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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Sep 22. 2018

[배낭여행]  몽골 탈출기_시베리아횡단열차

1.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 여행의 서막

드. 디. 어 그 날이 왔다.

우리의 공식적인 출발지는 다르항.

전날까지 부랴부랴 짐을 싸고 그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다르항으로 향했다.

다르항으로 올라가는 길. 유난히 하늘이 이뻤다.

다르항 가는 길. 기사아저씨가 거침없이 운전을 하셨다.

다르항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기차에서 먹을 식료품을 샀다.

햇반 12개, 육포, 컵라면 등을 사고 집에서 밑반찬(김치 통조림, 장조림, 오이지, 멸치볶음)과 뜨거운 물에 타 먹는 인스턴트 국, 차, 커피 그리고 과자, 쪼꼬렛 등의 군것질 거리를 챙겼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매 끼니마다 밥을 사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든든하게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햇반과 군것질거리들은 횡단 열차에서 다 먹지 못하고, 유럽까지 가서야 다 먹을 수 있었다. 껄껄껄


우리는 다르항에서부터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울란우데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몽골에서 울란우데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버스 : 울란바타르 드라곤 터미널 출발. 울란우데까지 12시간. (울란바타르에서 다르항까지는 약 4시간)

2. 기차: 울란바타르 기차역 출발. 울란우데까지 24시간.

3. 택시: 다른 단원의 경우 다르항에서 울란우데까지 약 7시간 정도 걸렸다고 함. (그때그때 다른 듯)


다르항에서 울란우데까지는 약 360km. 구글맵에 따르면 차로 약 5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국경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 국경에서는 개인 소지품을 하나하나 다 검사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경을 통과하는데만 누구는 빠르게 3시간, 누구는 7시간이나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동수단은 각각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답일 듯-


12일 새벽 6시 다르항 출발


다르항->울란우데

택시 1대를 빌리는데 24만 투그릭, 여기에 기름값 2만 투그릭을 따로 줬다.

전날 밤까지도 처음 연락했던 아저씨에서 어떤 아줌마로, 또다시 어떤 아저씨로 운전기사가 계속해서 바뀌었다. 우리.. 출발할 수는 있겠지?




# Day 1.  천사를 만났다.


다음 날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오신 아저씨는 스타렉스 같은 엄청 큰 차를 가져오셨다. 와우! ㅋㅋㅋ

아저씨는 몽골-러시아 국경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차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국경 검색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유후

몽골 국경을 지나 러시아 국경으로 건너가니 바로 노란 머리 파란 눈의 러시아 사람들이 뙇!! 

러시아 말 1도 못 알아듣겠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러시아 말을 할 수 있어서 별문제 없이 국경을 넘었다. 

정말 아저씨는 이날 우리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어주었다 ㅋㅋ


비행기에서나 쓰던 입국 심사서를 차에 앉아서 썼다.

이렇게 국경을 넘으니 오전 9시가 채 안됐다.

다르항에서 국경까지 약 2시간, 국경을 넘는데 1시간밖에 안 걸렸다!! 야호

재미있었던 것이 국경을 넘자마자 까맣게 깨끗한(?)- 구멍이 없는 아스팔트 길이 주욱 깔려있었다. 

와.. 그 승차감이란..(감동) 정말 오랜만에 덜컹거림 없는 길을 몇 시간 동안 달렸다.

외부의 풍경은 몽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너무너무 너무 넓어서(몽골보다 훨씬 더-) 마을도 매우 뜨문뜨문 있었고,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길이 편해서(?) 차에서 한숨 자고 나니 벌써 울란우데 도착.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아저씨는 우리를 데리고 중앙시장에 가서 환전하는 것도 도와주고 유심칩을 사서 개통하는 것도 손수 다 도와주셨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첫날부터 여러 번 머리를 쥐어뜯었을 듯..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았는데, 울란우데에서는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다음날 기차 타러 가는 길에 택시 예약까지 다 도와주시고서 떠나셨다. 

우린 여행 시작부터 천사를 만났다.



러시아에 대해 일자무식이었던 나.. 러시아가 공화국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_-

러시아의 85개 행정구역 가운데 22개는 공화국이라고 한다.

우리의 출발지였던 울란우데(Улан-удэ)는 22개 공화국 중의 하나인 부랴트 공화국(Буряад Республика)의 수도였다. 


울란우데는 여기가 러시아인지 몽골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몽골과 비슷했다. (지역 이름도 몽골명)

알고 보니 울란우데에는 몽골인의 후예인 부랴트 족이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부랴트 공화국의 국기에는 몽골 국기에 있는 것과 똑같은 소욤보 무늬가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울란우데 시가지로 나가 밥을 먹고 살짝 둘러보기로 했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소비에트 광장에 들러 레닌 동상을 봤다. 정확히 말하면 레닌 두상.. 아 레닌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_~

소비에트 광장 주변에는 관공서들과 학교, 박물관, 공연장 등이 모여 있었다. 레닌 동상에서 중앙 분수대를 거쳐 개선문을 지나면 아르바트 거리로 내려갈 수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상점과 기념품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기념품 상점이라고는 해도 몽골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패스-


우리는 Galaxy shopping mall 옆에 있는 스카이 타워(이름은 정확하지 않음) 10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는 우리보다 먼저 울란우데를 다녀온 단원이 추천해준 곳으로, 울란우데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운지 식당이었다. 

러시아의 대표 요리인 샤슬릭(Шашлык, Shashlik)을 고기 종류별로 시키고 연어샐러드와 후식으로 브라우니까지 먹었다. 우리 중에 아무도 음식 사진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음슴.


여행 내내 우리는 사진을 찍기 전에 음식을 다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소나기가 한차례 시원하게 지나갔다. 비 온 뒤 하늘이 아주 화창하다.

아르바트 거리를 다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었다.

뭐가 맛있을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기본이 답이다. 근데 정작 내가 뭘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음..

어차피 숙소에 가도 특별히 할 일은 없고, 내일부터는 내내 기차에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비에트 광장 옆의 중앙 분수에 한참을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분수도 봤다. 

저녁 8시가 지나니 분수에서 조명과 음악까지 나왔다 :)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켓에 들려 과일과 식료품을 이것저것 구매했다. 러시아는 슈퍼도 정말 이질감이 없었던 것이 몽골에서 보던 것들이 다 러시아에 고대로 있었다. 왜냐하면 몽골은 식재료고 뭐고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이지.


가방 가득 과일과 과자 등을 담고서 숙소로 향했다.

둑은둑은 내일이면 진짜 기차여행 시작이다.



 # Day 2~5.  자, 이제 시작이야 (feat. 하루 26시간 실화냐)

울란우데역 들어가기 전 - 대합실 - 기차타는 곳
Train 001M Vladivostok-> Ulan ude-> Moscow(trasit) Yaroslavskiy Station
Car no. 7, 3rd class, Seat 1,2,3 (1 upper, 2 lower)
13 Aug, in 04:08 (09:08 local time)-> 16 Aug, in 14:13  -  3 day 10 hours 5 minutes.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준비해준 조식을 먹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예약한 내역에 따르면 기차는 오전 9시 8분에 출발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미리 역에 가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출발시간은 8시 50분이었고, 기차는 45분이 다되어 역에 도착했다.

(프린트해 온 기차 예약서를 기차표로 교환해야 하나 싶어 미리 기차역에 가서 확인을 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역에서 승차권을 바꾸거나 할 필요 없이 메일로 보내준 예약 확인서를 프린트해서 기차에 탈 때 여권과 함께 보여주면 된다)

 

안전빵으로 역에 8시쯤 도착했다. 하지만 기차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지루했다. 허허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엄청난 짐을 들고 모였다. 각각의 캐리어를 가지고 온 가족도 있었고, 엄청 큰 박스와 짐보따리를 들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몽골에서 비슷한 열차를 타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3등실로 자리를 잡았다. 2등실은 4명이서 타고 문을 닫을 수 있는데, 일행이 4명이 아니라면 2등실보다는 3등실이 더 안전했기 때문이다. (누가 들어올지 알 수 없음)

그리고 좌석도 차장실과 가장 가까운 맨 앞칸으로 잡았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은 꽤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차를 타면 각 좌석마다 시트가 담긴 비닐봉지를 준다. 이불 시트, 베개 시트, 그리고 작은 수건이 들어있다.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가방을 의자 밑에 넣고 짐을 정리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작은 박스에 담아 테이블 밑에 두고 쓰레기봉투도 만들고 자주 쓰는 것들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다른 열차에서 봤던 것처럼 짐을 넣는 수납공간이 의자를 뚜껑처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자 밑에 짐을 밀어 넣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라면 캐리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열차의 전체 구조를 살펴보면 입구의 계단을 올라 열차로 들어오면 바로 차장 언니가 머무르는 방이 있고 그 옆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다. 그리고 문을 통과해 객실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침대가 좌라라락 놓여있고 맨 끝에 화장실이 2칸 과 화장실 맞은편에 쓰레기통이 있다. 화장실 칸을 지나서 나가면 다른 열차로 향하는 통로가 나온다.

화장실은 꽤나 쾌적한 편이었다. 차장 언니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수시로 화장실 청소를 했기 때문이다.

변기의 물은 바로 기차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매우 컸다. 화장실 앞칸은 사람들도 자주 드나들고 시끄러워서 비추.

짜잔~ 우리 열차에는 샤워실이 있었다 >_<

1등석은 샤워실이 있기 때문에, 1등석이 함께 가는 기차라면 샤워실이 있을 것.

어느 후기에서는 최신식 열차였는데 샤워실이 없었다는 후기도 읽어서 코펠도 가져가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하지만 쓸모가 없었으므로 기쁘게 넣어뒀다.

한 사람당 150 루블을 내면 샤워 가능. 야호 야호!! 샤워하기 전에 미리 차장 언니한테 말해서 스케줄을 보고 예약을 한 후 샤워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열차는 24시간 에어컨이 나왔다. 그래서 땀도 안 나고 아주 보송보송했다. 열차 가운데는 에어컨이 많이 나와서 좀 춥다고 했는데 우리는 맨 끝 자리여서 춥지 않고 선선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너무 쾌적한 것 아닙니까? ㅋㅋㅋㅋ

기차를 예매할 때 보면 이 기차가 어느 역에서 몇 분 동안 서는지 정리되어 있는 스케줄표가 있다.

열차 생활에서는 이 시간표가 매우 중요하다. 기차가 정차할 때가 하루 종일 먹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나가서 바깥공기를 쐬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차 내에서는 금연이라 이때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서 다시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 줄담배를 피운다. 


우리(정확히는 은혜 언니가)는 인쇄해 온 이 스케줄표를 붙여놓고 지나간 역에 하나씩 밑줄을 쳤는데 우리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종종 다른 사람들도 와서 스케줄을 확인하곤 했다. 히히


열차 번호를 써 놓은 표지판 옆에 어느샌가 차장 언니가 꽃을 가져다 놨다. 꽃 향기가 참 좋았다.



기차에서도 우린 참 잘 먹었다.

워낙에 가져간 식량도 든든했고, 중간중간 기차가 정차할 때 내려서 이것저것 잘 사먹었다.

차장 언니 방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려서 컵라면, 된장국 그리고 밑반찬들과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과자도 먹고 빵도 먹고... 냠냠쩝쩝


집에서보다 더 잘 챙겨 먹은 듯-  그리고 심심하면 군것질을 하고 차를 마셨다.(이 말은 항상 뭔가를 계속 먹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중간에 사 먹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삶은 달걀, 피로스키 (러시아식 크로켓), 소시지 빵, 튀긴 생선, 요구르트, 인스턴트 으깬 감자, 각종 과자 등..

뭐 하나 실패한 것 없이 다 맛있었다. 그래서 기차에서 내릴 땐 얼굴이 더 커져 있었다.


이 중에서도 인스턴트 으깬 감자는 처음 보는 것는데,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길래 우리도 사서 먹어봤다. 작은 컵라면 모양의 통에 감자 가루가 들어있다.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으깬 감자가 완성됐다. 간도 잘 되어 있고, 뜨끈한 것이 귀찮을 때 한 끼 끼니로도 참 좋을 듯했다. 집에 한 상자 사가고 싶었는데, 막상 집에 갈 때가 되니 다 잊어버렸다.

열차에는 식당칸도 있었다. 하루 종일 앉아있으려니 느무느무 심심해서 식당칸 투어를 했다.

식당칸에는 약 10팀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온 김에 점심 먹고 갈까? 해서 앉으니 메뉴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기 때문에 메뉴를 천천히 정독했다. ㅋㅋㅋㅋㅋㅋ

딱히 배가 고파서 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열차 생활 동안 배가 고팠던 시간이 1초도 없었던 것 같다) 샐러드랑 감자튀김(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구운 감자가 나왔다)을 먹었다. 우리가 모두 아는 맛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사진은 없음..



울란우데에서 모스크바는 5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자다가 잠깐 깨서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좀 더 자도 되겠다 하고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5시.... 덜덜덜 시간이 절대 가지 않는다. 이런 생활이 2일이나 반복됐다.

첫날은 1시간, 둘째 날과 셋째 날은 2시간씩 시간이 늘어났다. 가뜩이나 여유로운 일상인데 누가 시간을 덤으로 막 얹어주는 것 같았다. 화투라도 가져올걸...

 

그래서 이 시간 동안 나는 주로 창 밖을 보다가(이것도 첫날만 하고 말았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일기를 썼다. 그리고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기차에서 아이패드에 넣어간 여행책 2권과 <시라노>를 읽었다. 여행책은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그냥 읽었는데, 시라노는 정말 재미있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노트에 적기도 했다ㅋㅋㅋㅋ(나름 낭만을 찾으려 노력함) 

그리고 시라노를 다 읽고 다시 <장미의 이름>을 시작했다. 이때 물꼬가 터져서 결국 여행 끝나고 이 책을 다 읽었다!! 짝짝짝!


그리고 누가 탈까 그렇게 궁금해하던 우리 칸의 마지막 한 명. 

'일리나'는 32살의 키가 매우 크고 마른 러시아 언니로 사회학자라고 했다. 작년에 결혼했는데 남편은 수학자이고 현재 둘 다 대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일리나 언니는 불교 신자라서 울란우데에서 불교 집회에 참석했다가 예카테린부르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실제로 언니는 자기 전에 불경처럼 보이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그런 의식(?)을 하는 듯했다.

다행히 일리나가 영어를 해서 러시아어 통역도 해주고 이래저래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우리방(?) 사람들과 차장언니

그리고 세상 매력 있었던 빨간 머리의 차장 언니가 있었다.

우리가 러시아말을 공부하자 와서 발음도 고쳐주고(정말 끝까지 계속 고쳐주려 해서 마음이 조금 어려웠다)

쪼꼬렛도 나눠먹으면서 친해졌다. 처음에는 웃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차장 언니 웃을 때 보니 아주 깔깔깔깔 호탕하게 웃으셨다. 중간에 기차가 정차할 때 우리가 나가서 놀고 있으면 이제 곧 기차 출발한다고 들어가라고 하는 등 이런저런 것으로 많이 챙겨주셨다. 사소하지만 잊지 못할 감동 ㅠㅠ

첫날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칼 호수를 지나갔다. 이것이 바로 바다열차?! ㅋㅋㅋ

기차는 바이칼의 아주 일부분을 끼고 돌아가는 것이었는데도 창밖으로 호수가 몇 시간이나 보였다.  

그리고 창 밖을 보다 보면 그냥 알 수 있었다. 여기 진짜 시골이다. 몽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냥 시골. 허허

일리나 언니도 우리가 이 모습만 보고 러시아가 이렇구나.. 생각할까 봐 그랬는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정말 다르다며 몇 번이나 말했다.
문득 한국처럼 나라 전체가 도시화가 된 곳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골에 가도 전기가 들어오고 물이 나오고 인터넷이 빵빵 터지는 나라.

미레 말대로 우리는 너무 편해진 나머지 더 불편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베리아 열차를 타면 한 번씩 사용한다는 저 컵. ㅋㅋㅋ우리도 저 컵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차를 마시려 하는데 일리나 언니가 커피에 설탕 대신 꿀을 타 먹는다며 우리도 그렇게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아메리카노를 하나씩 타서 꿀을 넣었는데.. 아 이래서 설탕이 아직까지도 모두의 사랑을 받는구나 싶었다. 일리나 언니는 진짜 건강식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하하하  (실제로 러시아 사람들은 설탕을 엄청 먹는다. 어딜 가나 각설탕이 항상 구비되어 있고, 차를 우려 마실 때에도 각설탕을 2~3개씩 넣어 마셨다)


우리는 화장품, 미의 기준, 월급, 집값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언어가 통하는 만큼만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과는 사뭇 달랐던 러시아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언니는 우리와 이틀을 함께 지낸 뒤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내리고 그 빈 자리는 2명의 사람이 거쳐갔다.

한 아저씨는 2층에 올라가서 잠만 자다가 바로 내렸고, 한 아줌마는 새벽에 기차에 타서 모스크바에서 내렸다.


정말 시간이 안 간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어느새 우리는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오면서 다시 짐을 재정비하고 나갈 채비를 하니 살짝 겁이 났다. 지금까지는 기차에서 편안하게 쉽게 지냈는데, 이젠 진짜 부딪쳐야 해!! 으으으~~~

당장 기차에서 내려서 숙소까지도 어떻게 가야 합니까?!! ㅋㅋㅋ

그래도 이젠 알았다.

 돈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뭐든 다 할 수 있다. 



Hello, Moscow! Here I come!


기차에서 내리니 흐린 하늘에서 약간 비가 올랑 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차에서 내려서 나가는 길이... 내가 생각했던 기차역과는 달랐다. 그래서 인증샷을 어디서 찍어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ㅋㅋㅋㅋㅋ결국 멀리 가지 않고 그냥 아무데서 찍음.

이 역 인근에 무슨 역이 종류별로 3개가 있었다. ㄷㄷㄷ

러시아에서 많이 쓴다던 얀덱스 택시를 불러서 숙소로 고고! 우리가 택시 부르고서 허둥지둥하고 있으니 친절한 러시아 언니가 너네 도와줄까? 하고 영어로 물어왔다. 러시아는 사람들이 친절하구나! ㅋㅋㅋㅋ

언니 덕분에 어찌어찌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슝슝~



그리고 본격적인 모스크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야지!

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저는 가족들이 몽골에 와서 올해는 가족들과 몽골에서 추석을 보냅니다! 야호 야호! ^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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