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Dec 27. 2017

Merry Christmas :D

크리스마스 없는 나라의 메리크리스마스

몽골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몽골에 있는 외국인들은 당연히 크리스마스도 연휴인 줄 알고 학교나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란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아래 글을 읽고 깔끔하게 포기  :-(

몽골에서는 1992년 제정된 헌법(1장 9조)에 의해
규제에 벗어나지 않는 한 종교활동을 존중받으며, 현재 러시아 정교회 등
여러 종파의 기독교, 기타 유사종교 등이 대거 진출하여 있음.

또한 몽골 국민 대다수가 종교로 가지고 있는
티베트 불교(라마불교)에 대해서도 법정공휴일도 없으며,
기독교계 종교의 기념일인 크리스마스도 현재 법정 공휴일이 아님.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몽골에서 법적으로 ‘종교’로 지정하는 것은 라마불교, 이슬람, 샤머니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외의 종교활동은 꽤나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뭐이리 화려하게 꾸며놨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최대한 한 즐겨보기로 했다.


트리도, 번쩍이는 조명도 있었지만 캐롤이 없기도 했고, 공휴일도 아니어서 한국과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특히나 유난스럽게 커플들이 죄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는 지나가는 커플들과 어깨빵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꺄르륵 :D


울란바타르에서 일찌감치 예매했던 몽골 국립발레학교의 호두까기 인형을 보며 크리스마스를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후기는 다음 글에!), 유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이 쪼꼬렛을 사봤다 ㅋㅋㅋ근데 쪼꼬렛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잊어버림ㅠㅠ


울란바타르에 나간 김에 동기 선생님 집에서 모여 맛있는 저녁도 먹고, 마침 동지라고 갈아두었던 팥으로 쑤운 팥죽과 직접 담그신 동치미가 진짜 꿀맛이었다!

원래 와인 바도 가고 쇼핑몰도 가려했지만 춥고 흐리고(방독면ㄷㄷ).. 무엇보다 우리끼리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ㅋㅋㅋㅋ 하루 종일 앉아서 재잘재잘!

 

꽤나 바빴던 일정을 뒤로하고 이튿날 예배를 드리고 다시 종모드로 컴백!


감사하게 크리스마스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다. 역시 청정지역 종모드!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종모드 광장에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과 빅트리가 등장했다.

이 얼음덩어리들은 조금조금씩 모습을 갖추더니.. 짜잔!! 꽤 멋있는 성이 되었다.

밤에는 조명까지 더해져서 분위기가 꽤 다르다! :)

불꽃놀이를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즐겨보기로 했다. 역시 크리스마스에는 불빛이 빠질 수 없지!

나니아 연대기를 2편까지 본 후 금세 깜깜해진 밖으로 나갔다.

광장이 조금만이라도 멀었으면 안 나갔을 것 같은데 ㅋㅋ정말.. 가까워서 나갔다.


광장에서는 몽골 요정(?)들이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산타할아버지를 위한 얼음썰매를 조각하고 있었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봐서 그런가 이 아저씨들 무슨 요정 같은 느낌 ㅋㅋㅋㅋ


그 무리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몇몇의 사람들이 '얘내 일본인이야? 한국인이야?'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나 솔롱고스 훈이야 말하니 반가워하며 막 말을 걸어온다 ㅋㅋㅋ 얼떨결에 장갑을 낀 채로 악수를 하려 했더니 몽골에서는 장갑을 벗고 악수하는 거라며 (엄청 추운 밤이었는데!!) 인사예절을 가르쳐준다. 껄껄


이들은 자기들을 경찰이라고 소개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중에 27살이라는 한 젊은이가 함께 있던 언니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짧은 영어로 엄청나게 본인 어필을 했다. 러시아에서 6년을 살았다면서 영어(노크리미널, 폴리스.. 이 두 단어밖에 모르는 것 같던데..)랑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어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몽골어로 하라니까..

이미 보드카를 좀 마신 것 같은데 차로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괜찮다고 겨우 말리고 불꽃은 켜 보지도 못하고 저 마을 한 바퀴를 돌아서 집에 왔다. 에헤이ㅋㅋ거참 재밌는 친구일세


그래서 결국 다음날 나가서 불꽃놀이하고 옴 ㅋㅋ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저 미로 바깥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고새 저렇게 그래피티 마냥 색칠을 다 해놨다.

안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근데 지금 저 미로 안 얼음 덩어리들이 하나 두 개씩 사라지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눈이 다 녹아서 없어지기 전에 부서져서 사라질 듯!

크리스마스이브에 열심히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깎고 있는 요정(?) 아저씨-

근데 이 썰매는 루돌프가 아니라 몽골 소가 끌고 다니는가 보다. 저건 분명 소다.


뒤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과 요정의 손길로 완성된 썰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몽골 국기 앞 테이블 ㅋㅋㅋㅋ 물을 부어서 얼리지 않는 이상.. 이 모든 건 금방 사라질 듯


몽골의 놀이터는 주로 학교나 유치원에 있다. 근데 처음 보는 사람은 그게 놀이터인지 절대 알 수가 없다. 특히나 겨울이면 녹슨 기둥만 서 있는 황량한 모습은.. 아이들의 안전은 둘째치고 아련한 마음이 절로 들게 쓸쓸하다..ㅠ 그래서 한겨울, 몽골의 아이들에게 이 얼음왕국은 꽤 괜찮은 놀이공간이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마냥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 자식들 중 아무도 장갑을 끼지 않았다.

그리고 맨손으로 저 얼음 위를 막 뒹굴고 있다. 와.. 손가락 다 붙어있니..?


지금은 저 스케이트장 주변으로 저 아이들 키만 한 펜스가 설치하고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좋은 선물이 될 놀이터!


이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몽골 아이들이 전 세계의 다른 어린이들처럼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행복한 추억은(아직까지는) 없었을지라도 그 선물보다 더 큰 어른들의 정성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성탄절의 본 의미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D

 



 

매거진의 이전글 좀 놀 줄 아는 언니 오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