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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GH Oct 17. 2018

01. 나는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한다

내 생활에서 찾는 기획자료

이벤트와 기획전, 쿠폰 같은 프로모들은 참 쉬운 보도자료 소재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할인하는지를육하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적으면 되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이다. 우선 무엇을 홍보해야할지 주제를 잡기 위해선 관찰이 필요한데, 잘 잡히지 않는다. 특히 입사 3개월 차인 나에게는 무엇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고, 성과인지를 판단하는 것부터가 고비였다.

 

사업 브랜드인 여기어때로 유명한 이곳, 위드이노베이션은 어떤 곳인가. 설립 3년만에 선두주자를 역전한 숙박예약 앱, 꽤나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 현재 성장 중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곳. 그외에 취업자와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는 뭐가 있을지 분석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의 바뀐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입사 이후 내 삶이 어떻게 변했고, 어떤 효용이 있는지를 적어봤다. 신규입사자인 내가 인상 깊었던 점이 바로 위드이노베이션의 강점이고, 홍보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의 시작, 나의 월요일은 이렇게 시작된다. 뻐근한 뒷목을 잡고 몸을 일으켰던 내가, 요즘은 오전 10시가 가까운 시간에 눈을 뜬다. 조금 일찍 눈을 뜨는 날이면, 운동을 가기도 한다. 이번주 월요일에는 휴가중인 남편과 함께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을 먹었다. 얼마 만에 먹는 아침밥인지 알 수가 없다.


위드이노베이션은  35시간을 일한다. 월요일은 1시까지 사무실 책상 앞에 앉는다. 점심시간은 매일 1시간 30분씩. 밥은 10분 안에 먹고, 남은 시간에 쪽잠을 자는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하다.


52시간이 화두에 오른 이 시대에, 스타트업의 4.5일 근무는 꽤나 앞선 결정이다. 미디어도 많이 탔다. 꼬맹이 벤처 회사가 남들보다 실험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렇게 해서 돈은 버냐”는 소리도 꽤나 들었지만, 글쎄. 일하는 시간과 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위드이노베이션이 증거다.


35시간 일하고 흑자 내는 회사는 흔치 않다. 정부가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며 긍정적 예시로 들 정도.


양호한 생산성은 35시간 근무제를 받치는 여러 제도에서 힘을 받는다. 경영진은 1주일에 35시간, 그 짧은 근무시간에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방안을 고민한다. ‘좋은 숙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자는 기업 철학은 있지만, 기업의 1차적 목표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잡고, 이윤을 거둬 보상을 나눈다. 각 직원은 본인의 몫을 해야하고, 경영진은 일할 만한 복지환경과 제도를 제공한다.

 

가장 주목 받는 건 구내식당이다. 역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 미혼 직원 비율이 80% 수준이라, 식당에 신경을 많이 썼다. 회사는 3식을 모두 전액 지원한다. 점심의 경우, 단가가 7500원까지 올라간다. 강남 한복판에서 질 좋은 회사 밥 먹으면서, 솟는 애사심은 직원들의 타자 치는 속도를 높인다. 야근을 하지 않는 날도,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가는 임직원이 다수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여기어때는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녀석들 촬영을 한 적이 있다.


먹는 것이 해결되면, 다음은 노는 게 문제다. 시장을 이끄는 OTA다 보니 직원들 성향도 발랄하다. 임직원 평균 나이 32.6세. 회사 안에 에너지가 넘친다. 비글 같은 직원들은 모두 여기어때 앱에서 쓰는 50만 포인트를 지급 받는다. 또 연차를 쓸 때는 본인만 결재를 한다. 상사 눈치 따위는 보지 않는 게 미덕. 다만 예의 없이 스케줄만 등록해 놓고 떠나버려 빈틈이 생기면, 욕을 먹는다.

  

일 할 때는 수평 관계를 유지한다. 본래 한국어 이름을 부르면, 꼭 뒤에 호칭을 붙여야 할 것 같아 모두 영어 이름을 쓴다. 나는 ‘그레이스’다. 입사 당시 어렸을 때 영어 학원에서 썼던 이름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그레이스는 심명섭 대표를 ‘레드’라고 부른다. 내 상위 관리자는 ‘잭’이고, 동료는 ‘디애나’ ‘에디’다.

 

다양한 그레이스들, 처음 이름을 정했을 때 올드하다고 놀림 받은 이유가 여기 있나보다.


그 외도 일을 열심히 하라고, 회사는 자기계발을 독려한다. 도서 구매 비용을 무제한 지원하고(심지어 소유권은 각 직원에게 있다), 주말에는 법인 차량을 무료로 빌려준다. 리프레시 휴가는 3년마다 10일씩 떠난다. 운동하라고 헬스 비용까지 대신 내주는 제도도 있다.

 

나는 모든 제도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새로운 직장의 업무 방식을 배워간다. 도서비를 지원 받아 1달에 2~3권씩은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과 시간을 갖기 위해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리고 경험한 이야기인 만큼 자신 있게 홍보 소재로 활용한다. 기자 미팅에서  MSG를 보태지 않아도 위드이노베이션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콘텐츠로 발전했다. 다양한 기사는 물론이고,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4분기 채용을 앞두고는 네이버판 메인에 소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35시간을 일하는 회사, 구내식당의 질이 높은 회사로 한바탕 입소문을 탔지만, 여전히 취재를 고민하는 미디어 관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설명한 직원복지가 위드이노베이션에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O2O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배민), 야놀자 등도 놀랄만한 제도가 넘친다. 우리 회사 자랑만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PR담당자들이 자신의 생활에서 홍보소재를 찾는 것이 얼마나 큰 진실성을 담을 수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 또 다양한 회사 중 '좋은 복지를 가진 벤처'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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