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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Mar 19. 2024

나를 적당히 사랑하자라는 건


오늘 내가 하려는 말은 어쩌면 주제넘을 수도, 혹은 모순으로 가득 찰 수 있다. 그래도 꽤 괜찮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하나의 과정으로서 남겨본다. 그저 아무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는 나를 사랑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건 생존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나를 적당히 사랑하면 안 될 것 같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나를 사랑하는지 묻게 만든다. 단순히 사랑의 여부를 넘어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받는 기분이다. 


아니 가끔은 나를 좀 미워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뭐든 과한 건 좋지 않은 것처럼 나를 적당히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내가 나를 얼마큼 사랑하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얼마큼 사랑하는가는 추상적이고 뚜렷한 실체가 없는 믿음 혹은 주관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건 잘못된 게 아니고, 오히려 당연한 것 일 수 있다. 늘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그것이 나를 사랑해야 된다는 강박 속에 만들어진 허상이라면? 물론, 말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이끄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지향하다 보면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허상이 만들어 낸 세계에 집착한다면 마음 한구석 석연치 않은 잔여감이 존재하게 된다. 오히려 완벽한 사랑이란 집착을 놓을 때, 설사 나를 덜 사랑하더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안하지만 그냥 별로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대를 향한 감정은 변한다. 지내다 보니 별로였던 사람이 좋아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도 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마주한다면 나에 대한 감정은 늘 변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스스로가 싫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살다 보니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내가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별로인 순간이 있다. 이처럼 나는 매 순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또 이런 사랑의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때로, 우리는 행동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없는 시간을 만드는 상대를 보며, 별거 아닌 말을 별거 있는 것처럼 받아주는 상대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즐겨주는 상대를 보며 이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그리 똑똑하지 않다고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지 헷갈린다면, 또 아무리 봐도 자신의 괜찮은 구석을 발견하기 어렵다면 나를 얼마큼 사랑하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나를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어떨까? 나는 사랑에 대한 추상적인 이해를 멈추고 실용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그냥 스스로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다. 굳이 날을 정해서 좋은 걸 보고,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기. 


나를 적당히 사랑하자고 했지만 나를 사랑하는 노력을 멈추라는 말은 아니다. 과하게 연결되고, 끊임없이 소진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만큼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닳지 않도록 소중히 대해야 한다. 그러나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어도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다른 쿨 타임으로 들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그런 그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해야지"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결핍을 채우라는 무책임한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게 쉬우면 결핍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존감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팽창한 이 시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검열하게 된다. 나 정도면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자기 암시를 되뇌며, 끊임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실체 없는 그 질문에 불안하기보다 사랑스러운 세상을 만들자는 비전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나는 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못되고 고약한 세상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적당히 나를 속이며 살아가주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성공한 많은 사람들도 자기혐오의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미워 죽겠는 당신, 어쩌면 누구보다 성공에 가까운 사람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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