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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r 19. 2020

나는 커서 고작 내가 되겠지

몸도 마음도 흔들흔들 방황하는 서른셋의 이야기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비행운>

- 이 글이 인상 깊었는지 나름의 방법으로 머릿속에 저장됐다 ㅋㅋ


1. 역마살의 끝판왕! 그게 바로 나야 나

한국으로 들어온 후 정확히 1년 만에 3번의 이사를 마쳤다.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말을 탄 덕분인 걸까 역마살(驛馬煞)도 레벨 업 된 듯하다.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부모님의 어떤 깊은 뜻(?)이라고 해야 하나, 사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한 일로 인해 3번의 이사를 거쳐 2020년 3월 16일. 딱 1년 만에 지금의 집에 정착했다. 인테리어도 새로 하고, 집도 아늑해서 동생과 둘이 살기엔 안성맞춤!

(난 진짜 평생 효도해야 한다 ㅠㅠ)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당분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도 힘들 것 같으니 이제는 돌아다니고 싶어도 집에만 박혀 있어야 할 것 같다. ^^




2. 공자는 공자고, 나는 나야

공자는 30살을 가정과 사회에 기반을 닦는 '이립()'이라고 했는데...

30이 한참 지난 지금, 난 그 무엇도 해내지 못했구나-  흥!


작년 말에 한국국제협력단 필기시험에서 훌쩍 떨어진 후로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며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지원하고 싶은 직군을 정하고, 자소서도 쓰고, 아주 가끔 면접도 보면서 지내고 있는데, 참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내가 참 어렵다.

사실, 오늘도 어렵게 기회를 얻어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들과 이야기를 할수록 '와! 이거 내가 참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를 어필하지 못했다. 말도 명료하고 조리 있게 하지 못했고, 나 그런 거 잘해요! 내가 바로 이야기 사냥꾼입니다!! 이런 내용을 꺼내지도 못했다.ㅠ  과연 내가 이 사회에서 뭔가를 할 수는 있을까 자신감이 한 단계 내려갔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멍 때리며 자책하는 중이다. 세상에 이렇게 면접이 어려운 것인지, 아니 내가 말을 이렇게 못 하는지 몰랐지.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 회사에서 나오면서부터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내 현실과 상황에 진짜 현타가 왔다. (그래서 브런치 열어서 신세한탄 )

고등학생 때 전교생 앞에서도 떨지 않고 말하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혹시 이것도 나만의 착각이었나..)





3. 그럼에도 내가 아직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이유 

내향적인 집순이가 슈퍼 집순이로 업그레이드되면 아주 우울해지기가 쉽다. 한 주는 일주일에 5번 등산을 가다가 다음 주는 심심할 때마다 입에 뭔가를 막 넣었다. 그래, 이게 정상은 아니지.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 '너에겐 자기 길을 잘 찾아서 갈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런 한마디에 혼자 눈물을 찔끔찔끔 짜면서 힘을 얻고 정신승리를 한다. 껄껄껄

오늘은 얼굴도 한번 보지 못했지만 어떤 연유로 알게 된 분이 원하는 꿈을 꼭 이루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오늘도 다시 한번 '좋은 사람이 되어서 모두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되뇌어본다.

더 부지런해지고, 동기부여 짱짱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 똑같이 면접을 보는 지혜와 각자 면접을 끝내고 만났다.

Nothing like an Old-Fashioned outing, eh, Jin?

한적하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북촌은 진짜 자기 모습을 되찾은 듯 중후한 멋을 뿜어냈다.



서로의 면접 후일담부터 그간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는 어떻게 살까, 10년 뒤에 우린 뭘 하고 있을까 등등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하루 종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와 나 말 진짜 못하네!!!

말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꼬이고 뒤죽박죽 엉킨다. 이젠 말도 못 하는구나 ㅠㅠ


그래도 면접 끝나고 그냥 집으로 갔다면 엄청 우울했을 것 같은데 지혜 덕분에 밖에서 다 소화했다 ㅋㅋㅋ




사실, 미저러블한 기분이  때마다 그걸 풀기 위한 글을 쓴다면 그건 고작 신세한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어둡고 가장 찌질한 모습도 사랑하고 오픈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 아닐까 기도 하고 이 성장(이라고 말해도 될까)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러한 연유로 다시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볼까 한다. (그리고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같다)



나는 고작 내가 되었지만, 겨우 내가 되었지만.. 계속 업그레이드 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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