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웰컴투 코로나19, 인류가 전한 위험한 초대장

by 오윤

바이러스는 단백질 옷을 입은 순수한 DNA, 또는 RNA 분자다. 유일한 번식 방법은 숙주를 감염시킨 후 숙주의 세포기관을 습격하는 것. 세포 내에서 수천 번 자기복제를 거친 후에 세포벽을 뚫고 새로운 세포로 이동한다. 대부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살아있다고 보지 않는다. 숙주 없이 스스로 번식하거나 신진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Moalem, 2007/2010, p. 188). 인류가 바이러스를 알기 시작한 것은 질병과 죽음을 통해서다. 바이러스란 단어는 로마시대 뱀의 독 또는 남성의 정액을 의미했다. 창조와 파괴의 의미가 함께 베여있었(Zimmer, 2012/2013, p. 22). 시간이 흐르면서 바이러스의 의미는 창조보다 파괴로 무게중심이 기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전염병의 원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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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존재가 과학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였다. 네덜란드의 담배 농가. 담뱃잎에 반점이 생겼고 결국 말라 죽었다. 세균보다 훨씬 더 작은 미세한 병원체가 원인이었다(최강석, 2016). 그것에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후 바이러스 연구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연구의 관심은 주로 호모 사피엔스로 들어온 바이러스들이었다. 어떤 바이러스들이 동물 숙주에서 우리 종으로 진화적 도약을 하곤 했는데, 이들은 대체로 같은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왔다는 것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HIV는 침팬지에서 발견한 SIVcpz라는 바이러스에서 진화했다. SIVcpz에 처음 감염된 사람은 아마 고기를 얻기 위해 침팬지를 죽인 사냥꾼이었을 것이다. 동물 바이러스는 처음 사람과 접촉할 때 사람을 그저 과학자들이 스필오버 숙주(감염 상태가 일정 기간밖에 유지되지 못해 주기적으로 다시 감염이 이루어져야 하는 숙주)라 부르는 것으로 이용할 뿐이었다. 이 동물 바이러스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서 증식하도록 오랜 시간 적응했기에 사람에게서의 증식은 어색하고 느린 과정을 거쳤을 테고, 대개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는 전파되지 않았다. 말그대로 스필오버, 어쩌다보니 단수로서 인간에게 흘렀을 뿐이다.


5-2. HIV.png 출처 : https://www.virology.ws/2013/02/05/the-aids-pandemic/


그랬던 HIV가 인간의 몸과 몸 사이로 빈번하게 이동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HIV는 아프리카 거류지가 커지고 도로망이 숲 속 마을과 대도시를 연결함으로써 많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됨에 따라 번성했다. 어느 순간 돌연변이 중 한 놈이 인간의 몸에 옷이 딱맞는 바이러스로 진화했고, 그러면서 사람 사이에 전파하는 능력을 겸비했다. 이 전환의 과정, 그 초창기 시절에 그 누구도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HIV 바이러스가 호모사피엔스에게로 넘어온 지 6년쯤 지난 뒤인 1980년대 초에야 과학자들은 마침내 그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그것이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쯤 HIV는 우리 종에게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질병 중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Zimmer, 2012/2013, p. 119~120).


5.4. 박쥐 (시시저널).jpg 출처: 시사저널 (20, 2, 3). 인간의 탐욕이 바이러스 저수지를 깨웠다.

2002년 11월 중국의 한 농민이 고열로 입원했다 사망했다. 세계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한 사업가가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가다 비행기에서 열이 나면서였다. 비행기는 하노이에 착륙했고 사업가는 거기서 사망했다. 환자 대부분은 중국과 홍콩에서 나타났다. 병에 걸린 사람 중 약 10퍼센트는 며칠 사이에 사망했다. 어떤 의사도 본 적 없는 병이었다. 거기에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Zimmer, 2012/2013, p. 121). 과학자들은 HIV와 마찬가지로 사스 바이러스가 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부터 진화했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그랬다. 중국의 박쥐로부터 시작되었다.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중국 동물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향고양이로 넘어갔고, 그 뒤 북적이는 동물 시장을 근거지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도약할 능력을 얻었다. 중국 재래시장은 가축뿐 아니라 각종 야생동물을 현장에서 도축해 팔거나 거래하는 곳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여러 지역의 다양한 동물과 함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모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재래시장에 모이면서 바이러스 뒤섞임이 일어나고, 이 중 어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적합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신종 바이러스 이름을 얻는다.


사실 현실적으로 하나의 바이러스가 자신이 기생하던 고유한 자연 숙주를 넘어 새로운 동물 종으로 넘어가는(스필오버) 일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라고 한다. 종간 장벽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장애물인 것이다. 이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서사적 개연성과 바이러스 스스로의 자기 변신이 동시에 일어날 때만 가능하다.


여기서 질문.

어떤 서사적 개연성과 변신?


서사적 개연성은 마주침을 통해 만들어진다. 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질 방법은 없다. 기존의 자연 숙주와 새로운 숙주 간의 빈번한 접촉이 존재할 때 개연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변신 역시 마찬가지다. 또 다른 바이러스와의 뒤섞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돌연변이에 의해 강력하게 추동되곤 한다.


동물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 바이러스로 진화하는 서사적 개연성과 변신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느 경우일까? 단순하게 말하면 1)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 공간을 침범할 때, 반대로 2)야생동물이 인간의 공간을 침탈할 때 만들어진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는 일은 호모사피엔스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삶의 터전을 넓혀갔으며,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야생동물과 마주하곤 했다. 반대로 야생동물이 인간의 공간을 침탈하는 일은 자신의 서식지를 잃고 먹이가 부족해진 동물들이 먹거리를 찾아 인간이 사는 동네에 침범하거나, 인간이 생포한 동물이 도시의 시장에 전시될 때 만들어진다. 이를 푸시(PUSH) & 풀(PULL)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자가 PUSH, 후자가 PULL되겠다(최강석, 2016).


푸시 & 풀 여건 속에서도 인간을 전염시키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이러스가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산술적으로 하나의 바이러스가 최소 1개체 이상의 새로운 숙주를 찾아 감염시켜야 바이러스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 개체가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 개체수를 기본감염재생지수라 하는데 이게 1 이상이 되어야 하는 거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전염력은 강하다. 이 지수는 집단 내 개체 수가 충분히 존재하고, 집단들 사이에 접촉이 빈번할 때 높아지기 마련이다(최강석, 2016, p. 77~79). 대도시의 동물 시장이 신종 바이러스의 핵심 정거장이 되는 이유되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 역사에 있어 호모사피엔스의 밀도와 규모가 급증하던 두 번의 시기에 전염병이 크게 창궐했다.

첫 번째 시기, 인류가 유목생활을 접고 농업 정착생활을 하던 시기.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바이러스들이 가축화 단계의 동물로부터 전이되어 넘어왔다. 소에서 넘어온 홍역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시기, 글로벌화, 도시화, 1차부터 시작하여 4차까지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들끓고 있는 지금 이 시기. 실험, 확장, 탐험,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제껏 접촉이 없던 야생동물이 인간과 만나게 되거나 도시로 초대되고, 그 과정에서 이미 가축화된 다른 동물과 야생동물이 마주하면서 바이러스들이 뒤섞이게 된다. 이 중 어떤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을 넘는데 성공하여 인간의 몸으로 성큼 들어온다. 가령 가뭄과 산불로 보루네오에서 쫓겨난 과일박쥐가 말레이시아 양돈장 내 과수원을 습격하면서 인부들 사이에서 출현한 니파 바이러스가 대표적 사례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의 창궐도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고, 코로나 19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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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기보다 두 번째 시기의 전염병 창궐이 더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직조한 도시라는 무대가 종간 장벽을 넘어온 새로운 바이러스에게는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관점에서는 고맙게도 인간이라는 숙주와 접촉할 계기가 지하철, 버스, 백화점, 음식점, 오피스, 마켓 등 인간이 설계한 도시 디자인 속에서 넘치고 넘친다. 야생동물과 인간을 매개하는 소, 돼지, 양, 개, 염소, 낙타 등 가축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바이러스로서는 뒤섞임의 토양이 비옥해지고 있는 거다.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을 숙주로 삼게 되었을 때, 도시의 촘촘한 밀도와 인간의 식탐, 개인 대 개인, 도시 대 도시의 빈번한 이동, 이 이동을 손쉽게 하는 기술 문명의 발전은 전염병의 확산을 최적화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19가 불과 6개월 만에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것은 그 단적인 예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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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국면에서 개인은, 공동체는, 인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 질문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줄지 모른다. 그리하여 다음 장부터는 전염병의 역사, 위기의 시대 인류의 대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참고문헌>

Moalem. S., (2007). Survival of the Sickest. 김소영 역(2010). <아파야 산다>. 서울: 김영사

Zimmer. C., (2012). A Planet of Viruses. 이한음 역(2013). <바이러스 행성>. 서울: 위즈덤하우스

최강석 (2016). <바이러스 쇼크>. 서울: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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