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코로나19, 위기의 순간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by 오윤

위기의 순간, 사람과 사회의 진면목은 바로 이 순간에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내 스스로 크든 작든 ‘지금이 위기’의 순간이라 생각할 때 좀 더 용감하고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인위적이다. 순간적인 위기의 순간, 내 몸과 본능은 대개 그 반대로 향한다. 냉정해지고, 바보 같아지고, 한없이 쫄보, 찌질이가 되는 거다. 시간이 지나 그 순간을 돌아보면 나의 찌질함에, 이기적임에, 냉정함에 고개를 떨구게 되지만, 변명의 여지없이 그게 바로 ‘나’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 되겠다.



6-1 유퀴즈.jpg 출처 : tvn <유퀴즈온더블럭>

코로나 19를 대하는 자세. 이런 전염병이 돌면 놀라운 만큼 용감하고, 따뜻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이 있고, 따뜻하게 자신의 마음과 물질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 반면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며 전염자 수를 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며 중세의 마녀 사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돌아보면 새로운 전염병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자세는 과거와 오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누군가는 용감하고 따뜻했으며 누군가는 찌질하고 냉정했다.


나는,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

51대 49.


용감하고 따뜻한 사람이 이 사회에서 조금만 우위에 선다면 위기는 선한 변화의 계기가 될 테다. 반대로 찌질하고 분리하고 냉정한 사람이 사회의 우위에 선다면 위기는 몰락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국가, 사회, 제도는 전자의 사람들을 응원하고, 후자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인류가 전염병의 위기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그 대응의 결과와 2020년 내가 배울 게 뭐가 있는지를 추적한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저 멀리 로마시대에서부터 시작한다.

#6-2안터니우우스.jpg 출처 : The angel of death striking a door during the plague of Rome

“아침에 일어나며 살아있는 것, 숨 쉬고 사색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특권인지 생각하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고대 로마의 황제(121~180)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말이다. 그랬다. 그가 로마를 통치하던 160년대 역병이 창궐했다. 아침에 일어나 살아있는 것, 숨 쉬고 사색하고 사랑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특권인지를 매일매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던 듯 싶다. 당시 로마는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제국은 저 멀리 스콜틀랜드에서 저 멀리 시리아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그러면 뭐해? 로마에 역병이 창궐한 거다.


역병의 이름은 안토니우스 역병(Antonine Plague). 질병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절이라 어떤 종류의 질병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원인은 로마제국 그 자체였다. 제국으로서의 확장. 그 과정에서 165년 전후 메소포타미아로 원정을 나간 로마군이 바이러스와 함께 금의환향을 하면서 시작됐다.


역병이 돌때는 우유부단함은 정말 답이 없다. 다행히도 로마는 운이 좋았다. 마키아벨리아 5현제라 칭한 황제 중 마지막 인물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리더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명상록>으로 잘 알려져 있고, 절제, 자기배려, 금욕, 조화 등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을 몸소 실천하려 발버둥 친 인물 되겠다. 그의 삶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명상록의 몇 구절.

“훌륭한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어라.”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지 마라. 와야 할 것이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훌륭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뛰어난 문제해결사였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실용적인 방식으로 재빠르게 최선의 방책을 결정하고 지체 없이 실행해갔다. 물론 모든 과정과 결정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편견과 오류와 차별이 있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오류는 미신을 근간으로 한 차별이었다. 스토아철학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장신구로 치장한 채 고상한 척 거리를 배회하던 배부른 로마인들은 역병이 발생하자마자 마술을 믿고 효력이 있다는 부적을 사기 시작했다. 부적의 효력이 마땅치 않자 기독교도를 차별하고 죽이기 시작했다. 기독교도들이 올림포스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질병이 초래했다는 거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유일신을 믿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기독교인들 때문에 다른 신들이 노하여 이런 재앙이 임했다고 생각했다. 비밀 정보원을 동원해 기독교인을 잡아들이고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고문을 가한 후 짐승의 밥으로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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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오류는 타노스적 대중 문화 상품의 독려였다. 역병이 돌면 보통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력하고 더 많은 쾌락과 즐거움을 원하기 마련이다. 당시 로마의 풍경이 그랬다.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오락을 원했고,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는 대중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좀 더 강력한 오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를 원형 경기장에서 싸우게 했고, 수백 마리의 사자를 화살의 과녁으로 만들었다. 기독교도들 역시 사자에게 던져졌다.


국방 영역에서도 실책이 있었다. 전염병으로 군인들이 죽어 나가자, 그 공백을 포상금을 미끼로 한 외인 부대로 대응해갔다. 전염병이 창궐한 군대에 자원 입대할 사람은 없었고, 높은 포상금과 안정적인 직업을 쥐어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가난한 농노, 해방된 노예, 게르만족 포로, 검투사, 강도들을 입대시킨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로마 군대는 순식간에 민방위대가 되었다.


여러 실수가 있었고, 부작용이 있었지만, 역사학자들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역병의 시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이유는? 가장 중요한 걸 가장 발빠르게 해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로마 거리에 시체가 쌓이게 놓아두지 않았다. 그것은 위생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시민들의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또 국가가 먼저 시민들의 장례식 비용을 댔고, 나라 곳간이 비자 황실 재산도 매각했다. 위생, 마음, 경제 영역에서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는 발빠르게 대처했고, 단호하게 실행한 것이다.


아쉬웠던 것은, 그 역시 역병으로 죽었다는 거다. 180년의 일이었다. 설상가상 그의 후임은 로마 제국 사상 최악의 황제 중 한 명으로 불린 콤모두스였다. 콤모두스를 시작으로 후대의 리더들은 전염병에 대응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그렇게 로마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 리더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매 순간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때론 가혹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때론 터무니없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회피하거나 위험이 없는 듯이 행동하다가는 거대한 제국도 사라질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대의 역병을 상상하면서 지금 내가 2020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게된다. 적어도 지금 한국에서는 기독교도인이 질병을 초래했다고 손가락질을 당하지도 않고, 절망감에 더 많은 쾌락과 향략에 몰두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 시절에 비해 꽤 괜찮은 리더들과 시민들이 있고, 이들이 기대는 것은 정치, 미신, 종교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 정은경 본부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보다 어쩌면 지금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있다면 정은경 본부장의 이야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든다. 포털에 들어가 정은경 본부장 이름 석자를 쳐본다. 석달전도, 두달전도, 한달전도,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그는 노란 점퍼를 입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며칠 전 정은경 본부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코로나 19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했다. 새겨들을 이야기가 많다. 추천지수 100.


[인터뷰] 정은경 "국민이 백신입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2020년, 7월 3일)

https://www.nocutnews.co.kr/news/5372024


6-3 정은경.jpg 출처: <KBS 뉴스>

흘러내린 짧은 흰 머리와 노란 점퍼, 성실함과 겸손함, 믿음직한 전문성과 설명책임에 대한 최선.

“훌륭한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어라.”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명상록의 한 구절을 되새기게 된다.



<참고문헌>

Wright, J. (2017). Get Well Soon: History's Worst Plagues and the Heroes Who Fought Them. 이규원 역(2017).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서울: 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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