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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an 08. 2018

몽골에서 발레 공연?!

호두까기 인형 By 몽골 국립발레학교

몽골에 오기 전부터 기대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문화생활이었다.

몽골은 사회, 문화, 정치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음악과 무용도 그중의 하나였다.

마두금 같은 악기나 전통 춤, 동시에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 전통노래(흐미) 등도 아직까지 많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 악기나 발레와 같은 공연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예능 전공자 중에서는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괜찮은 수준을 가지고 있고, 수도에서는 이들에게 저렴하게 악기 레슨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여름이 지나고, 대략 10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수흐바타르 광장 옆에 있는 몽골 국립발레 오페라 아카데미(National Academic Theatre of Opera and Ballet of Mongolia)에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공연을 하는데,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발레 공연.

여기서는 지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의 발레 공연과 아이다, 스파르타쿠스, 세르빌의 이발사, 나비부인, 라보헴, 돈키호테, 라 트라비아라 등의 오페라 공연을 주로 돌아가면서 하는 것 같다.


티켓은 최고 40,000투그릭(한화 20,000원)에서 20,000투그릭(한화 10,000원)까지 공연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지만, 학교 선생님의 한 달 월급이 보통 50만 투그릭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https://www.ticket.mn/

1월에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 공연 정보.
좌석 배치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렇게 좌석을 선택해서 공연을 예매할 수 있다.


몽골에 온 후로 종종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공연이 있나 둘러보는데,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있었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해야지 히히히

발레 공연을 잘 알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 보다가 졸았던 적도 있음ㅋㅋ)

좋아하는 곡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으면서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을 같이 보고 있으면 즐겁다.

특히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익숙하고 흥이 나는 곡이 많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12월 말 공연이었지만, 분명 그때쯤이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을 테니.. 빅픽쳐를 그려보고 10월에 예매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역시 내 예상은 적중했다. 껄껄껄


공연 며칠 전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는데, 공연시간이 19:00로 변경되어 있었다.

오잉?? 나는 오후 5시 공연으로 예매했는데?!! 그리고 인쇄한 티켓에도 17:00라고 되어있는데?ㅋㅋㅋ

역시나 전화는 받지 않고, 답메일도 없다. 꺄륵 ><

결국 직접 가서 물어보니 공연 오후 7시라며..ㅋㅋㅋ아마 내가 너무 일찍 예매해서 그 사이에 시간이 바뀐 것 같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여긴.



공연장 가는 길, 수흐바타르 광장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꽤 크게 장식되어 있었다. ㅋㅋ

바로 옆 오페라 공연장 외관에 조명을 쏴서 밤에는 꽤 분위기가 좋다.

공연장에 들어가 겉옷을 맡겼다.

몽골에서는 겨울이 길고 너무 춥기 때문에 관공서뿐 아니라 조금 큰 건물에 들어가면 겉옷을 맡겨두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자기 옷을 맡기면 번호표를 주는데, 나중에 옷을 찾을 때 그 번호표를 주면 다시 옷을 가져다준다.


이날 날씨가 정말 엄청 추웠는데 실내로 들어와 정신을 조금 차려니 그제야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꽤 잘 장식해 놓은 트리 ㅋㅋㅋㅋ그리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노란 머리 외국인들!! 러시아 사람들인 것 같았는데 외국인을 오랜만에 보니 신기하다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하루하루 몽골 촌놈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가운데 사진은 매점이었다. 스낵을 파는데, 이미 다 팔린 건지 거의 비어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저렇게 포토존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저 포토존에서만 사진을 찍지 않았지...ㅋㅋㅋㅋㅋㅋ


홈페이지에서 그림을 봤을 때 ложа(Lodge)는 2층에 있는 좌석이겠거니 생각하고 예매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бельэтаж(2층)가 2층에 있는 좌석이었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1층 사이드를 둘러싸고 있는 좌석이었음. (러시아어 무식자....ㅋ)


2층도 갔다가 1층도 들어갔다가 여차여차해서 찾아갔는데..

정리되어있지 않은.. 집에 있는 식탁 의자가 막 여기저기 놓여있어서 좀 많이 당황했다.. 음..? 그냥 이렇게 아무렇게나 앉으면 되는 건가?ㅋㅋㅋㅋㅋㅋㅋ


** 몽골에서 공연을 볼 생각이라면 꼭! 무조건! 반드시! 맨 앞자리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뒤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며 과자를 먹어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누가 늦게 들어와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공연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



공연장 실내는 그리 넓지는 않아서 어느 자리에 앉아도 공연은 꽤 잘 보일 듯했다.

공연의 가장 위협요소는 내 가까이에 아이들이 있는가 없는가..... 였다. 껄껄껄


아이들도 즐겨보는 공연이어서 그랬는지, 저어엉말 아이들이 많았다.

공연시간보다 10분, 20분... 심지어 공연 절반이 훌쩍 지나고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먹고 뭐라 뭐라 하면서 엄마를 불러댔다. ㅋㅋㅋ 총체적 난국ㅋㅋㅋㅋ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 한국의 공연과 비교하게 됐다. 작년에 봤던 국립발레단 공연과 계속 오버랩이 됐다. 흠... 무대장치나 장식 등은 감안하고서라도..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그리고 이 생각과 감상은 분명 당시 주위의 상황들로 영 기분이 언짢았던 내 감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 무용수들을 보니 한국의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얼마나 마른 것인지... 확실히 비교가 됐다. 그래서 그들은 더 높이 점프할 수 있었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몸짓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몽골과 한국의 발레에 대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

음, 어쨌든 내가 본 그 사람들은 각각 그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무용수들이었다. 공연장에는 오늘 본 공연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각각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 감탄이 나오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공연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오케스트라의 음이탈 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두 나라의 공연을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수입도 분명히 다를 테고, 어릴 적부터 받는 교육도 많이 다르긴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이들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처음에는 '경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강력한 치맛바람과 치열한 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사회라면....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것으로도 뭔가 부족했다.


일류가 된다는 것. 최고가 된다는 것은 엄마의 치맛바람이나 숨 막히는 경쟁에서 살아남아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자는 따라올 수 없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즐기면서 하는 것은 그냥 즐거운 인생. 그 자체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과는 경쟁하는 게 아니다.

 

진짜 '꾼', 프로는 주위의 칭찬이나 기대, 빵빵한 지원 만으로는 될 수 없다.

옆에서 보면 스스로에게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지독한 노력과 인내가 프로를 만든다. 이 열정은 누가 심어줄 수 있는 것도, 빼앗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만이 그 열정의 주인이 되어 이것을 다스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존엄하다는 말이 맞다. 그리고.. 아름답다. 또 부럽기도 하다. ㅋㅋ

인생에 한 번은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런 불꽃을 피울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동경만 하고 있다. ^ ^

그런 면에서 나는 운동선수나 무용가 등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세상 가장 존경스럽다. 더 좋은 목표를 위해 식욕을 억제하고 고통 속에서 신체의 한계를 이겨내는 사람들! 멋지다.


그러므로 이는 각각 발레단의 실력이라기 보다는 어떤 노력을 하는 개인이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인재를 어떻게 지켜나가는가!


발레 공연하나 보고서 별생각을 다했다.


문제의 티켓과 공연장에서 가장 이뻤던 천장 샹들리에

끝나고 나왔는데 밖이 너무너무 너무 추웠다. 왜 이런 날 장갑을 안 가져왔을까!

가로등에 붙어있는 저 트리가 너무 이뻐서 눈만 내놓고 사진을 찍어봤다ㅋㅋㅋㅋ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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