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Dec 25. 2018

2세들의 연말 파티

2세들은 연말 파티에서 주로 무엇을 할까?

주로 운다.

2세들은 연말 파티에서 계속 운다.


자야의 막내딸인 2016년 12월 생 둘군(온유 라는 뜻의 몽골이름)이 유치원에서 신질파티를 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걸어 다니는 아가들이 뭐를 한다고.. ㅋㅋㅋ생각만 해도 귀여울 것 같아서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당일 오전 10시부터 시작. 분명 제시간에 시작할 일은 없겠지만.. 시간에 맞춰 카메라를 들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은 자야의 집이 있는 4동에 위치해 있었는데, 코이카 단원들이 파견됐던 1동에 있는 유치원보다는 규모가 작고 시설이 노후됐다. (몽골의 유치원은 생각보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내뿜는 에너지에 활기가 넘쳤다.


건물로 들어가 오늘 신질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벽 위에 데그데헤(병아리)라고 쓰여있었다. 아마 이 아이들이 이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나이라 '병아리반'이었던 것 같다.


신질파티를 위해 온갖 반짝이 실을 천장에 다 붙여놨다.

교실 내부에도 천장에 풍선이며 반짝이 실을 다 붙여놓고 앞에는 신질이라고 써 붙인 커튼도 있었다.

그리고 트리 밑에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준비해 놓은 선물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시작도 전에 우는 아이들

여러 화려한 교실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둘러보다가 정신을 차리니 그제야 아이들이 보인다.

2016년생.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각각 엄마나 아빠, 할머니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이쁘게 치장을 하고 있었다. 드레스를 입고 얼굴과 머리에는 반짝이를 붙이고 공듀 왕관을 썼다.

근데.. 너무 운다-  교실이 온통 아이들 울음소리로 가득 차고 이것이 바로 대환장 파티 ㅋㅋㅋㅋㅋ

자야와 큰딸 앗자야, 막내 둘근




이 와중에 둘근은 울지도 않고 엄마가 와서 좋은지 엄마랑 언니랑 꼭 붙어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에는 기어 다니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율동도 하는 아기가 되었다.

아기들은 막 기어 다닐 때는 귀여운데 이렇게 걸어 다니고 의사표현을 하는 나이가 되면 괜히 괴롭히고 싶어 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30여분간 아이들과 사투를 벌이던 선생님들은 결국 아이들을 다 진정시키지 못하고 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뒤따라 들어오는데 다 같이 울면서 등장하는 당황스러운 모습이 펼쳐졌다.

산타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쥐고 말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계속 울었다.

과연 이 행사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지켜보는데 순간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산타할아버지의 인사말이 끝나고 음악소리가 나오니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잦아졌다.

그리고 몸통을 이리저리 흔들흔들하며 리듬을 탄다. 역시 흥의 민족이다.  

몇몇 아이들이 마이크에 대고 덕담 비슷한 말도 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아이들. 선생님들이 가장 열심히 하신다.


5명의 여자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등장해 새로운 춤을 선보였다 ㅋㅋㅋㅋ

아무도 울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 이들이 이 반의 에이스인 듯했다.  


단체사진. 정말로 이게 최선이었다.

에이스들의 공연까지 끝나고 선물을 나눠주기 전,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산타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세워놨는데..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울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포토제닉-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음이 나오는 사진이다.



이후로 이어진 아이들 선물 증정식.

선생님이 부탁하셔서 한 명씩 산타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어주는데.. 정말 한 명 한 명 다 다르게 귀여웠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괜찮은데 이 아이들과 매일 생활한다고 생각하면.. 절레절레..



모든 순서가 다 끝나고 유치원에서 간식으로 사과와 귤을 나눠줬다.

내내 울다가 사과와 귤을 한 개씩 들고 여유를 찾은 아이들- 후유 =3

그리고 온갖 과자와 음료수가 들어있는 무거운 선물 봉투를 자기 것이라며 저렇게 들쳐 메고 다니고 있다.

내가 빼앗으려고 시늉하니까 내 손을 탁 때린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계속 장난치고 싶잖아~

마지막으로 자야와 둘근의 사진과 이날 백설공주 스타일로 내 눈을 사로잡은 꼬맹이-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신질파티도 잘 마무리됐다.


진짜 극한직업이었던 유치원 선생님.

엄마도 있고 다 있는데 대체 이 아이들은 왜 울었던 것일까.. 집에서 데리고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던 걸까.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다.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끌고 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ㅋㅋㅋㅋ




+ 보나스영상

유치원에서 나와 옆에 있는 보건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사과를 먹지만 바나나를 좋아하는 둘근


나: 이거 뭐야? 너 뭐 먹어?

자야: 이거 뭐야? 이거 뭐지?

둘근: 바나나

자야: 바나나 아니야 사과야. 사과-

둘근: 사과. 사과

자야: 바나나 아니야 사과야.

둘근 : 바나나

자야: 바나나 좋아?

둘근: ㄴㅇㄹ;ㅣㅓ지;ㅂ. 사과-

매거진의 이전글 D-10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