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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Feb 06. 2022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 아직 오지 않은날들을 위하여

#22.02.06

제니오델 (2021.12.02).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김하현(역). 필로우

“그날 트위터에서 일어난 소용돌이 같은 논쟁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면 커다란 부리와 레이저처럼 새빨간 눈을 가진 해오라기 두 마리가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주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예술가 제니 오델의 이야기다. 그녀는 페이스북보다 집 근처에 있는 장미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날아다니는 새를 관찰하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기도 한다. 

그녀가 말하는  세계의 활기를 새롭게 자각하는 법이란 이런 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눈, 손, 숨결, 지금 이 시간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장소. 이것들은 진짜다. 나도 진짜다. 나는 아바타도 아니고, 취향의 조합도 아니고, 매끈한 인지적 작용도 아니다. 나는 울퉁불퉁하고 구멍이 많다. 나는 동물이다. 다른 생명체가 나를 보고 듣고 냄새맡는 세계에서 나 역시 보고 듣고 냄새맡는다. 이 사실을 기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 그저 귀 기울일 시간, 가장 깊은 감각으로 현재 우리 모습을 기억할 시간 말이다.”

그녀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기력한 도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이며, 중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일에 가깝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관심(attention)’.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관심은 주로 작은 액정을 향한다. 인터넷 공간에 떠오르는 맥락 없는 정보, 타인의 삶의 단편적인 조각들. 도저히 아니 볼 수 없는 분노와 불안을 유발하는 이야기들. 우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미디어들의 관심 경쟁. 여기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 

그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로잡힌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 다른 곳에 옮겨 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나는 대규모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탈퇴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관심을 이동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 관심의 통제권을 되찾고 모두 함께 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

아가 제니 오델은 인간성을 위협하거나 맥락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적인 소셜 네트워크의 형태를 상상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주장하는 우리의 관심이 향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휴대폰에서 시선을 돌려 우리 곁의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공공장소, 자연환경 위에서 새로운 관심의 지도를 그릴 것을 제안한다. 


나의 아파트 베란다를 방문하는 새, 집 근처를 흐르는 강,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 동네 공원이나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저항의 역사 등 ‘가까이에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훈련을 통해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세계는 활기가 넘친다. “나를 바라보는 낯선 동물적 관점과 우리가 공유하는 세상은 현시대의 불안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되어주었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동물성과 내가 사는 세계의 활기를 상기시켜주었다. 새들의 비행은 말 그대로 나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제니 오델이 주창하는 ‘장소인식(placefulness)’은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처럼,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인식하고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위치한 장소에 대한 생태적 감수성과 책임감을 가질 때, 우리는 놀랍도록 생생하고 다정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이것은 어쩌면 감각 박탈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환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성과 지표의 세계는 산들바람, 빛과 그림자, 통제할 수 없고 형언할 수도 없는 구체적 현실로 내게 말을 거는 내 눈앞의 세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2021, 11, 12).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이세진 (역). 인플루엔셜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인생의 불확실성과 나이듦에 대한 프랑스 소설가의 대답이다. 

의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미래의 불확실성은 17세기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고 매일매일의 덧없음조차 조금도 줄여주지 못했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더 오래 불안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역설도 생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저자의 심플한 답변.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춤추라!”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한때 소설가였다. 1990년대 욕망의 파멸성을 그려낸《비터문》으로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들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 욕망을 좇아 파멸을 향해 대담하게 돌진하는데, 그러한 태도는 어느덧 70대가 된 작가의 인생관에서도 여전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이 아니라 철학으로 말한다.  “욕망만이 영혼과 마음을 도로 젊게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욕망은 끊임없이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165쪽) “우리는 나이를 먹되 마음이 늙지 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95쪽) 

그에 따르면, 인생의 시계를 늦추는 방법은 ‘욕망의 역동성’ 안에 머무는 것이다. 지금껏 세상이 노년의 욕망에 대하여 그 존재조차 부정했다면, 이 책은 노년의 삶이 척박해지지 않도록 신체적ㆍ정신적 욕망을 있는 힘껏 지키며 삶을 일구어 나가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번득이고 영혼과 마음은 불타오르는 삶을 꿈꾼다면? 나이듦의 새로운 철학을 따라서 ‘낭만’과 ‘주름살’을 화해시키고, 감정의 폭풍에 기꺼이 몸을 맡기며, “백발의 왕관을 쓴 사랑”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자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이 허황되지 않은 것은 1920년대의 50이라는 나이와 2020년대의 50이라는 나이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1800년대에 30~35세였는데, 1900년대에는 45~50세가 되었고, 현재는 1년에 세 달꼴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그저 살날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삶과 맺는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왜 저래?”라는 누군가의 흉을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한때 나이는 한계, 제약의 다른 이름이었고 나잇값을 못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면 안 되는 일, 포기해야 하는 일’의 리스트는 길어지기만 했다. 이러한 통념에 대해, 이 책은 ‘나이듦’에 관한 새로운 사유를 전하며 “포기를 포기하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아직도 삶이 한창인데 왜 정리하고 양보하고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냐는 일침? 자리, 욕망, 사랑, 죽음 등의 주제에 대해 저자가 던지는 10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이 질문의 연장성인 듯 싶다. 포기를 포기하라는 말, 요건 정말 굉장히 인상적이다. 

포기 - 포기를 포기하라

자리 -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

루틴 -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원한다

시간 - 당장 죽을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욕망 - 아직도 이러고 삽니다.

사랑 -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기회 - 죄송해요. 늦으셨습니다.

한계 -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죽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 - 불멸의 필멸자들


뉴욕주민 (2022.01.11).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비즈니스북스

JP모건, 씨티 그룹, 헤지펀드 출신 미국 주식 유튜버 ‘뉴욕주민’의 귀환! 

출판사 홍보 카피다. 주식시장이 우울해지는 요시점에서 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만난 게 뉴욕주민이다. 뉴욕주민은 월스트리트에서 돈 좀 굴려본 미국 주식 교육가다. 민족 사관학교를 나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을 조기 졸업했단다. 한마디로 천재다.

이 천재가 주식 바보들에게 하는 말. “왜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바다에 뛰어드는가?”

그가 하는 말은 좀 뜨끔하다. 

“주식을 사고도 왜 샀는지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감’으로 사면 불안합니다. 왜 샀는지 모르면 언제 팔지는 당연히 모르죠. ..  왠지 ‘오를 것 같아서’ ‘누가 사라고 해서’ 샀다면 투기죠. 왜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하죠. 답을 못하면 슬롯모신을 당긴 겁니다"

거. 참. 슬롯모신 당기지 말고 본업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어설프게 사고팔지 말자는 거다. 그러나 이때도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 그래도... 끙 투자는 필요한 것 아니야? 이건 어떻게? 뉴욕주민의 의견을 따른다면... 시장을 따라가는 ETF(Exchange Trade Fund 주식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펀드) 상품을 사고, 시가총액의 20~30%를 차지하는 기업들에 분산 투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는 잃지 말고, 투자를 한다면 최소한의 공부는 합시다요. 끙.. 

사실 이 책의 소개에서 가장 인상적인 워딩은 주식 시장의 생존법이었다.  1 절대 트레이딩을 멈추지 않는다. 2 틀림을 빠르게 인정한다. 3 통념을 거부하는 데 익숙하다. 4 분석적인 직관, 직관적인 분석력이 있다. 5 미친 듯이 집요하다…  이건 모든 업에 해당하는 이야기... 요것만 잊지 말고, 다음주도 한번 가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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