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말하셨다.
대학에 입학하고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작은 일식집이었는데 손님들은 모두 나의 또래보다는 '어른'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 참 떨렸다. 하지만 손님으로만 지내다 직원이 되어 떨렸던 순간은 어제처럼 지나가고 어른들간의 마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먹어본 적 없는 낯선 음식의 이름과 술의 이름은 금세 적응했지만 사람들간의 마찰은 얄궃게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다짜고짜 반말하는 아저씨들, 똥 기저귀를 버려달라는 분, 바닥에 가래침을 모아 퉤 뱉는 할아버지들을 마주할 때면 한 번쯤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 지금 찾아 왔어요?" 학교 밖 세상에는 참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20살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하다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내가 소파에 기대있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그 예다. 아무리 좋은 말도 혼나는 느낌을 주는 아버지는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그 날만큼은 먼저 다가가고 싶었다.
"아빠,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았나."
평소였다면 이 정도에서 대화는 끝이 났었다. 하지만 그 날은 아버지에게 오늘이 얼마나 힘든 하루였는지 말하고 싶었는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니, 일은 견딜만 한데 사람들 만나는 게 그렇네."
"야, 네는 입에 있는 네 혀도 씹을 때도 있는데 사람들하고 일하면서 어떻게 부딪힘이 없겠노. 생길 수 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해봐, 부딪혀도 보고! 누구랑 싸워보기도 해봐...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
혼나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입 안의 혀도 씹는 사람인데 입 밖의 타인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려 했을까. 문득 티비를 멍하니 쳐다보시던 아버지가 달라 보였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