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엠히 Apr 17. 2017

널 꺼내던 날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맑은 날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꽤 괜찮았던 날 같아.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자고 있던 친구에게 사진을 전송하며 적당한 옷을 골라봤어. 너무 신경 쓴 것처럼 보이지는 않게. 어느 정도 적응한 줄 알았더니 그날은 거울을 보는 내내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야속하기만 하더라.


 네가 말한 카페에 조금 일찍 도착해 너를 기다리기로 했어. 사실 훨씬 전에 도착해 그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던 나인데, 너 역시 그랬잖아. 그때, 그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가 마주쳤다면 우린 단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카페에 앉아있던 나를 발견하곤 빵 터진 너와, 저 멀리서부터 웃으며 걸어오는 너와 똑같이 웃던 나를 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거야.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며, 초콜릿 범벅의 크레페를 시키면서 아이스 초코를 시키던 네가 아직도 인상 깊어. 비록 아이스 초코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는 너의 말과 모습이 왠지 어울리더라. '너 답다' 싶었어.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네가, 내 눈도 잘 못 마주칠 줄 알았던 네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더라. 어느새 네가 그렇더라. 내가 그려본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던 네가 마냥 고마워.


 가방도 아닌 코트 속에서 그 작은 앨범이 나올 줄 몰랐어. 주섬주섬 너의 코트 주머니에서 그 앨범이 나오는데 너무 예쁘더라, 그 앨범이, 날 보여주겠다며 가져온 너의 그 마음이, 그 사진 속의 우리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