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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Dec 07. 2018

D-100

100일을 앞두고 내가 돌아보게 된 것들-


2019년 3월 15일. 계약 종료.

2017년 1월 2일에 국내 교육을 시작해 약 700일가량을 '코이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다 이제 채 100일이 남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


D-100일. 마침 귀국 안내 메일이 도착했다.

안내 메일에는 이것저것 작성해야 할 서류들과 챙겨야 할 것들 등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와.. 알긴 알았지만 역시나 시간은 참 빠르다.



몽골에서 벌써 3번째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작년에는 다이어리를 사려고 여기저기 헤매고 헤매다가 결국 모닝글로리에서 찾았다.

만년다이어리라 날짜를 일일이 다 써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쓸만한 다이어리가 있다는 것에 진심 감사하다 ㅋㅋ


일정을 다 적어둬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다이어리를 쓰던 것이 습관이 됐다.

다이어리에는 월별 일정과 그날그날 해야 할 일, 간단한 일기, 그리고 뒤쪽 노트에는 그때그때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찾은 좋은 구절 등을 적어놓는다.


당시의 내가 공감하고 좋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놓은 부분을 읽다 보면 그때 내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2017년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사회생활을 접어두고 타지로 혼자 떨어져 간다는 불안함이 컸던 것 같고,

2018년에는 온전히 '나답게 살기'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영월 생활의 추억들이 다이어리에 고대로 남아있다.

30살, 31살.

남들은 한창 일하며 돈을 벌고, 커리어를 쌓을 때 몽골에서 2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보다가 한가지를 찾았다. 가장 큰 소득이라 한다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객관적으로 알게 됐다는 것..?

*코 앞에 닥친 일이 없고, 바쁘지 않고, 근처에 친한 친구가 없으며, TV가 없고 인터넷이 느리면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누구처럼 똑 부러지고, 세련되게 감정을 표현하고, 한다면 한다! 이렇게 강단 있는 사람이고 싶지만, 실제 나는 아주 무르고 흐물흐물한 사람이었다(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매우 서툴러서 금세 으앙 하고 눈물이 터져버리던가 아예 숨겨버린다. (이쯤이면 눈물샘이 조금 말라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태어났을 때부터(?) 천성이 갈등 회피 주의자라서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것을 꺼려했다. 구지 갈등의 상황이 아니어도 나를 꼭꼭 숨기는 것이 계속 이어져 습관이 되었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속을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어쩌면 스스로 이러한 나름의 '신비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를 다 알려고 하지 마!라는 이상한 교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도 다 알 수 있는 내가 아니거늘..)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점들은 나에게 더 마이너스가 되었다.


각자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더 깊은 관계가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나는 그냥 듣기만 하다가 나랑 생각이 조금 다르다 싶으면 슬슬 멀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무난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대신, 내가 발견하지 못한 귀한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놓쳤다.

가끔 대화가 하고 싶을 때, 별일 없어도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 편하게 연락할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더 강한 애착을 갖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 대한 가장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실 써놓고 보면 '이걸 알았다는 것이 뭐 대수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 관찰한 결과로 이와 같은 것들을 알아냈다는 것. 스스로 자각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 하. 하.




혼자 600일 정도 지내면 막 이런 생각도 하고 저런 생각도 하게 된답니다~~

진지충이라고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은 정말 한눈에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내 첫인상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30년만에 알았음).

각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 사람은 저래, 저 사람은 이래, 이렇게 단정 짓기엔 너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하나로 단정 짓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하는 중 -_-


처음에는 몽골 사람들은 다 이래~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이런저런 사람들을 조금 더 알게 될 때마다 계속 달라진다. 애초에 사람들을 그렇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지도.. ㅋㅋ



 Anyway~

이제 곧 이 시간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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