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때려치고 스타트업의 PR로 왔습니다.
기자에서 스타트업의 홍보(넓게는 PR)로, 업을 바꾼지 딱 3개월이 됐다. 이제 수습 딱지를 떼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모든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자신만만하게 "난 잘 할 수 있다"며, '전직'이라는 어마어마한 결정을 내렸는데 하루하루 고민만 쌓여간다.
보도자료만 잘 정리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미디어)과 정보를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분들(내부조직) 사이에서, 난 길 잃은 양과 같은 기분이다. 그뿐인가, 뉴미디어 시대에서 동영상을 찍어야 살아남는다는 의견도 툭툭 우리의 어깨를 친다. PR은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까, 정말 복잡한 미로에 빠졌다.
이 글들은 전직 이후 긴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PR실무자의 기록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부터, 업무를 수행하며 맞딱뜨린 개인적인 '위기'까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모두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어쨌든 '프로월급러'로서 '월급루팡'은 되기 싫으니,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함께 생각하고 싶다는 의미랄까.
"그래서 뭐가 그렇게 고민인데?"
만 5년을 기자로 일했고, 6년차에 때려쳤다. 익숙한 일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는 데 환경이 정반대로 바뀌다보니, 위장이 '콕콕콕' 먼저 반응했다. 미디어와의 관계와 스타트업의 PR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신선함', 모든 게 과제로 떨어졌다. 예를 들자면,
① 기자에서 PR로 : 관계의 역전?
"기자하다가 홍보 할 수 있겠어요?" 꽤 자주 듣는 질문이다. '기자님'을 만나뵙는 것이 홍보팀의 일이니, 관계가 역전된 것을 참을 수 있겠냐는 의미다. 물론 기업의 이익을 미디어에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기자들을 존중하는 것은 맞다. 다만 미디어와 우리의 관계가 단순한 '갑을'은 아니다.
미디어 생태계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우리도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모바일 기반 뉴미디어는 힘을 키워가고 있고, 가끔은 언론과 콘텐츠 생산자와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결국은 PR 담당자가 만나는 언론인들은 저널리스트이자, 질 좋은 읽을거리(혹은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에디터가 됐다.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야기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과 협력해야한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함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갑을이 아닌, 동업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순간이다.
② 보도자료가 전부인가 : PR을 알고싶다
정말 미치는 노릇이다. 기자 하면서 열심히 했던 건 정보를 모아서(취재) 글을 쓰는 거다. 보도자료도 기사를 쓰듯 정보를 수집해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PR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을 모르는 철 없는 소리였다.
뉴미디어가 생겨나면서, PR콘텐츠도 여러갈래로 찢어졌다. 거기에 회사의 상품PR(MPR), 기업PR(CPR), 구성원의 개인PR(PI 구축) 등 영역도 한두개가 아니다. 형식도 다양하다. 데이터 자료, 동영상 자료, 인포그래픽스. 손도 대기 어려운 콘텐츠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다. 쉽게 접근했다 정말 '내가 머리가 나쁜건가'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된통 당하고 있다.
③ 스타트업은 다르네요 : 무엇을 말해야할까
내가 일하는 회사는 이제 만 3년 된 뜨거운 스타트업이다. 회사 자체가 어리고, O2O라는 신생 산업군에 속했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은 상품을 파는 회사라는 걸 알릴 수 있을까. 양호한 업무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회사라는 점을 소구해야 소비자는 물론 양질의 인력도 충원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 팀은 좀 더 '신선한 방식'으로, 색다르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요구를 받는다. 물론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PR팀은 총 4명, 1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해도 비슷한 이야기에서 맴돌 정도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좋은 상품을 파는 괜찮은 회사라는 걸 알릴까.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PR실무자가 도처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자원과 전례가 없는 상황 때문에 고군분투 하고 있을테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효과적인 보도자료 작성과 네트워크 구축,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우리 역할 등 전반적으로 함께 고민할 기회가 필요하다. 브런치에서 같이 떠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