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끝, 스물일곱 시작

by 해림

어제부로 스물여섯이 끝났다.

글 24편을 썼을 뿐인데 벌써 반년이 지났다니.



작년 12월.

카페에 앉아 내가 할 줄 아는 건 무엇일지 깊이 생각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미를 찾아내고, 기록하기...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대신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을 이곳에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내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스물여섯 먹고 할 줄 아는 건> 그렇게 시작되었다.



늘 시작할 때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브런치 메인 페이지에 내 이름이 박제된다던가,

출판사로부터 제안이 온다던가.

다들 마음 한편에 그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기대는 현실보다 무거웠다.

같은 무게로 시작한 기대는 점점 가라앉았고,

현실만이 치솟아 올랐다.

화요일이 다가오면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키보드를 두들겼을 뿐이다.


유레카적인 모먼트를 하얀 페이지 위로 쏟아내고 싶었지만

삶이 너무 단정했다.

단정한 삶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도 늘 봐주는 독자가 있어 매주 글을 쓸 수 있었다.

혹여 글을 쓰고 낙담할까 봐 반응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페이지 상단에 민트빛 불이 들어와 있으면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 건 확실했다.

그 작은 점 하나가 엄청난 힘이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브런치 북을 연재하면서

뭐라도 되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애석하게도 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끝을 모르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중이다.



다행인 건 그동안 무얼 했냐는 질문에

글 24편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내가 무얼 했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지만

6개월 동안 차곡차곡 남겨온 글들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에 참여하고 싶은 게 내 욕망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뿐 아니라

여러분 역시 이 글을 읽고 반응해 줌으로써 내 삶에 함께해 주었다.


글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삶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바람직하고 건전한 사회적 행위인가!



이제 더는 스물여섯이 아니기에 작품을 마무리하지만

끝은 아니다.


스물일곱에 할 줄 아는 건 무엇인지 남기기 위해

다시 돌아올 거니까!


<스물여섯 먹고 할 줄 아는 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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