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바이러스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공부하다보니 인간이라는 개체, 바이러스라는 개체보다 더 자주 만나는 놈이 유전자다.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의 3분의 1 가량이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왔다고 믿는다. 인간의 진화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적응뿐 아니라 그 둘의 결합과 변이, 그리고 돌연변이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데, 이를 주도하는 것 역시 유전자다.
그렇게 구성된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2만 5000개. 유전자마다 개별적인 임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카지노 딜러처럼 유전자들은 끊임없이 섞고 또 섞는 과정을 거쳐 방대한 단백질 배열을 만들어내고 복사하고 전사할 뿐이라고 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인간의 마주침, 그 전쟁터 역시 유전자를 섞고, 섞는 과정의 과정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궁금한 점. 도대체 유전자는 뭐고, 유전자 하면 꼭 따라 붙는 DNA, 염색체하고는 어떤 관계야?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위 그림을 보면서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래야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들어낼 스토리에 대해 조금은 구체적인 상상도 가능한 법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세포다.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생물 시간을 기억해보면 각 세포에는 핵이 있고, 이 핵 속에 유전 정보를 담은 실타래가 있다. 이 실타래를 염색체라 부른다. 염색체는 평시에는 실처럼 늘어지게 풀어져 있는데(그래서 염색사라 부른다), 전시 상황이 되면, 그러니깐 세포가 분열되고 쪼개질 때면 똘똘 뭉쳐 염색체의 형태로 드러난다. 뭉쳐야 그 다음 스텝, 즉 분열의 스텝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거다.
똘똘 뭉친 염색체를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보면 실타래들은 매끈하고 가지런하게 있는 게 아니라 꼬아 만든 뜨개실처럼 똘똘 말려 있다. 이 긴 끈이 바로 (앞서 설명한) DNA다. DNA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끈이 나선형으로 꼬여있고, 이 두 개의 끈 사이에 사다리 모양의 막대기들이 붙어 있다.
막대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조각(블록)이 붙어 있다. 이 각각의 조각을 염기라 부르는데, 앞장에서 설명한 DNA를 구성하는 당(S), 인산(P), 염기(BASE)의 그 염기 되겠다. 전 장의 내용을 조금만 복기하자면 염기는 4종류로 구성되는데 아데인(A)조각은 티민(T) 조각하고만 결합하고, 시토신(C)조각은 구아닌(G) 조각하고만 결합하는 특징을 보인다. 케미가 맞는 특정한 짝꿍만 찾는 건데 이들 쌍을 염기쌍이라 한다.
이제 거의 다왔다. 유전자는 이 염기쌍들이 여러 개 모여 하나의 유전 정보를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한 암호 세트를 말한다. DNA는 이 암호 세트가 여러 개 연결된 것을 의미한다. DNA의 놀라운 신비는 그것이 자신을 정확하게 복제할 수 있고, 이 자기복제로 자신의 다음 세대를 만들어가며, 또 그러는 중에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DNA로 탈바꿈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자기복제와 변이의 가능성.
어떻게 자기 복제가 가능할까? 그 과정을 짧게 구경해보자. DNA 복제는 원본 DNA를 가지고 새로운 두 개의 DNA를 만드는 과정이다. 어떤 꾸러미 보고서 한 부를 두 부로 복사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묶음을 풀어 헤쳐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DNA 풀림 효소다. DNA 풀림 효소가 DNA 가운데를 지나가면 결합된 두 염기 조각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DNA는 두 가닥의 열린 지퍼 모양으로 풀리는데, 풀린 양쪽 가닥에 이번에는 복사 기능을 하는 중합효소라는 것이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떨어져나간 염기와 똑같은 염기를 다시 붙여준다. 이렇게 두 가닥의 똑같은 DNA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DNA의 자기 복제 매커니즘은 가지런하다. 원칙과 프로세스가 명징한 거다. 이제 시계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시계를 뒤로 돌려 끊임없이 자기 복제를 하는 DNA의 최초 시간으로까지 돌려보는 거다. 그 시작 점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나?
지상에 처음으로 생명의 기원이 출연한 수십 억년 전(25~39억년 전) 최초 바닷속 형성된 원시세포들.
이 세포들을 만나게 된다. 당연하게 보이지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시세포들의 DNA 분자가 2020년 우리 몸속의 DNA에 단절되지 않은 채 이어진다? 원시세포로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유물들이 우리 몸 안에 각인되어 있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상상을 하다보면 인류와 바이러스가 어쩌면 적이 아니라 공존의 관계, 같은 조상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미생물에 일정부분 빚을 지고 있는 거다.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 원시세포들만 존재하던 수십억년 전의 시간, 원시세포들이 자기 복제를 하던 그 시간을 다시 한 번 상상해보자. 처음부터 복제 매커니즘이 매끄럽지는 않았을 거다. 복제는커녕 자기보존도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을 보호할 외피의 경계(막)를 갖지도 못했을 테고, 자신의 특이성을 유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 자기를 보호할 외피와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다음 단계로 생식 능력이 생겼을 것이다. 이때 DNA보다는 불안정하지만 자기복제가 가능하고,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염기, 리보스(당), 인산으로 구성된 RNA라 불리는 첫 번째 문장이 형성되었을 테다. 이 문장에 의해 원시세포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했을 것이다.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으면서 길이도 길고 화학적으로 안정된 DNA 분자의 탄생은 여기서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였을 테다(Margulis & Sagan, 1997).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서 오늘날 모든 세포는 DNA와 RNA를 함께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과학계는 유전정보가 DNA에서 RNA로, 다시 단백질로 일방통행한다고 생각했다. 레트로바이러스와 같은 예외가 발견되고 있지만 DNA와 RNA는 단백질 합성을 인도하고, 단백질은 더 많은 염기를 만들어 정렬시킨다. 이 배치와 순환은 자기보존적이며 전이적이며 번식 능력을 부여한다(Moalem, 2007).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왜 뜬금없이 단백질인가? 그냥 심플하게 생명은 곧 단백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 머리카락, 오장육부를 구성하는 물질이며 항체 등의 호르몬을 구성하는 물질이며, 동시에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체 활동을 촉발하는 효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소화, 운동, 조절 등 생명체의 모든 특성, 모양, 기능을 구성하는 물질이 곧 단백질인 거다. 그리고 이 단백질의 종류와 함량, 그리고 특징을 규정하는 것이 DNA, RNA 구성인 거다.
요약해보자. 우리의 생명은 RNA, DNA가 그리는 설계도에 따라 구성되며, 자기복제를 특징으로 하는 이들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 보면 인류의 기원에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미생물 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 19와의 마주침은 2020년 도시 한 복판에서 원시 세계와의 마주침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몸에 공존하는 2만 5000개의 유전자 집합에서 이탈된 유전자일지도 모르고, 반역 유전자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제껏 인간이 먹고 마시고 기도하던 공존의 공간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있던 영역에서 살아가던 유전자였을 거다. 이 영역을 원시 세계라 한다면, 어떤 이유로 원시 세계에 부유하던 유전자가 우리 삶 속으로 초대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어쩌다 도시 한 복판에 원시 세계를 초대하게 된 것인가? 좀 더 나아가 원시 세계에서 초대된 바이러스가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음 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참고문헌>
Moalem. S., (2007). Survival of the Sickest. 김소영 역(2010). <아파야 산다>. 서울: 김영사
Dawkins. R., (1976). The Selfish Gene. 홍영남 역(2006). <이기적 유전자>. 서울: 을유문화사
Zimmer. C., (2012). A Planet of Viruses. 이한음 역(2013). <바이러스 행성>. 서울: 위즈덤하우스
Margulis. L. & Sagan, D., (1997). Microcosmos: Four billion years of microbial evolution. 홍욱희 역(2011). <마이크로 코스모스: 40억년에 걸친 미생물의 진화사>. 서울: 김영사
기초과학연구원 (2017, 6, 21). DNA, RNA, 염색체, 유전체 단 번에 뽀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