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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주 Feb 21. 2021

07. 뭐든 태어난 것은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글/그림_희주

삶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뭐든 태어난 것은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어 사라집니다. 죽음은 통제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루살이의 시선으로 영겁의 시간을 사는 인간은 별의 시선으로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생을 살다가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며, 저 끝없이 계속 타오를 것 같은 태양도 연료를 다 써버리고 나면 서서히 식어가다 온기를 잃고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찰나의 무엇일지라도, 누구도 우리의 인생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산 시간의 총합이 아닌 매 순간을 채우는 독특한 경험과 감정일 테니까요.


    한때는 저란 사람을 꽤나 대단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별이 될 운명의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어딘가에서 읽은 별자리 점성술 내지는 사주팔자 풀이에서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 치고는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오히려 남보다 자주 삶의 방향을 잃고 보잘것없는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찾느라 결국 이룬 것은 하나도 없네요. 하지만 기대한 만큼 내 인생의 궁극적인 운명에 대단한 목적이 없을지라도, 어제와 오늘, 내일의 사이를 채우는 모든 인간적인 감정과 지각, 야망과 정열이, 그럼에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제게 주어진 연료를 다 쓰거든 서서히 식어 결국 사라지겠지요. 마치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영화처럼 인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네요. 우리는 죽음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삶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라는 꿈같은 말을 믿을 만큼 순진하진 않지만 살아온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 사이의 수많은 미묘한 사건들과 감정과 생각의 총합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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