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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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날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올.
그 죽음에 대해서.
철없던 시절,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늙고 병들고 시들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거겠지.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늙음과 병들어감과 시들어감이
사뭇, 몹시,
매우 다른 것들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겠다.
우습게도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아내보고 싶어졌다.
와인 반 병을 빈 속에 마시고 나니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라는 녀석이 몹시 제멋대로다.
하필 이 순간에
내일이면 지우고 싶을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참.
나지.
그저
죽음이 갑자기 찾아오는 그 순간.
작은 사치를 부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
단정하고 어수선하지 않은 모습으로 마무리되길.
남겨진 이들이 너무 심하게 당황하지는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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