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김 김인종 <아주 정상적인 사람들>(마누스, 2022)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저자.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화와 치료 과정을 엮어 출판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흔, 2018)를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이 나온 6년 전도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수준은 낮다. 병으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한다. 책의 첫 문장이다.
“환청이 들리고, 환상을 보고, 자해를 하는 것만이 병은 아니다. 가벼운 감기가 몸을 아프게 하듯이, 가벼운 우울도 우리의 정신을 아프게 한다.” (p.14)
아니,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유쾌하게’ 풀어내도 되는 거야?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하지만 그 웃음 사이로 생각할 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주었던 책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홍만춘, 마누스, 2023)도 말한다. 누구든, 심지어 자신조차도 정신질환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다고. ‘정신’보다는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책의 첫 문단이다.
“처음에 난 공황이 공황인지도 몰랐고 불안이 불안인지도 몰랐다. 매일이 불안하고 너무 불안해진 나머지 까무러칠 정도가 되었지만 그게 내 정신 상태 때문에 까무러치는 것인지 아니면 내 건강 상태가 너무나 연약한 나머지 주기적으로 119구급 대원들을 괴롭히지 않으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인지는 몰랐다.” (p.16)
몸이 아프면, 심지어는 가벼운 감기에도 사람들은 병원을 쉽게 찾아가지만, 마음의 병은 알아채기도 쉽지 않고, 설령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병원으로 발걸음을 떼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주변에 알리는 건 약점이라도 잡히는 것 같아 망설이기 마련. 그렇기에 이 두 저자의 책이 귀하게 다가왔다. 마음의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편견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라고, 치료받고 꾸준히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약을 먹고 수술하면 아픈 몸이 회복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 주어서.
학생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 있는데 폭력예방이 주를 이룬다. 학교폭력예방교육, 가정폭력예방교육, 아동학대예방교육, 성폭력예방교육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에 장애인식개선교육 등을 실시한다. 직장에는 5대 법정의무교육이 있다. 성희롱예방교육과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포함한다. 바쁜 업무 시간과 겹칠 때면 교육이 달갑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귓등으로 흘려듣더라도 매해 남는 게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러한 교육은 성희롱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많든 적든) 이바지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알아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변에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도 한때 병원을 찾았고, 약까지 복용한 적이 있으니 ‘남의 일’이 아닌 거다. 이런데도 ‘마음의 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매우 낮다. 병에 걸려도 쉬쉬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하는 정신질환인 만큼 (질환을 앓고 있는) 이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미국에서 비영리기관인 정신건강가족미션 소장으로, 30년 가까이 정신질환자와 그의 가족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는 폴 김 목사도 그의 저서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마름모, 2022)에서 말한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교사나 상담사, 단체 지도자들은 필수적으로 정신건강과 그 질병들에 대한 지식과 상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p.276)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일반인들의 편견과 무지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알아채고 치료하는 데 걸림돌이 되니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과 무지는 다른 의학이나 과학 분야에 비해 지식정보 습득이 훨씬 못 미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갖는 외적인 거부감, 귀신이 들리거나 영적인 저주로 보는 종교적 무지와 선입관 그리고 자신의 병적인 상황을 인정할 수 없거나 감지할 수 없는 환자 자신, 이런 것들이 정신질환, 뇌기능장애 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길을 막고 있다. 이들 환자 커뮤니티는 사회의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봉사단체나 의료기관, 종교단체들이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의료관계자들은 이 질병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계몽과 교육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 (p.85)
이 책은 소중하다. 10년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방치해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인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여동생을 잃은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담겼다. 의사로부터 초기에 치료했으면 괜찮을 병을 키웠다는 말에 가족의 무지를 후회하고, 주변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알아채고 조언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한다. 부디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비영리기관을 운영하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이야기를 생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