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빅맥이 맛있는지 모른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그때의 맥딜리버리. 현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추가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 도로를 가르는 오토바이가 아닌 앙상하고 낡아빠진 검은 자전거라는 것.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우리 정희, 햄버거 사줄까?' 하던 우리 할아버지.
나는 빅백을 자주 먹었다. 대부분의 할아버지들이 그렇듯, 우리 할아버지 역시 햄버거의 종류를 잘 알지 못하셨다. 그리고 빅맥, 내가 초등학생일 때 그 당시 가장 큰 햄버거로 광고하던, 맥도날드에 가면 가장 크게 걸려있던 빅맥. 그래서인지 할아버지의 자전거에 걸려오는 누런 봉투 속의 햄버거는 빅맥이었다.
그래서 나는 빅맥을 자주 먹었다.
내가 빅맥을 자주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햄버거의 종류를 잘 알아 '뭐 먹고 싶어?'라고 물을 수 있는 엄마와 달리 종류를 몰라 가장 크고 비싼 햄버거를 사주고 싶었던 할아버지의 투박한 사랑 덕분이었다.
그 어릴 적의 빅맥을 그렇게나 크고 배부르게 기억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훌쩍 커버려서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사랑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