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들의 진짜 비밀

by 해림

카페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누나 나 지금 옷 보러 나왔는데 한 번 와서 봐줘."

"꼭 가야 돼?"

"응."


반강제적인 요청에 별수 없이 동생이 있는 매장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동생의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되어 두 시간 동안 동생의 쇼핑을 도왔다.


옷을 고르는 동안 남동생은 내 말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평소와 달리 입으라는 대로 입는 모습이 낯설었다.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동생은 자기도 누나처럼 옷을 잘 입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와 달리 말을 잘 따랐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별 거 없어.

옷을 좋아하면 돼"


그렇게 옷 잘입는 방법에 대한 열정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어떤 일이든 잘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 목표가 상위 1%라면 여전히 이 말은 유효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나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같은 디바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타고나길 패션 센스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옷을 매치하고 색을 쓰는데, 그게 기가 막히게 조화롭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탄식과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잘한다'의 기준을 대폭 줄여보면 (평균 이상만 해도 잘하는 거 아닌가?) 좋아하기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건 아니겠지만.


한동안 과감한 옷만 입었다. 이때는 특이한 옷을 소화해야 옷을 잘 입는 거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신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 번은 매장에서 당근 색 바지를 보게 되었다. 다들 신기하다면서 넘겼지만 나 혼자 ’저 옷 = 내 옷‘이라는 신호를 느꼈고, 그대로 구매했다.


하지만 실제로 옷을 입어 보니 영 별로였다. 코디가 쉽진 않아도 기본템이랑 입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본템인 흰색, 검은색, 회색도 감당하지 못하는 색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게 당근 바지는 장롱 속을 계속 지키다가 얼마 전 장롱을 떠나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옷이지만 이때는 옷을 잘 입고 싶다는 마음에 도전 정신이 샘솟았다. 다만, 잘못된 믿음에서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이렇듯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옷을 좋아하니까 옷을 가까이하게 되고, 용기도 덜컥 내게 된다.


나는 심심하면 스파 브랜드 매장에 놀러 간다. 꼭 옷을 사지 않아도 그냥 옷을 보러 간다. 최근에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특정 트렌드를 브랜드들이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살펴보고 직접 입어만 봐도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옷을 여러 벌 입다 보면 나에게 맞는 옷이 어떤 건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는 뼈대가 있는 체형이라 너무 타이트한 옷은 별로이군', '의외로 하이웨이스트보다 허리선이 낮은 바지가 어울리는 군'. 이렇게 데이터베이스를 차곡차곡 모아가며 옷에 대한 안목을 조금씩 늘려간다.


많이 입어보며 감각을 길러도, 어느 순간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들의 코디나 룩북을 찾아보고, 여러 패션 유튜버들의 영상을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계속해서 인풋, 적용, 인풋, 적용의 선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정 수준의 센스를 얻게 된다.


많이 입어보고, 계속해서 관심 유지하기.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의무감이나 부담이 생긴다면 그건 내가 그만큼 좋아하지 않아서 일 수 있다. 정말로 좋아하지 않거나(선호) 혹은 순수하게 좋아만 하지 않거나. 좋아하는 감정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거니까.


결국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좋아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 좋아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하게 되고,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그저 좋아하기만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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