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자며 핸드폰을 꺼내서는 내 얼굴 옆에 너의 얼굴을 들이미는 네가 좋았어. 사진은 애정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나여서, 그런 내게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을 남기길 좋아하는 나이기에 사진은 항상 내가 찍어 왔거든. 그럼 가끔 사람들이 싫증을 내. 또는 사진 찍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며 사진을 찍지 않던 사람들도 있어. 그런데 그들의 핸드폰 속에는 다른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한가득이더라.
나는 그게 그렇게 서운한거 있지. 내가 말해서가 아닌 상대방에게서 먼저 사진을 찍자는 말이 듣고 싶은데 그게 아니니까. 나만 상대방과 순간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나만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확실해졌어, 내게 사진이란 애정의 척도라고.
그런데 네가 그런거야. 내게 먼저 사진 찍자고. 오랜만에 느끼는 고마운 감정이었어. 누군가는 사진 한 장 찍은 거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어. 사진은 내게 그런 의미니까. 너는 그렇게 네 스스로 내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어. 내 핸드폰 사진앨범 한편에 자리하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