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눈물의 작별인사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몽골에서도 이 날은 공휴일로 지정하고 꽤나 거하게 챙긴다. 작년에는 선물과 장미꽃을 하나씩 나눠줬는데 올해는 뭔가 큰 일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귀국 대기를 위해 3월 5일부터 수도로 나갈 수 있었는데, 3월 6일에 여성의 날 행사(3월 8일은 공휴일이라 미리 땡겨서 행사를 진행했다)에 꼭 참석해달라는 말에 6일에 행사에 참여하고 7일에 수도로 이동하기로 했다.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모든 준비는 시청의 남자 직원들이 도맡아서 했다.
어디서 하는지, 뭘 하는지 물어봐도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 사람들ㅋㅋㅋ 대체 무엇을 하길래?!!
시청에는 아침부터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계단 난간에 풍선을 알록달록하게 꾸며놨다ㅋㅋㅋㅋ
오후가 되니 다들 이쁘게 준비하고 파티에 갈 준비중이다. 절대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사람들.
몽골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낯설다.
5시에 다른 직원들과 함께 오늘의 행사장인 구세군교회 대강당으로 향했다.
남자 직원들이 빨간 넥타이와 보타이 등을 하고서 초대장을 나눠주고 손님을 맞이한다.
다 큰 어른들이 이런 소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다.
실내로 들어가니 시장과 부시장, 사무국장 등의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와인을 나눠줬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빨간색 테이블보에 맥주와 음료, 개인별 샐러드 접시가 서빙되어 있었다-
첫 번째 순서로 남자 직원들이 다 같이 앞으로 나가 무슨 노래를 열창하고서는 장미꽃을 나눠준다ㅋㅋㅋㅋ
많이 준비하셨구나 :-D
다음은 행운권 추첨을 위한 10투그릭 뽑기-
지폐를 한 장씩 뽑고, 각 지폐마다 있는 고유번호 맨 뒤 두 자리가 자기의 번호가 된다.
행사 중간중간 행운권 뽑기를 통해 셀카봉, 다리미, 전시용 마두금, 텀블러 등등 여러 가지 선물을 나눠줬다.
미리 준비된 샐러드와 허르헉을 먹는 동안 뭉흐암갈랑 아하가 가사를 보면서 열창을 하셨다.
시청에서의 마지막 코워커였는데, 순박한 분이셔서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 몽골에서 허르헉은 끝인가 했더니 이렇게 다시 고기를 먹게 되었다.
(근 일주일 동안 매일 매끼 몽골식 고기를 먹고 살이 푹푹 찌고 있었다^^)
중간중간 샐러드도 나눠주시고, 다 먹은 음식은 수거도 바로바로-
이 집 서비스가 좋구만!
어찌나 친절하신지 잔이 비지 않게 한국 소주와 보드카로 잔을 채워주셨다.
이번에 처음 해본 건배식-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모두와 함께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툴루~
대강당이라 특별한 조명은 없지만, 그래도 불을 끄고 나름 춤추는 분위기를 내본다-
언제나 이런 행사에서는 음향을 담당하는 바트뭉흐 아하랑도 사진을 남기기!
한차례 흥겨운 댄스타임을 갖고 다시 이어지는 직원 표창의 시간-
몽골에서는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몇몇 사람들에게 표창을 나눠주더라. 한국에서의 모범장과 같은 느낌!
큰 의미는 없지만 받는 사람들은 그냥 여기에 호명됐다는 것 만으로도 참 기분 좋아하셨다.
그리고 나와 윤선생님에게도 2년 동안 수고했다며 은쟁반에 아롤을 가득 담아서 표창장과 함께 주셨다.
몽골에서도 꽤나 비싼 선물이라 부담이 됐을텐데.. 고마웠다. 그리고 부피가 작은 선물이라 더 고마웠다. 허허(급한 돈이 필요하면 몽골 사람들은 전당포에 이 접시를 맡긴다고 한다)
저렇게 선물을 받으면 접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아롤을 하나씩 권해야 한다.
돌아다니면서 한 명 한 명 포옹을 하며 인사를 하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ㅠㅠ
2년 동안 무탈하게 지낸 것, 별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환하게 인사해주던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웠다.
내가 눈물을 글썽글썽하니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언니들도 눈물을 글썽글썽.. 허허허
겨우 다 돌리고 자리로 돌아오니 이제 우리끼리 포토타임이 시작되었다. ㅋㅋ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얼굴이 죄다 울어서 벌겋게 나와서 그냥 나 혼자 보기로 했다. 껄껄껄
다시 시작되는 행운권 추첨 ㅋㅋㅋㅋㅋ
행운권을 추첨하는데 시장 비서인 시내가 딱 걸렸다!
ㅋㅋㅋㅋ언제나 유쾌한 시내-
한국에서처럼 비슷하게 미션을 줘서 구해오는 게임을 했다.
'남자 직원의 시계를 가져오기', '안경 가져오기', '냅킨으로 새를 접어오기', '제자리에서 열 바퀴 돌고 똑바로 걷기' 등등의 미션을 선착순으로 진행해서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게임.
10여 명의 언니들로 시작했는데 결국은 시청에서 가장 어린 바트 자르갈이 선물을 가져갔다. ㅋㅋㅋ
한국어를 함께 공부하면서 정든 간투구스 언니, 그리고 수위 아저씨와 함께 사진을 찍는 윤선생님.
몽골에서는 어떤 행사가 있을 때 직책에 상관없이 시장 운전기사, 수위 아저씨, 청소하는 언니도 모두 함께한다.
이런 문화는 정말 좋은 것 같다. 파티에서는 너와 나 그냥 함께 즐기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렇게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들 ㅋㅋ
위의 제자리에서 열 바퀴 도는 게임 중에 시내가 발라당 넘어졌다-
아프지는 않은가.. 싶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나서 걷는 모습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ㅋㅋㅋㅋㅋ
이번 행사를 준비한 남자 직원들-
그리고 무대에서 한 명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갑자기 모두가 나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ㅋㅋㅋ
결국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고 무대에서의 사진 찍기는 끝났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사진을 찍고 다시 술을 한잔씩 하고 댄스타임이 시작됐다.
네버엔딩-
내일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저들과 함께 조금 더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종모드에서의 마지막 밤.
갈 때가 되니 하늘에 낮게 떠다니는 구름과 별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 넓은 땅 중에서도 종모드라서, 이 사람들이라서- 참 감사했다.
Thank you for every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