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초등학교 1학년, 나와 같던 9반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나와 같은 조씨였지만 본관은 창녕이었다. 15년도 더 된 초등학교 친구의 본관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자신은 창녕 조씨라며, 너는 어디 조씨냐고 묻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본관을 이야기하던 그 1학년짜리 어린아이는 똑똑하면서도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종종 하교를 함께 하곤 했다.
그 아이는 내가 좋다고 무표정한 얼굴로, 전혀 부끄러운 기색 없이 말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보통날과 같던 하굣길에서, 아파트 단지 내의 우리가 헤어지는 길목에서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엉뚱한 순간에 전혀 그럴싸한 기색 없이, 예고도 없이 내 입에 맞추고는 곧장 집으로 달려간 아이였다.
15년도 더 된 지금, 한 번도 그 아이를 생각한 순간이 없었는데 그 아이 꿈을 꿨다. 나보다 더 뽀얀 피부에, 콧물을 찔찔 흘렸었나 침을 흘렸었나 하던 그 아이가 그 얼굴 그대로 키만 큰 채 내 꿈에 나왔다. 그제야 자신의 본관이 창녕이라며 자랑스러워하던 그 아이가, 나와 하굣길을 함께하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달아나던 그 날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그 아이 생각으로 웃음 지었다. 혹시나 그 아이의 소식을 알고 있는 친구가 있을까 싶어 그 날의 친구들과 오랜만에 안부도 나눴다. 그 아이를 무의식이라는 꿈속에서 내 의식으로 꺼내놓았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기억을 잊고 있을까. 엉뚱하던 창녕 조씨 그 아이는 어떻게 변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