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코로나 19, 끝나지 않을 이야기.

시즌은 계속된다.

by 오윤

인류를 새로운 문명의 시대로 이끄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실 단수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즌제 드라마와 닮아 있다. 시즌 1, 시즌 2, 시즌 3가 지속된다. 시즌 몇까지 진행될 것 같냐구? 한 시즌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3-1 코로나바이러스 (한겨레, ).JPG 바이러스(검은점)가 세포핵 막을 뚫고 들어가려는 순간. (출처: 한겨레신문, 2020,4,11)


그렇다면 일단!

현재 바이러스 드라마의 주인공 코로나19를 한 번 정면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코로나19는 어떻게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코로나바이러스를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으로 관찰하면, 가장 바깥 표면에서 보게 되는 게 왕관 또는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하게 생긴 돌기들이다. 이를 스파이크 단백질이라 부른다. 이름이 재미있다.


3-2 스파이크단백질.jpg


바이러스와 면역세포의 전쟁터를 축구 구장이라 상상해보자. 맨체스터와 첼시의 경기, 선수들이 신고 있는 축구화 밑바닥의 스파이크는 미끄럼을 방지해준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기능도 동일하다. 인간세포로 침투하는 질주 과정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기능을 한다. 골대 앞까지 미끄러지지 않고 공을 차고 간 코로나 19, 눈 앞에 인간의 세포가 보인다. 자 여기서 필요한 것은 세포(골대)와 융합하기 위한 강력한 슛. 이때 필요한 아이템이 하나 더 있다.


단백질 가위.

예상하는 것처럼 바이러스는 그 가위로 스스로 일부를 잘라야 한다. 그래야 인간의 세포로 돌격할 수 있다. 인간 세포와 정면으로 마주한 골에어리어 안, 코로나 19가 단백질 가위를 뽑는다.



3-3 단백질가위.jpg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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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인간으로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사용하게 되는 가위의 이름.

가위는 인간의 호흡기 세포막에 걸려 있다. 단백질 가위로 코로나 스스로의 일부를 자르면 비로소 축구공(바이러스)은 골대(인간 세포막)안으로 들어가 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바이러스 막 안에 보관되던 RNA 게놈이라는 놈이 인간 세포 안으로 침투하여 본격적인 증식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때부터 침입자가 주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주인을 아프게도, 주인을 죽이기도 한다.


돌아보면 인간의 탄생과 진화는 늘 새로운 침입자(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기존의 인간 세포 사이에 싸움의 시간이었다.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보면 인간의 탄생 자체가 새로운 침입자들의 위대한 여정의 결과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역동적인 변화의 국면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인간의 의지도, 언어도, 인간이 구성해낸 공동체도 아닌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핵 속에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였다.


유전자는 바이러스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유사한 종류의 분자들로 구성되는데, 이 분자들을 DNA 또는 RNA라 부른다. 여기서부터 조금 복잡하다. 스스로 이해를 돕기 위해 10대 시절 화학과 생물 시간으로 모듈을 전환해 이야기를 정리해보도록 하자.


우선. DNA.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라 불리는 소형 분자를 구성단위로 하는 긴 사슬이다. 뭔 소리야? 다른 건 다 잊고 긴 사슬이라고만 기억하자. 이 사슬의 중간 중간 매듭에는 염기(base), 당(sugar), 인산(phosphate)이라는 분자 정거장이 있다. 대략 그림은 아래와 같다.

3-2 DNA 구조 (National Human Genome Reserach Institute).jpg 출처: National Human Genome Reserach Institute

하나의 뉴클레오티드에 있는 당(S)과 그 다음 뉴클레오티드에 있는 인산(P)의 결합을 축으로 하고(이 축을 sugar-phosphate backbone이라 부른다), 당(S) 옆에 염기가 붙는다. 염기(base)는 소금과 같은 염을 만들어내는 기본(basis)이 된다는 뜻에서 "베이스"란 이름이 붙었는데, 단위는 크게 네 종류.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그리고 G(구아닌)이다.


이 때 염기 A는 T와만 결합하고, C는 G와만 결합한다.

(왜요?라고 묻지 마시길... 그냥 외우자~~ AT, CG, AT, CG~~이를 염기쌍, base pair라 말하고 A,T는 퓨린염기의 대표주자, C,G는 피리미딘염기의 대표주자라 한다. 어려워~ 어려워~~)


대체 이 사슬과 결합을 통해 하는 게 뭔데? 그렇게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고, 전달한다. 비유를 하자면 DNA는 마을 건설을 위한 기본 청사진이라 보면 된다. 이 청사진은 2가닥의 줄이 사다리처럼 연결된 모양이다(위 그림 참조). 그래서 한쪽 줄이 끊어져도 반대 쪽에 정보가 남아 있어 쉽게 복구가 된다. 반면 2가닥 줄로 딱 맞추어져 있어 융통성은 떨어진다.


DNA가 마을을 만들고 복제하는 청사진이라면 누군가 공사 현장(단백질을 만드는 현장)에 이 청사진을 전해야 한다. 이 전달책 역할을 하는 게 RNA다. RNA는 2가닥 줄이 아니라 1가닥으로 되어 있는데 DNA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러니깐 특정한 마을(생명)이 존재하지 않고 원시세포만이 살던 지구에서 RNA는 지금의 DNA 역할을 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DNA에 비해 RNA는 융통성이 많은 반쪽 분자이기 때문이다. RNA는 자신과 같은 또 다른 기다란 RNA를 짜맞추거나, 짧은 뉴클레오티드들을 모아 생물의 형태가 되는 단백질을 형성하기도 한다(Margulis & Sagan, 1997/2011, p. 76).


사실 화학구조만 보면 RNA와 DNA는 구별이 안될 만큼 비슷하다. 다만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구조의 차이. DNA가 이중나선구조라면 RNA는 단일나선구조

둘째, 염기단위의 차이. RNA는 염기단위 네 종류 중 한 종류인 T(티민)를 대신하여 U(우라실)을 가지고 있음.

셋째. 당(s)의 차이. DNA의 당이 ‘산소가 없는, 그래서 안정적인’ 디옥시리보스(deoxyribose)라면, RNA의 당은 ‘산소를 머금은 그래서 변덕스러운’ 리보스(ribose)


어렵죠? 그렇다. 어렵다.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니 도대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다, RNA와 DNA는 도대체 뭐야? 음. 이 질문에 간단히 답하면 요렇다.


바이러스는 아주 크게 유전물질이 뭐냐에 따라 DNA와 RNA바이러스로 나뉜다. 여기서 골치아픈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왜? RNA 바이러스는 복구가 어려운 단일나선구조이고, 화학반응에 적극적이고 외부환경에 민감한 ‘산소’, 이를 머금은 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많고,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다. 유전정보를 복제할 때마다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DNA 바이러스에 비해 1000배 이상 높고, 그래서 백신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백신은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미리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겨우 항체 하나를 만들었더니, 바이러스가 코웃음을 치며 변이된다고 생각해보라.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적인 RNA 바이라스는 인플루엔자, 에이즈, 에볼라, 홍역, 사스 등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듣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바이러스는 죄다 RNA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3-4. RNA바이러스.jpg


그렇다면 RNA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자세는 어때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이러스와 인간 세포가 싸우는 전쟁 한가운데에 있지 않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스파이크 단백질와 단백질 가위.


잘은 모르지만 전체를 공격할 것 없이 스파이크 단백질과 단백질 가위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하면 바이러스를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을 미리 만들어 우리 몸에서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사전에 만들어내게 하거나, 가짜 골대(수용체)를 만들어 엉뚱한 곳으로 골을 차도록 만들거나하는 방식으로 제압이 가능하지 않을까? 공을 골대로 차기 직전 단백질 가위의 작용을 억제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이건 아주 초딩스러운 질문이다. 잘 알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장의 한 가운데 서있는 과학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과 답들을 천천히 치밀하게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변종의 출현을 감시하고 있다. 가령 GISAID는 국제적으로 감염병 바이러스의 유전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사이트로 각국에서 해독한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시사인, 2020, 5, 15). ‘넥스트스트레인(Nextstrain)’은 GISAID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통도(phylogeny)를 그리는 국제적인 바이러스 유전정보 분석 프로젝트인데, 그 그림을 보면 아래와 같다.


3-5 코로나19 계통도 (넥스트스트레인, 시사인).JPG 코로나 19 계통도 (시사인, 2020, 5, 15, 넥스트스트레인)


계통도의 가로축은 날짜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나중에 나온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세로축은 유전자 변이의 정도를 의미한다. 일직선상에 있는 점들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색깔은 발생 국가를 나타내는데 보라색이 발원지인 중국이다. 계통도의 맨 아래에 깔려 있는 줄이 바로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발견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이다. 위로 올라가면서 첫 번째 줄과 멀어질수록 초기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전적 차이가 커진다. 한 줄에서 시작해 무성하게 뻗어나간 계통도를 보며 코로나19 돌연변이 규모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사람에게 돌연변이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서 돌연변이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시사인, 2020, 5,15).


변이하고 이동하려는 바이러스와 통제하고 조절하려는 과학. 이 싸움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에 무너질 것인가?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인가? 위에 그림을 보다보면 이 상투적인 질문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 전쟁은 인류가 결코 바이러스를 이겨먹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는 전선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설사 어떤 유형의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제압하는 치료제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다. 드라마로 치자면 회차가 달라지거나, 시즌이 달라질 뿐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드라마. 이 드라마를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데 뭔가 기존과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 지고 이기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면 인간과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스토리에는 뭔가 기존과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참고문헌>

Margulis. L. & Sagan, D., (1997). Microcosmos: Four billion years of microbial evolution. 홍욱희 역(2011). <마이크로 코스모스: 40억년에 걸친 미생물의 진화사>. 서울: 김영사

시사인 (2020, 5, 15). 코로나19 돌연변이의 모든 것.

김호민 (2020, 3, 5). 코로나바이러스-19의 구조적 특징과 침투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 전략. <기초과학연구원 코로나19 과학리포트>, 2호.

동아사이언스 (2020, 4, 7). [IBS 코로나19 리포트] '기생충'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 증식을 막는 치료 전략.

한겨레신문 (2020, 4, 11). 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감염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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