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머리가 터질 것 같아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여행 준비!!
코이카 일반봉사단원들은 2년의 임기 동안 3주의 국외 휴가가 주어진다.
이 휴가는 파견 후 1년 뒤부터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2번에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코이카 2년 중 가장 꿀 같은 시간이랄까-
몽골의 경우 많은 단원들이 이 휴가를 이용해 한국에 다녀온다.
비행기로 겨우 3시간 반이니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개도국에 살다 보니 흙먼지가 얼굴을 때리지 않고, 검은 배기가스 없는 선진국에 가고 싶었다.
한국은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껄껄껄
어디가 좋을까.. 여기저기를 고민하다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 가기로 했다. (사실 몽골에서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직항도 많지 않고, 비행기 값도.. ㄷㄷㄷ)
은혜 언니와 기온 선생님까지 합류해 셋이 뭉쳐서 다녀오기로 했다. 4명이면 딱 좋은데 이렇게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ㅠ
가장 먼저 여행 날짜를 정했다. 우리의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몽골에 도착하는 것
2. 러시아는 몽골보다 더 추울 테니 겨울이 오기 전에 가자!
(하지만 이것은 단단한 착각이었다. 고도가 높은 몽골이 훨씬 춥다).
3. 보통 8월에 열리는 현지평가회의 날짜가 겹치면 휴가 승인이 어려울 수 있음.
(하지만 올해 현평은 7월 말이었음)
4. 작년 겨울에 미리 티켓을 구매해 놓은 미레와 다른 일행의 휴가에 겹치지 않게
(결국 이들의 휴가는 현평과 겹쳤다)
이러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한 끝에 8월 12일~ 9월 1일로 날짜를 결정하고 휴가 신청까지 완료!
하지만 3주 내내 러시아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마침 모스크바에서 주변국을 돌아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주변 곳들을 탐색했다.
처음 계획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로 2시간 걸린다는 핀란드를 생각했으나, 계획을 바꿔서 동유럽 고고!
마침 아는 동생이 나와 날짜가 겹치게 부다페스트를 여행할 계획이어서 함께 만나기로 했따!! 야호 야호!
우리의 이동 루트는 아래와 같은데,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 돌아다녔다.
1. 다르항 (몽골)-> 울란우데 (러시아) : 택시
2. 울란우데 (러시아)->모스크바 (러시아) : 기차
3. 모스크바 (러시아)-> 비엔나 (오스트리아) : 비행기
4. 비엔나 (오스트리아)-> 부다페스트 (헝가리) : 버스
5. 부다페스트(헝가리)->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 비행기
6.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모스크바(러시아) : 기차
7. 모스크바 (러시아) ->울란바타르 (몽골) : 비행기
탈 것과 관련해 워낙에 화려한 과거가 있기도 하고, 특히나 이번 여행은 시차가 뒤죽박죽...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을까, 기차를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워낙에 여기저기를 다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엑셀표를 만들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고, 하나하나 칸을 채우며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이 교통편 예매!
1) 러시아-> 몽골 항공권 구매
먼저 러시아에서 몽골로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구입했다.
비행기는 여러 달 전부터 티켓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휴가 신청을 한 후에 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 SVO (0831 19:00) -> 울란바타르 ULN (0901 06:00) - 에어로플로트 $378.10 (보험 포함)
2) 시베리아 횡단 열차 티켓 구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보통 출발 날짜로부터 45일 전에 예매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정말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하나씩 정독하면서 우리가 탈 열차를 정하고 스케줄을 확인했다.
타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예매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철도회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재를 하거나 2) 대행사를 통해 결재하는 것.
우리는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www.rzd.ru)에서 날짜에 맞는 열차를 찾았다.
우리의 목표는 가장 시설이 좋다던 001 열차!! 마침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 13일에 울란우데를 거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001편 열차가 있었다. (열차를 직접 타보니 이 열차가 진짜 대박이었다. 24시간 에어컨 가동, 샤워 가능, 전자렌지 사용 가능, 한 칸마다 콘센트 있음 등등..)
좌석을 선택하고 결재를 시도했다.
그. 러. 나.
어떤 카드를 써도, 뭘 어떻게 해도 절대 결재가 완료되지 않았다.(핸드폰 어플도 있는데, 어플에서도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8월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여름방학 동안 여행을 다녔던 대학생들이 유럽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용하기 때문에 기차 티켓이 금세 매진된다고 한다.
실제로 결재를 시도하는 동안에 좌석이 쑥쑥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No way!!!!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백 번을 시도하다가..... 결국 대행사 홈페이지(www.tutu.ru)에서 결재를 완료했다.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가 종종 결재카드를 랜덤으로 받는다고 한다. ㄷㄷㄷ.. 그러니 결재가 안된다면 약간의 돈을 더 주고 대행사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정말로..)
Ulan-Ude Station (8월 13일 출발) -> Yaroslavskiy Station (8월 16일 14:13 도착) -시베리아 횡단 열차.: $200
열차는 출발 날짜와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른다고 들었는데, 티켓 오픈 후 바로 구매하는것이 아니면 가격차이는 크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원하는 좌석이 없을 수도 있으니... 그것만 주의하면 될 듯-
+ 저 대행사 사이트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열차도 예매했다.
3) 동유럽 다구간 항공권 구매
이것도 역시 미리 해서 조금 더 싸게 한 듯.
모스크바->비엔나 / 부다페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 구글 플라이트(Google Flight)에서 예매 (약 $218)
저가를 찾다 보니 비행기 시간이 난감했다. 러시아에서 출발할 때는 새벽 4시,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올 때는 아침 7시 비행기였다.. 하하하
그래도 우리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고 잘 타고 이동했다.(하지만 앞으로는.. 하지 않으리)
내 아이디로 검색만 하다가 결재는 다른 사람 것으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네가 검색한 구간의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계속 메일이 왔다.
(마지막에 내가 이 여정의 항공권을 확인했을 때는 $318까지 올라갔다.)
비행시간은 각각 2시간 정도였다. 2시간이라니.. 여기서 다르항도 채 못가는 시간에 우린 러시아에서 비엔나로 이동했다.
4) 비엔나->부다페스트 플릭스 버스
비엔나에서는 플릭스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다.
비엔나에서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를 달리면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유럽 내에서는 버스로 다 이동할 수 있는데, 플릭스 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주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www.flixbus.com)
이것도 미리 예매할수록 가격이 저렴했다. 버스도 쾌적하고, 길을 달리면서 수도에서는 보지 못했던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했다.
이렇게 이동수단을 모두 예매한 후 다음 순서는 숙소를 예약하는 일.
역 혹은 공항에서부터 이동하기가 편한 곳, 그리고 도심으로부터 접근성이 좋은 곳 등을 고려해서 부킹닷컴(www.booking.com)에서 찾았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두 호스텔에서 묶었고, 비엔나와 부다페스트에서는 집을 빌려서 머물렀다. 일일이 숙소를 찾아서 결재를 진행하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거의 하루 만에 다 끝냈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예매한 후, 일사천리로 진행한 끝에 6월이 가기 전에 이동수단과 숙박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출발하기 하루 전에 후다닥 도시별로 시티투어버스까지 예매하고 길을 떠났다.
이상이 우리가 여행 떠나기 전에 했던 예약 내용.
*시티투어버스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각 도시에 가면 바로바로 결재를 할 수 있다.
각 도시마다 2~3개의 회사가 있고, 각각 한국어 지원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가서 그날 날씨와 시티투어 루트 등등을 고려해 직접 구매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동경비 - 약 900$
숙 박 - 약 250$
식비 및 기타 - 약 800$
개인경비 - 약 500$
총- 2500$
이 정도면 3주 여행으로 매우 알차게 다녀온 듯! 배낭여행이라 쇼핑을 많이 하지 않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숙식을 알아서 해결하면서 지출이 많지 않았다. :)
이번 여행에는 캐리어가 아니라 배낭을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기도 하고 이동이 많기 때문에 배낭이 편할 것 같았다.
마침 페이스북을 보다가 그레고리에서 8월부터 여행을 계획 중인 여행자들에게 이번에 새로 출시한 배낭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일정이나 뭐 그런 것들이 너무 잘 맞아서
'나 여행 갑니다!!' 하고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덜컥 당첨이 됐다 ㅋㅋㅋㅋㅋㅋㅋ 오예 오예
게다가 7월 말에 한국에서 몽골로 놀러 오는 지인이 있어서 가방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굿 타이밍
Gregory Deva 60L.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이었다. 꺄울 >_<
기존에 쓰던 것은 몇 년 전에 윤주랑 동남아 배낭여행을 준비하며 샀던 Travel mate 45L.
이걸로도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넉넉하게 했었지만 이번에는 옷도 두껍고 짐도 많을 것 같아 좀 더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고고!!
3주 동안 여행하기에 배낭은 아주 적절했다. 사이즈도 크고 수납도 정말 많아서 여기저기 잘 쑤셔 넣고 다녔다.
이것저것 다 넣으면 배낭이 12킬로 13킬로 정도였는데, 허리띠랑 가슴띠를 하면 체감 무게가 훅 줄었다. 정말 다행..ㅋㅋㅋㅋㅋㅋ
역시 짐 싸기는 출발 전날에 하는 거다.
우선 빨래를 다 해놓고, 리스트를 작성한 뒤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 몽골스타일로 여행을 다녔더니 짐을 싸는 것도 몽골 식이었다. :(
저렇게 가져간 것 중에 안 가져가도 됐을 것들이 많았다 ㅠㅠ 너무 몽골에 물들었어... 절레절레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던 국외 휴가가 하루하루 다가왔고, 우린 막 길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