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발포될 수밖에 없던 권총이 발사됐다.

2Q20. 코로나 19가 직조한 새로운 시대, 어쩌쥬?

by 오윤

역사가 인간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명제는 내일 무슨 일이 펼쳐질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0년 여름, 우리가 이런 여름을 보낼지 누가 상상했을까? 변화는 예고없이 불연듯 찾아온다. ‘다시 돌아갈래!’ 그럴 일은 없다. 그러니깐 모든 게 변한 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일상, 관계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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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 바이러스일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2020년 봄, 광장에서 겁나게 싸우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고,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를 외치던 공장은 멈췄다. 아침 8시면 꽉 막히던 강변북로에 여백이 생겼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됐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저녁의 시끌벅적한 거리는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서로 간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학교도, 교회도, 공장도 멈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끝장 날 방법에는 뭐가 있나 생각해보죠. 위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아래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인간행위에 의해서일 수도 있죠. 하지만 세상을 끝낼 가능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꾸준히 순위에 오르는 것이 있죠.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은 범유행 전염병입니다.” (by 빌게이츠)


작년 가을 넷플릭스에서 <인사이드 빌게이츠>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빌게이츠가 이런 말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마 그 위협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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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의한 범유행 전염병.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거리를 걷고, 친구를 만나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는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는 전 세계를 휩쓸며 일상 곳곳 작은 빈틈으로 들어가 문명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고 있다.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옷장 같은 일상부터 더러운 빨래감을 꾹꾹 눌러 담은 바구니 같은 일상까지 모든 게 바뀌었고, 병과 병뚜껑의 크기가 맞지 않은 것처럼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범유행 전염병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6세기, 범유행 전염병으로 세계인구 절반이 죽었고, 14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 가깝게는 20세기 초반 범유행 전염병으로 세계인구 5%가 사망했다. 똑똑한 호모사피엔스는 과거의 범유행 전염병에서 많은 걸 배웠고,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대응방침이 향상됐고, 의료기술은 놀랄만큼 개선됐다. 세계보건기구나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조직이 생겼고, 진단법과 약물, 백신 등도 진보했다.


그러나 그 진보만큼 유행의 주기도 빨라졌다. 범유행 전염병의 유행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주기도 빨라지고 있는 거다. 21세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전염병만 사스, 코로나, 메르스 등 다양하고 다채롭다.

“매년 지구 어딘가에서 약 5개의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고, 발병률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 병들은 불가피하게 범유행 전염병이 될 수 있다. (Disease ecologist Dr. Peter Daszak)”


이 전염에는 어떤 체제든 차별이 없다.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오늘날의 범유행 전염병은 6개월 만에 3,300만을 죽일 수 있다. 2020년 7월 3일 현재 코로나 19 전 세계 확진자는 1,075만명, 사망자도 51만명을 넘어섰다. 경제는 마비되고 이동은 사라졌다. 어떤 나라도 예외없이. 우리는 지금 지독히 무겁고 긴 시간을 지나고 있는 거다. 폐선에 달라붙은 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체호프는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고.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바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거라고.” 그랬다. 어찌보면 이건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야생동물 속에 조용히 살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이 개척해 낸 문명과 만나는 순간 이미 판데믹 전염병은 발포될 수밖에 없던 권총이었는지 모른다.

총알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 장전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시에는 평화롭게 지내지만 전시에는 막대한 손상을 입힌다. 어떤 총알은 총알이라 비유하기에는 너무 강력해 일순간에 면역 체계를 압도하고 생명을 죽이기도 하고, 인간을 만나 외관을 바꾸고 빠르게 변이하면서 새롭게 생성되기도 한다.

야생동물의 세계에는 약 160만 개의 바이러스가 공존한다고 한다. 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약 3천 개 정도의 수준. 이 중 어떤 바이러스가 인간을 만나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변신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누가, 어떻게, 왜 그렇게 변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고, 바로 그런 이유로 무시무시한 위협이기도 하다.

이 위협의 핵심 플랫폼은 동물과 인간이 만나는 곳.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켜켜히 쌓여 있는 곳, 뚝뚝 떨어지는 피와 고기가 섞여 있는 장. 바이러스는 그 사이를 치고 들어와 사람의 구멍 안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그리고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해진다. 어쩌지~ 쭈삣거리는 순간 겉잡을 수 없이...

그러면서 우리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저 깊은 밀림 속으로 전진 앞으로 하면서 인간은 더 많은 야생동물과 접촉하게 됐고, 공장형 축산 농장들을 세워 가면서 인간은 더 많은 동물을 인간 가까이로 끌어들였다. 우리는 그게 전염병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일인 줄 몰랐고, 그 무지의 대가로서 우리는 지금 서로로부터 멀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념을 만들기 좋아하는 인간은 이 시대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언컨택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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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념의 탄생은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한다. 언컨택트든, 노컨택트든, 뭐라 부르든, 어떤 시점에서부터 내가 알고 있던 시대는 퇴장했고, 감쪽같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 이유에서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일단 와인병 밑바닥의 침전물처럼 조용히 뒤에 남은 삶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판데믹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흔적에 대한 이야기. 그 흔적에서 건져낼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