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국보다 낯선 Strange than Paradise, 1984]
줄거리
‘신세계’(The New World) : 뉴욕 빈민가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윌리. 어느 날 헝가리에서 사촌 에바가 찾아온다. 윌리는 갑작스런 에바의 방문이 성가시지만 막상 열흘이 지나 그녀가 떠날 무렵이 되자 아쉬운 마음이 든다.
‘1년 후’(One Year Later) : 도박판에서 돈을 딴 윌리와 친구 에디는 함께 에바를 만나러 무작정 클리블랜드로 간다. 에바는 로티 아주머니의 간섭 속에 그곳에서 핫도그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셋은 함께 플로리다로 떠나기로 한다.
‘천국’(Paradise) : 셋은 플로리다로 간다. 서로 우정을 나누던 그들은 개 경주에서 윌리와 에디가 가진 돈을 거의 다 날리게 되며 반목한다. 반면 에바는 우연히 큰돈을 손에 넣는다. 윌리와 에디를 기다리던 에바는 공항으로 떠나고 길이 엇갈린 셋은 결국 뿔뿔이 흩어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세계영화작품사전 : 로드무비, 이화정, 한창호)
“You know, it's funny... you come to someplace new, an'... and everything looks just the same.”
혹자들은 이 영화가 아메리칸드림이 보여주는 허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1983년)의 느낌으로 보면 이해가 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저 시기에 한국에서도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무척 많고, 내 주위에도 있다.)
하지만 2020년에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들었던 주관적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안식처를 찾아 계속해서 떠도는,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보였다.
헝가리, 뉴욕, 눈이 펑펑 내리는 클리브랜드, 그리고 따뜻한 플로리다까지.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이동하지만 흑백 화면 속에서 각각의 장소들은 거의 차이 없이 보이고, 그저 부유하는 주인공들만 눈에 들어온다.
한때 환경이 바뀌면 나 자신도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차가 완전히 뒤바뀐 나라에서도, 계절이나 생활환경이 아주 다른 나라에서도 나는 그냥 나였다. 몇 달, 몇 년을 살아도 나는 저절로 바뀌지 않았고 지독하리만큼 한국에서와 똑같았다.
그때부터 알게 된 것 같다. 세상에 나 자신이 아닌 그 어떤 것도 나를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아마 이 주인공들도 환경이 바뀌면 뭔가 달라지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천국과 지옥은 바깥세상이 아니라 내 마음에 달렸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듯.
화면이나 상황 전환 시 화면이 깜깜 해지는 블랙아웃 효과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주인공들의 감정이 철저하게 절제되었고, 영화를 보는 나의 긴장감은 더 고조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아이러니까지 추가되어 '어라, 이것 봐라?, 흥미롭네'라는 마음으로 엔딩을 마주했다.
온갖 감정을 손에 쥐고 이리 들었다 내렸다 하지 않고서도 마지막에 톡 하고 여운을 던지는 느낌이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