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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an 11. 2018

이제껏 가장 화려했던 연말파티

종모드 시청 종무식

몽골에서 익히 들어왔던 신질. [шинэ жил: New Year]. 송년회와 신년회를 합쳐놓은 파티 개념이다.

회사나 기관, 학교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함께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파티를 즐긴다.

몽골의 코이카 단원들끼리 신질파티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각자의 놀라운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그동안 들었던 바에 의하면-

1) 신질 때에는 모두들 엄청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온다는 것. 심지어 몇 달치 월급을 투자해 드레스(말 그대로 원피스 아니고 반짝반짝 드레스)를 사고, 이 날을 위해 몇 달 동안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2) 공식적인 파티인 만큼, 밤새도록 보드카를 마시며 춤을 추고 논다는 것.

3) 그리고 그렇게 취한 사람들이 스킨십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며, 자기들끼리도 진한 스킨십을 하니 너무 충격을 받지는 말라는 것.


뭐 이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모드 시청은 12월 28일에 신질 파티를 했다. 다른 기관에 비해 꽤나 늦은 편이었는데, 아마도 연말 마감을 모두 끝내느라 늦어진 것 같았다.

마침 신질파티 다음날인 29일은 몽골 건국기념일이라서 쉬는날!

그러므로 1월 1일까지 쭉 쉬다는 이야기 :)

날짜 한번 참 잘 잡았네~


그리고 신질파티 회비가 있었다....

 무려 6만 투그릭!!!!  띠용 @@

보통 종무식은 회사에서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비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라의 사정이 어려워서였는지 회비를 모아서 파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만 투그릭은 꽤 큰 액수였다.

회비를 내니 이렇게 행운의 번호(?)가 붙어있는 초대장을 줬다. 오호.. 꽤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28일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 4시에 시청에서 모여서 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차 타고 이동한다고? 어디로 가는데..?


당일 4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4시 40분이 다 되어서 출발!

일찌감치 차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한 명 한 명 오는 사람들. 분명 낯이 익은데.. 누구십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진하게 화장도 하고, 머리에는 반짝이도 붙이고... 갈아입을 옷을 짐 한가득 들고 오셨다. 와우!!!

역시 꾸미면 다 이쁘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주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게르 캠프였다.

한적하니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밖은 너무 추웠다.

실내는 꽤 괜찮았다. 이미 세팅이 끝난 테이블과 트리까지... 연말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내가 저 트리 앞에서 몇백장의 사진을 찍게될것이라는 것을...

 나는야 a.k.a 종모드 사진사!


사람들은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2층의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에그치(=언니, 아줌마)들은 각각 소파를 하나씩 잡고서 가져온 드레스를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방안에 누가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으면서 갈아입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재미있었다.


종모드 시청 직원과, 시의원 관계자들, 그리고 전직 시장 등이 전체 6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파티를 즐겼다.

숫자가 적힌 종이를 뽑아 테이블을 정했다. 나는 2번! 내 전 코워커인 오로나도 옆에 같이 앉았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아하(=오빠, 아저씨) 한 명까지 해서 8명이 같은 테이블이었다.


마침 종모드 시장(빨간 보타이)도 같은 테이블이어서 나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ㅋㅋ

본격적으로 식이 시작됐다. 시작은 만국 공통인 기관장의 축하인사.

이후 초대가수 2명이 번갈아 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무대로 나와 춤을 췄다.

춤신춤왕. 기관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에그치!

이전부터 눈여겨봤는데,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흥을 정말 잘 뿜어내는 언니였다.

보고만 있어도 빨려 들어간다. ㅋㅋㅋ 엄지 척!

테이블에 이상하게 생긴 게 뭔가 봤더니 이쑤시개 통이었다 ㅋㅋㅋㅋ

몽골 사람들은 치아가 건강하지 않아서 식후에는 항상 이쑤시개를 사용한다. 흠.


세 번째 사진은.. 이건 뭔가 싶겠지만,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시장의 잔잔한 애정이 담긴 사진이라고 해두자.

귀여운 빨간색 보타이를 맨 시장은 내가 이쑤시개 통을 보고서 신기해하니까 더 신기한 게 있다며 포크 두 개를 겹쳐놓고 사이에 이쑤시개를 꽂아서 저렇게 보드카 병 위에 올려놓았다.

우왕 신기하다!!라는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이후로 몇 번이고 저 묘기를 보여주셨다. 껄껄껄

우리 테이블 사람들과 포토존에서도 한컷 남겨보았다.

말로만 들었던 겨울 할어버지가 뒤에 요정 두 명을 데리고 등장했다. 오예~!

처음에는 흰 옷 입은 산타인줄 알았다 ㅋㅋ그래서 밥 먹다가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카메라 들고 뛰쳐나갔다. ㅋㅋㅋㅋㅋㅋ


산타할아버지는 우선 몇 명을 호명해서 선물을 나눠주고 다시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코이카 단원도 불러줘서 나가서 선물 받음! 올레~~ 신나게 뛰어나갔지롱! 그래서 난 선물 2개 ㅋㅋㅋㅋㅋ휘바휘바 :-)

선물은 바로바로바로 과자 선물세트!

마트에서 종종 보면서 갖고 싶었지만, 내가 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 참았는데 산타 할아버지한테 두 개나 받았다 ㅋㅋㅋㅋ이때부터 이 자리가 더 재밌어졌다.


이어지는 게임~ 한국에서 하는 술 게임 비슷했는데 약간 선정적이었다.

각 테이블마다 남녀 한쌍씩 나와서 의자 위에 앉아있는 남자 무릎 위에 A4용지를 놓고 그 위에 여자가 앉아서 종이를 구기는 게임이었다. 종이가 가장 많이 구겨진 팀이 이기는 것. 허허허

이게 뭐지.. 황당했는데 너무 천진난만한 미소로 게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후에는 우수직원(?) 뭐 이런 시상을 진행했다.

춤추고 놀다가 밥도 먹다가(식사는 꽤 잘 나왔다. 애피타이저부터 고기와 생선가스까지 정말 많이 나왔다) 시상도 하고 게임도 하고 다시 나와서 춤을 추고....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술을 많이 강요하지는 않았는데, (어쩌면 내가 이미 적응한 것일 수도 있겠다) 평소처럼 종이컵에 안 주고 술잔에 조금씩 주니 보드카를 마시기가 훨씬 수월했다. 시도 때도 없이 테이블 사람들끼리 일어나서 건배를 하는데, 외국인이 먼저 마셔야 다음 사람들도 마신다며 파도타기도 하고 원샷도 하고 다양한 건배를 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던 웨이터는 잔이 비어있틀 때마다 술을 채워뒀다. 정말 성실한 웨이터 칭찬해.

 

다행히도 테이블에 보드카를 나보다도 못 마시는 언니들이 많아서.. 나는 아주 잘 넘어갔다. (그래도 10잔은 마신 듯-) 데헷 :^D

우수 직원상을 받은 체체게 에그치와 수위 아저씨의 댄스타임 ㅋㅋㅋ수위 아저씨는 춤을 진정으로 즐기셨다!

보고만 있어도 즐거웠다 ㅋㅋ 춤을 잘 못 춰도 음악에 몸을 맞춰 흔들흔들하다 보면 기분이 좋다 ㅋㅋㅋ


어느 순간

몇 명의 에그치들이 드레스를 갈아입은 것을 발견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사랑토야 에그치 흰색 드레스였는데, 검은 드레스로 분위기를 싹 바꿨다. 사랑토야 에그치 말고도 여기저기서 옷을 갈아입은 게 보인다. 이렇게 또 드레스를 여러 개 갈아입는 것은 처음 들었네. 정말 한껏 멋을 부리심 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 순서로 경품 추첨을 했다.

선물은 정말 다양했다. 정수기, 찜기, 믹서기, 전기포트, 셀카봉, 등등 생활용품에서부터 100만 투그릭, 가정용 인터넷 쿠폰 등의 각종 교환권까지..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은...... 말, horse, морь.. 그 말이었다.!!!!!

말 한 마리를 선물로 주다니!! 몽골 클라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아하가 그 말을 받아갔다 ㅋㅋㅋㅋㅋㅋ세상부럽..


우리 테이블에서는 4명이나 선물을 받았다. 다 같이 선물 받자고 일어서서 건배를 한 효과가 있었나 보다. 히히

나는 정수기, 전 코 워커였던 오로나는 가정용 인터넷 교환권, 그 옆에 있던 에그치는 찜기, 그리고 말까지..

진짜 여기서 말을 선물로 받는다면... 신질파티도 와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ㅋㅋㅋㅋ

그렇게 경품 시상까지 하고 나니 공식 일정은 거의 끝났고, 어느덧 시간이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겠다 생각하던 틈에 종모드로 들어가는 차가 있어서 후다닥 짐을 챙겨 집으로 먼저 귀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유쾌했던 신 질파 티였다.

다음날, 카메라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고 보정해서 올리고나서야 2017년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허허허

코이카로, 몽골로 꽉 채워진 2017년을 가장 몽골사람처럼 즐겼다.


Happy New Year~  

Шинэ онны мэнд хүргэ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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