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어 사라집니다. 죽음은 통제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루살이의 시선으로 영겁의 시간을 사는 인간은 별의 시선으로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생을 살다가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며, 저 끝없이 계속 타오를 것 같은 태양도 연료를 다 써버리고 나면 서서히 식어가다 온기를 잃고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찰나의 무엇일지라도, 누구도 우리의 인생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산 시간의 총합이 아닌 매 순간을 채우는 독특한 경험과 감정일 테니까요.
한때는 저란 사람을 꽤나 대단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별이 될 운명의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어딘가에서 읽은 별자리 점성술 내지는 사주팔자 풀이에서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 치고는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오히려 남보다 자주 삶의 방향을 잃고 보잘것없는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찾느라 결국 이룬 것은 하나도 없네요. 하지만 기대한 만큼 내 인생의 궁극적인 운명에 대단한 목적이 없을지라도, 어제와 오늘, 내일의 사이를 채우는 모든 인간적인 감정과 지각, 야망과 정열이, 그럼에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제게 주어진 연료를 다 쓰거든 서서히 식어 결국 사라지겠지요. 마치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영화처럼 인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네요. 우리는 죽음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삶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신이 잘 되라고 점찍은 아이’라는 꿈같은 말을 믿을 만큼 순진하진 않지만 살아온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 사이의 수많은 미묘한 사건들과 감정과 생각의 총합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