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9일 목요일 날씨 춥지만 맑음
정저우에 와서 좋은 게 있다면 겨울 추위가 견딜만하다는 거다. 한여름에 정저우에 와서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이제 겨울을 지내고 있는데, 여름이랑 가을은 한국 날씨와 비슷했지만 확실히 겨울은 한국보다 덜 춥다. 이곳은 낮 최고 기온이 7-10도 정도라서 춥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 추위를 힘들어하는 나에게 적당히 추운 날씨는 생활에 만족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랬는데, 어제는 너무 추웠다. (너무 추워서 일찍 잠든 탓에 10일 아침에 쓰고 있는 9일 일기) 낮 최고 기온이 4도로 떨어진 것을 보고, 오늘은 좀 춥겠구나 싶었는데 손이 꽁꽁 얼 정도로 추웠다. 영하도 아니고 겨우 4도밖에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춥지? 그새 몸이 정저우의 겨울 날씨에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아이들 등하교시킬 때 잠깐, 택배 찾으러 갈 때 잠깐 나갔으니 밖에서 오래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몸살 걸린 것처럼 자꾸만 오한이 왔다. (뒤에서 밝히겠지만, 사실 집도 춥긴 하다.) 다음 주에 한국 가는데 추운 날씨가 걱정이라 계속해서 한국 일기예보를 살피고 있던 차에 요즘 한국에 A형 독감이 유행이란 소식을 접하며 불안감이 커졌다. 혹시나 한국 가서 독감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은 불안한 마음이 상상 감기(?)를 만들어 낸 듯했다. 체온계를 꺼내 열을 재보았더니 36.8도, 너무도 정직하게 정상이었다. 정상인 걸 확인하고 났더니 그제야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 개학하고 나서 수면 시간이 줄어든 탓에 몸이 힘들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어제는 아이들 취침 시간에 나도 같이 누웠다. 9시부터 긴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무척 개운하다고 쓰고 싶지만, 자면서 열 번은 깬 것 같다. 킹 베드에서 4세(115cm), 7세(123cm) 남자 어린이 두 명과 함께 자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반년 사이에 아이들이 부쩍 자랐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요즘은 잠에서 깨는 일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도 자리가 좁으니 잠결에 넓은 곳을 찾아 이동하며 자는 거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 와중에 감사한 건 두 녀석 모두 실컷 뒹굴면서 자도 침대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 스킬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자리가 좁은 것도 불편하지만 겨울이 되며 더 불편해진 것이 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텐데, 집에 난방이 안 된다. (한국보다 따뜻하긴 하지만 여기도 겨울에는 춥다, 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전해 들은 바로는 보통 입주 첫 해에는 난방이 잘 안 들어온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이번 겨울에 난방을 해줄 것처럼 며칠 전에도 와서 라디에이터를 체크하고는 갔는데, 언제부터 시작될지 모르겠다. 희망 고문만 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바닥은 타일이고 벽은 시멘트이고, 온기라고는 느낄 수가 없는 집에서 전기장판과 히터에 의지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가습기를 최대로 틀어놓고, 수건을 빨아 널어두어도 히터 바람의 건조함을 막을 수가 없다. 히터를 틀고 자면서 또 한 번 수면의 질이 하락했다. 간밤에는 재이가 자가다 벌떡 일어나 침대 밖으로 내려가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코피가 난다며 휴지를 가져와 코를 막았다. 재이는 비염 때문에 자다가도 종종 코피가 나곤 했는데, 중국에 와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이 건조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뼘 더 자란 재이 모습에 놀랐다. 전에는 코피가 나면 일어나서 ‘엄마 나 코피 나’하고 나를 불렀는데, 이제는 조용히 혼자 일어나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며칠 전에는 시안이가 ‘겨울 언제 돼요?’하고 물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겨울 언제 되냐는 물음이 너무 귀여워서 지금이 겨울이라고 답해주었더니, 근데 왜 눈이 안 오냐고 한다. 그러게, 중국에 와서 눈 구경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어제는 또 갑자기 느닷없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다. 이유인 즉, 여긴 눈이 안 와서 썰매 못 타니까 한국 가서 오여름이랑 신나게 썰매 타고 싶어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거였다. 귀엽고 짠한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든다. 이 짠한 마음도 익숙해지겠지, 이렇게 우리 모두가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거겠지. 해외 살이 성장통, 오늘따라 더 춥고 건조하고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