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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y 01. 2018

테를지에 눈이 내리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테를지에 다녀왔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몽골에서 '여성의 날'은 몇 안 되는 공휴일 중의 하나다. 여성의 날에는 'mother's day'도 포함된다. 

그리고 남성의 날은 3월 18일 '군인의 날'에 기념한다.

전날 시청에서는 여자 직원들에게 장미꽃과 선물 등을 주면서 축하를 했다. 

그리고 당일에는 여자들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아주 신나게 논다고 했다. 


올해는 여성의 날이 목요일이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휴가를 쓰고 가까운 테를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울란바타르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강과 숲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라 몽골에 방문한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몽골 사람들도 자주 들리는 휴양지이다. 그런 만큼 사람도 많고 게르 캠프도 많다. 


우리는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테를지 뱜바 아저씨네 놀러 가기로 했다.

뱜바 아저씨네는 테를지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 중에서 비교적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지만 사람도 없어서 편안하게 즐기다 올 수 있는 곳이었다.


테를지 호텔에서 뱜바아저씨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꽁꽁 얼은 강 위로 호인이 나타났다.

뱜바 아저씨가 소달구지를 타고 오고 계셨다! 대박사건 ㅋㅋㅋㅋㅋㅋㅋ소달구지라니..

첫인상부터가 너무 좋았다 :)

한국에서도 타보지 못했던 소달구지를 여기서 타게 될 줄이야!!

사실 달구지를 끄는 이놈은 소가 아니다. 소와 야크의 교배종인데 이름을... 까먹었다 ;;

유창하지는 않지만 말을 이쁘게 하는 뱜바 아저씨-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지만, 뱜바 아저씨처럼 말을 이쁘게 구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미 한국어는 글렀고.. 외국어라도 듣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쁘게 들렸으면 좋겠다! 

뱜바 아저씨네는 말이 정말 많았다. 양이나 염소는 없고 말과 소만 기른다고 했다.

몽골의 말들은 확실히 한국에서 봤던 말들보다는 길이가 짧다. 

말들은 어디를 가던지 항상 같이 몰려다니는데 말은 쉽게 외로움을 느껴서 무리를 지어 다녀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한다. 


한밤중에 혼자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밝은 달이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낮게 깔린 구름은 모두 사라지고, 완전한 어둠이 내린 그곳에서 저마다의 생명이 각기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내보이며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 가운데로 나가자 그것들이 일순간 대화를 멈추고 나의 존재를 지켜봤다.

그들의 본모습을 나에게 감추지 않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묘하다 미묘해.

다음날은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했다. 그래서 말을 타고 저 멀리 산에도 올라가고 넓은 들판도 다녀왔다.

그렇게 여유 있었던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저 멀리서부터 달구지를 끌고 오는 뱜바아저씨-

그리고 달구지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뱜바아저씨의 손녀도 함께 했다.


이번 여행으로 자연이 나에게 본인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 보인다고 느껴졌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인디언들처럼 나도 자연과 함께 교감하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겨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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