실 남편이 같이 있다고 해도, 그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라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새 또 적응이 된 건지,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다. 남편은 한국에 있을 때도 학회 참석으로 출장이 잦았던 터라, 여기서도 그냥 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딱 하나 걱정되는 것은 밥. 우리집 전담 요리사가 출타 중이면 내가 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사 먹는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가 않으니 없는 솜씨라도 집에서 해 먹는 게 나은데, 평소 요리와 거리가 먼 사람이(=나)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로 음식을 하는 것은 난이도도 높고 스트레스도 상당한 일이다.


오늘 예배가 끝난 후 공동체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남편이 출장을 갔다고 하니, 다들 그럼 밥은 어쩌냐며 우리집 밥 걱정을 해주는 게 너무 웃기고 고마웠다. 오늘 점심은 손맛 좋은 은영 언니가 불고기를 해오셨는데 양이 넉넉해서 남은 불고기를 소분해서 싸 주셨다. 저녁에 아이들과 먹으라며 챙겨주신 따뜻한 마음. 집에 와서 음식 싸 주신 가방을 열어 보니, 역시나 손맛 좋은 성준 형제가 해 온 오이 무침도 들어있고, 의선 씨가 넉넉하게 담아준 맛있는 귤이랑 이번 달 큐티 책, 그리고 말없이 빌려준 산문집도 한 권 들어있었다. 모두의 사랑으로 마음에 포실포실 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쉽게 가지 않을 것처럼 튕겨놓고는, 11월부터 예배를 드리러 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무척 곤궁하던 때라 아무리 둘러봐도 의지할 곳은 그곳뿐인 것 같았다. 믿음의 회복이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함께 예배를 드리는 믿음의 친구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매주 예배를 드리고 오면 감사와 평안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공동체 식구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요리사가 출타 중인 저녁에도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고기 반찬에 밥을 먹었다. 오늘은 하나도 외롭지 않다. 사랑으로 가득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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