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흔들흔들 방황하는 서른셋의 이야기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비행운>
- 이 글이 인상 깊었는지 나름의 방법으로 머릿속에 저장됐다 ㅋㅋ
1. 역마살의 끝판왕! 그게 바로 나야 나
한국으로 들어온 후 정확히 1년 만에 3번의 이사를 마쳤다.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말을 탄 덕분인 걸까 역마살(驛馬煞)도 레벨 업 된 듯하다.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부모님의 어떤 깊은 뜻(?)이라고 해야 하나, 사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한 일로 인해 3번의 이사를 거쳐 2020년 3월 16일. 딱 1년 만에 지금의 집에 정착했다. 인테리어도 새로 하고, 집도 아늑해서 동생과 둘이 살기엔 안성맞춤!
(난 진짜 평생 효도해야 한다 ㅠㅠ)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당분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도 힘들 것 같으니 이제는 돌아다니고 싶어도 집에만 박혀 있어야 할 것 같다. ^^
2. 공자는 공자고, 나는 나야
공자는 30살을 가정과 사회에 기반을 닦는 '이립(而立)'이라고 했는데...
30이 한참 지난 지금, 난 그 무엇도 해내지 못했구나- 흥!
작년 말에 한국국제협력단 필기시험에서 훌쩍 떨어진 후로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며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지원하고 싶은 직군을 정하고, 자소서도 쓰고, 아주 가끔 면접도 보면서 지내고 있는데, 참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내가 참 어렵다.
사실, 오늘도 어렵게 기회를 얻어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들과 이야기를 할수록 '와! 이거 내가 참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를 어필하지 못했다. 말도 명료하고 조리 있게 하지 못했고, 나 그런 거 잘해요! 내가 바로 이야기 사냥꾼입니다!! 이런 내용을 꺼내지도 못했다.ㅠ 과연 내가 이 사회에서 뭔가를 할 수는 있을까 자신감이 한 단계 내려갔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멍 때리며 자책하는 중이다. 세상에 이렇게 면접이 어려운 것인지, 아니 내가 말을 이렇게 못 하는지 몰랐지.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 회사에서 나오면서부터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내 현실과 상황에 진짜 현타가 왔다. (그래서 브런치 열어서 신세한탄 중)
고등학생 때 전교생 앞에서도 떨지 않고 말하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혹시 이것도 나만의 착각이었나..)
3. 그럼에도 내가 아직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이유
내향적인 집순이가 슈퍼 집순이로 업그레이드되면 아주 우울해지기가 쉽다. 한 주는 일주일에 5번 등산을 가다가 다음 주는 심심할 때마다 입에 뭔가를 막 넣었다. 그래, 이게 정상은 아니지.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 '너에겐 자기 길을 잘 찾아서 갈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런 한마디에 혼자 눈물을 찔끔찔끔 짜면서 힘을 얻고 정신승리를 한다. 껄껄껄
오늘은 얼굴도 한번 보지 못했지만 어떤 연유로 알게 된 분이 원하는 꿈을 꼭 이루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오늘도 다시 한번 '좋은 사람이 되어서 모두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되뇌어본다.
더 부지런해지고, 동기부여 짱짱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 똑같이 면접을 보는 지혜와 각자 면접을 끝내고 만났다.
Nothing like an Old-Fashioned outing, eh, Jin?
한적하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북촌은 진짜 자기 모습을 되찾은 듯 중후한 멋을 뿜어냈다.
서로의 면접 후일담부터 그간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는 어떻게 살까, 10년 뒤에 우린 뭘 하고 있을까 등등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하루 종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와 나 말 진짜 못하네!!!
말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꼬이고 뒤죽박죽 엉킨다. 이젠 말도 못 하는구나 ㅠㅠ
그래도 면접 끝나고 그냥 집으로 갔다면 엄청 우울했을 것 같은데 지혜 덕분에 밖에서 다 소화했다 ㅋㅋㅋ
사실, 미저러블한 기분이 들 때마다 그걸 풀기 위한 글을 쓴다면 그건 고작 신세한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어둡고 가장 찌질한 모습도 사랑하고 오픈하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성장(이라고 말해도 될까)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러한 연유로 다시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볼까 한다. (그리고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고작 내가 되었지만, 겨우 내가 되었지만.. 계속 업그레이드 하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