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리 Apr 05. 2024

나이아가라 카지노 출신 요리사의 적나라한 모든 이야기

블랙박스 챌린지, 셰프의 노트공개, 파인다이닝의 모든 이야기 



요리학과를 졸업 후, 나는 정든 호텔을 떠나 카지노에서 새로운 요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캐나다 나이아가라에는 두 개의 카지노가 있다. 하나는 폴스뷰 에비뉴(Falls Avenue)에 있는 카지노 나이아가라(Casino Niagara), 또 하나는 폭포와 조금 더 가까운 폴스뷰 카지노(Fallsview Casino). 나는 2017년부터 폴스뷰 카지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신입 요리사들이 처음에는 뷔페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나의 목표는 파인다이닝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카지노 안에는 지하 푸드코트도 있지만, 카지노에 소속된 레스토랑들이 많다. 그랜드뷔페와 차이니스 레스토랑, 일식바, 그리고 두 개의 파인다이닝, 그중 하나는 스테이크 & 시푸드(21 club) 레스토랑, 하나는 이탈리안 파인다이닝(Ponte Vecchio)이다.



내가 처음 나이아가라에 왔을 때, 이 Four 다이아몬드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을 지켜보며, '아 여기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나는 캐나다에 온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고, 키친 경력만 있었지 요리를 제대로 공부하기 전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동경만 품을 뿐, 지원해 볼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요리공부도 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파인다이닝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카지노 안에 몇백 명이나 되는 요리사들이 있는데, 당시 파인다이닝에서 일하고 있는 요리사들을 마주치게 되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총괄 수셰프와 대면할 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카지노 안에 특별한 진급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랙박스 챌린지 (Black box Challenge)


그것은 <블랙박스 챌린지>라고 흔히 우리가 TV에서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현장에서 요리 주제를 받고 냉장고로 달려가 재료를 골라 제한 시간 내에 *스크래치애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까지 완벽한 코스요리를 하고 심사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의 시험이었다. 파인다이닝에서 요리를 하려면 이 과정을 꼭 거쳐야 했다. 나는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고,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마음이 너무 설레었고, 빨리 이 시험을 보고 싶었다.


*스크래치 요리(Scratch cooking) : 이미 준비된 음식이 아니라 원재료를 가지고 처음부터 직접 요리를 하는 것


하지만 공고가 바로 뜨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든 공고가 뜰 때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계속 공부하고 연구했다. 내가 시험장에 갔을 때 어떤 재료가 있을지 모르는 상태였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만을 사용해서 요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변수들을 예비해 두어야 했었다.


드디어 파인다이닝에 T.O가 생겨서 요리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고, 나는 제일 먼저 달려가 지원을 했다. 시험날이 다가왔다. 나 외에 세 명이 더 지원을 해서 총 네 명의 지원자가 함께했다. 카지노 안에 그렇게 요리사가 많은데 단 네 명이 지원했다는 것에 조금 놀라웠다.


시험장으로 사용된 키친은 내가 처음 사용해 보는 키친이어서 빨리 적응을 해야 했고, 제한시간이 있기에 동선도 빨리 파악해야 했다. 키친에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잡고 눈으로 재빨리 이것저것을 스캔했다.


시험이 시작되고 먼저 냉장고에 달려가 재료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바로 프렙리스트(Prep list)를 만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순서대로 요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디저트코스는 치즈플레이트 만들기로 대체되어서 그를 제외한 8가지 뜨거운 요리를 동시에 준비해 나갔다.


나에게 강점이 있다면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서 디자인공부를 하고 일을 할 때도 효과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 가능한 경우엔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서 이 시험을 보면서 이 멀티태스킹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후에 여러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하면서 이 능력은 더 두각을 나타냈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그림으로 남긴 블랙박스 챌린지의 기록


첫 번째 요리부터 마지막 요리까지 네 명의 지원자가 돌아가면서 총괄셰프, 총괄 수셰프, 파인다이닝 셰프 드 퀴진, 수셰프 이렇게 총 네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해나갔다. 마지막 아홉 번째 치즈플레이트 프레젠테이션까지 마치고 그날의 전투적인 블랙박스 테스트가 끝이 났다. 결과는 그다음 날 발표가 되었다. 가장 좋은 성적으로 나와 다른 한 명, 이렇게 단 두 명만이 정식 파인다이닝 요리사가 되었다. 정말 너무 기뻤다. 나의 캐나다 생활, 요리 생활은 매 순간 도전의 연속이었다.




여기서 잠깐 나의 요리와 여러 가지 꿈을 적어나가는 노트를 살짝 공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ik6metw04 

(블랙박스챌린지에 대한 내용은 영상 13분부터)




빡센 파인다이닝, 프로페셔널 키친


그렇게 나는 카지노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식 파인다이닝 요리사가 되었다. 내가 그렇게 일하고 싶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대부분 신입 요리사들은 처음에 콜드파트로 배정이 되는데, 나는 처음부터 파스타 스테이션으로 배정이 되어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 뒤로 가끔 다른 스테이션에서도 돌아가며 일을 했다.


요리의 기본, 미장플라스 (Mise en place)


미장플라스는 프랑스어로 '한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조리에 들어가기 앞서 필요한 모든 도구와 식재료를 한 곳에 준비해 두는 것이다.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신속하게 요리하기 위함이다.  


서비스를 위한 신선한 가니쉬를 레스토랑 가든에서 직접 따서 준비한다.



나는 오른손잡이다. 그래서 왼손으로 플라잉팬을 잡고 파스타를 만들고 오른손에는 집게를 들고 플레이팅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왼손이었다. 평생 밥을 먹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손을 써왔지만 내가 왼손을 그렇게 안 쓰고 살았는지 그때 새삼 느꼈다. 왼손이 정말 로봇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뚝딱거렸다.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너무 답답해서 예전에 한국에서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보았을 때 주인공이 콩인가 무언갈 팬에 넣고 연습하던 게 생각나서 요리를 배우는 중간중간 그렇게 연습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동료들이 빵 터져서 웃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나에게 더욱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나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작업을 좋아하고 빨리 익히는 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결정적인 것은 미친 듯이 바빠지니 자연스럽게 왼손이 말을 들었다. 그렇게 삐걱거리던 내 손이 움직이는 게 나 스스로도 너무 신기했다. 나중에는 예전에 호텔 오믈렛 스테이션에서 일하던 속도까지 붙어서 몇 가지의 요리를 동시에 다 만들고 있었다.


카지노 안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관광지이니 만큼 상당히 바쁘고 특히 카지노 안에 공연을 하는 극장이 있어서 공연이 있는 날, 특히 이탈리안 공연이 있는 날이면 우리 레스토랑은 늘 만석이었다. 보통 파인다이닝이라 하면 천천히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손님들도 음식이 늦게나와도 이해하는 분위기인데, 이곳은 맛, 퀄리티, 시간까지 잡아야 하는 정말 최고의 요리 훈련장소였다.


하루에 *알라카르트로 몇백 접시의 파스타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영업시간이 끝난 늦은 시간까지 마지막 오더를 만드는 날도 많았다. 쉬는 시간은커녕 짬을 내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요리는 정말 체력과의 싸움이다. 


이렇다 보니 하나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캐나다 1세대 이민자이기 때문에 나의 지난이야기를 읽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캐나다 정착을 위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왔다. 그래서 자연스레 내년에, 내년에 하면서 2세 계획이 미루어지고 있었다. 특별히 나는 키친에서 하루종일 서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임신초기를 안정적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요리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 셰프들의 애로사항이고, 그들에게 깊이 공감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풀어보도록 하겠다.


*알라카르트(à la carte) : ‘식단에 따라서’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손님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마음대로 한 가지씩 주문하는 일품요리


https://www.youtube.com/watch?v=Lwvncjga4gU

오른쪽 스토브 쪽에 있는 짧은 머리가 작가 본인이다. 실제 카지노 키친 라인모습 (2017)




셰프가 너무 무서워...


빡세디 빡센 키친현장, 무엇보다 셰프 드 퀴진(Chef de cuisine)이 너무 무서웠다. 큰 조직인만큼 셰프들의 직급도 세분화되어 있었는데, 전체 총괄 셰프 말고도 각 레스토랑을 이끄는 셰프 드 퀴진(또는 헤드셰프)들이 있었다. 이곳의 셰프 드 퀴진은 멕시코 출신의 이탈리안 요리 경력이 상당한 알레한드로라는 셰프로, 요리에 있어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셰프였다. 그때 당시 나를 포함한 라인셰프들이 요리를 플레이팅 하면, 이 셰프가 <패스>라는 곳에서 마지막 피니시 플레이팅과 가니쉬를 해서 서버에게 최종 전달했다.


셰프가 가장 철저하게 확인하는 부분은 첫 번째는 맛, 퀄리티, 그리고 그릇의 온도였다. 차가운 음식은 반드시 차가운 그릇에, 뜨거운 음식은 반드시 뜨거운 그릇에 내야 했는데, 정말 너무 바쁜 날에는 그 많은 그릇들도 빨리 회전이 되지 않아 공급이 늦어질 때,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요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머릿속에서 계속 각기 다른 요리들의 타이밍을 생각하면서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어느 한 가지 이유로 인해서 그 흐름이 끊겨버리면 원치 않는 실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다른 요리까지 꼬여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미장플라스가 매우 중요하다. 요리에 앞서 필요한 모든 것을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해서 급박한 요리 상황에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의도치 않은 변수가 벌어지면 야속한 셰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웬만하면 기에 눌리지 않는 나인데도 알레한드로는 내가 만났던 셰프 중에 가장 무서웠다.




상호오염(Cross contamination)


셰프가 불같이 화를 내는 부분이 또 있었다. 그 부분은 바로 상호오염이었다. 요리사라면 기본적으로 이 상호오염, 영어로 크로스 컨테미네이션에 대한 지식과 요리습관이 배어있지만, 이 레스토랑은 내가 여태까지 일해온 곳들보다 훨씬 더 철저했다. 특히 글루텐프리식단을 하거나 해산물, 견과류 등의 특별한 재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들을 위해 같은 조리도구사용 및 접촉은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그렇게 손님들의 요구와 식단에 맞게 보이지 않는 키친 뒤편에서도 철저하게 요리해 왔던 나였지만, 이 셰프를 통해 현장에서 더 제대로 배웠다. 혹시라도 실수로 조금이라도 상호오염이 되면, 아무리 바쁘고 오더가 밀리는 한이 있어도 버리고 다시 만들게 했다.


나는 이셰프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리더로서 했던 행동들을 점점 이해하게 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리더십을 배웠다. 물론 셰프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 셰프에게 배울 수 있는 좋은 부분들을 나에게 남겼다. 그리고 셰프가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여태까지 혼나며 배웠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셰프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내가 셰프 쟈켓에 그린 그림을 보며 기뻐하는 셰프 알레한드로
폰테 베끼오 팀 Team Ponte Vecchio


그렇게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이 든데도 이상하게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자부심이 느껴지고 좋았다. 먼저 팀워크가 좋았고, 요리사로서 많은 고급식재료를 사용해 볼 수 있었으며, 많은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일하기 전에 프리시프트(pre-shift)를 하는 것이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로 업무에 임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새로운 재료가 들어오거나 새로운 요리를 할 때 리더셰프들이 요리사들을 모아놓고 재료와 원산지, 조리과정등을 설명을 하는 교육적인 키친 시스템이 좋았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를 정할 때 모든 요리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평소에 피쳐(Feature/Special)로 만들었던 요리 중에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새로운 메뉴에 적용하며 메뉴 테이스팅을 하는 날을 정해서 모든 키친 스태프들이 직접 맛을 보고 재료를 숙지하고 공유하는 부분이 참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메뉴 테이스팅 데이 (Tasting day)


시즌마다 새로운 메뉴를 결정해 레스토랑의 전 스태프들이 시식하고 품평하며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나도 일하면서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내 스테이션의 스페셜 메뉴를 직접 정해서 기존메뉴와 함께 러닝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메뉴를 그렇게 자주 짜내야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요리 생각만 하고 내일은 또 뭘 해볼까 메뉴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창작했던 요리들



애피타이저 (Appetizers)

애피타이저 샤르퀴트리 (Appetizers Charcuterie)
론자 & 구운 회향 애피타이저 (Lonza & Grilled fennel)




파스타 (Pasta)

봉골레 파스타 (Spaghetti Alle Vongole) 외


홍합 사프란 링귀네 (Mussel Saffron Linguine) 외
랍스터 페투치네 (Lobster Fettuccine) 외


리소토 (Risotto)

머스코비 오리 사프란 리소토 (muscovy duck) 외

 

비트 리소토 (Beet Risotto)


해산물요리 (Seafoods)

농어 & 렌틸콩 (Pan seared Sea bass & Lentils) 외




일하면서 느낀 소소한 재미들


내가 이탈리안 요리를 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탈리안 요리에서 한식과 비슷한 점들을 종종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는 다양한 해산물의 사용 특히 멸치, 그리고 저장음식들, 또 맛에 있어서도 '이 음식은 한식의 이런 맛과 비슷한데?' 이런 부분들. 그리고 특히 파스타 스테이션에서 일할 때, 파스타는 이탈리안의 소울푸드, 가정식으로 한국의 비빔밥과 같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을 조합해 맛을 낸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이 점을 발견하고 난 뒤에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이 더 재미있어지고 더 이상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빠지자면, 나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한국에만 가면 한국 현지화되는 것이 상당히 신박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은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아이디어 천국이어서 SNS나 인터넷을 통해 한국인들이 먹고 보고 즐기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볼 때 정말 감탄이 느껴질 정도이다. 나도 요리사이지만, 이탈리안들이 보면 경악하는 <피자에 넣는 파인애플의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만큼 아무리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할지언정 정통음식을 변형시키지 않고 클래식함을 고수하는 이탈리안이 주 손님인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총괄셰프의 요리 스타일과 전체적인 업무 분위기가 내가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실험적인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직원의 재량과 창의력을 존중해 주는 자율적인 부분이 너무 좋았다.


또 한 가지 여담을 말하자면, 이탈리안은 한국사람들처럼 민들레잎(dandelion)을 식재료로 자주 사용한다. (이탈리안 민들레잎은 우리의 민들레잎보다 크기가 많이 크다.) 내가 한국식 발음으로 '단델리온' 어디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 누구도 나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몇 번이나 '단델리온~'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영어식 발음으로 굳이 쓰자면 "아 ~~!! 덴딜라~인!" 하면서 일종의 유행어가 되어 나는 그 뒤로 민들레를 쓸 때마다 놀림거리가 되었다.


카르멘, 오늘 "단.델.리.온!" 들어왔어.




모든 파스타는 하우스메이드로, 요리사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면을 만들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대량으로 미트볼을 만드는 미트볼 데이도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도 이곳에서의 추억이 참 많다.


뇨끼와 파파델레 파스타 Gnocchi & Pappardelle pasta 이 외에도 모든 생면을 요리사들이 직접 만들었다.






동료 폴이 여러 종류의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내가 파인다이닝에서 일하면서 느낀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냉장고 사이즈였다. 물론 스테이션마다 로우보이(Low boy)라는 냉장고가 기본으로 딸려있어서 준비된 재료를 서비스하는 시간 동안 보관해 둘 수 있지만, 그 큰 시설에서 식재료를 보관하는 워크인(Walk-in) 냉장고가 사람 3명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런데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납득이 간 것은 신선한 식재료의 로테이션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하면서 셀러브리티를 만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카지노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가끔 공연관계자들과 셀러브리티들이 식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셀러브리티는 세계적인 팝의 황제 <마이클 볼튼>이었다. 나는 그의 팬이라서 그가 무엇을 주문하든 멋진 플레이팅을 해주려고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연 후 늦은 시간이라 아주 가벼운 식사를 원해서 많은 요리를 해주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를 보고 싶어 직접 서빙까지 해드렸다. 그리고 캐나다의 셀러브리티 <셰프 마이크 스미스>가 방문했을 때, 셰프 드 퀴진의 지시로 모든 요리사들이 자신의 고향의 소울푸드를 코스로 요리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식의 생선무조림을 플레이팅 해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캐나다의 셀러브리티 셰프 마이클 스미스와 함께 Chef Michael Smith
한국식 무 생선 조림 플레이팅




오늘 <레드씰>이라는 캐나다 국가공인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이려고 한다.


<앞치마를 두른 디자이너> 연재를 시작하며 벌써 7화까지 달려왔다. 처음에 10화를 계획했는데, 나의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풀다 보니 10화 안에 다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해보려 한다. 6화부터 조회수가 폭발해 조금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나의 초심, 누군가에게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고, 소소한 나의 이야기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도전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고 뿌듯할 것 같다.


나의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 연재되며, 캐나다에 있는 관계로 이곳 시간으로 매주 목요일에 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카지노 이야기 2부로 못다 한 카지노에서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풀려한다. 구독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진: 김혜리 (2017-2018)


 






이전 06화 캐나다에서 공짜로 대학 가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