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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나다 Jun 11. 2024

"OO야! 내 다리랑 바꾸자, 아빠 다리랑 바꾸자."

아빠가 울었다. 내가 본 아빠의 첫 눈물이었다.



시골에서 가장 큰 읍에 소재한 병원으로 갔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또는 밤이었던 것 같은데 외할머니는 아직도 병원이 떠나갈 듯 우는 손녀를 위해 주사를 좀 놔 달라고 사정을 했다. 아까 오자마자 주사를 두 대나 맞았는데 할머니의 부탁으로 나는 또 주사를 맞았다. 발가락 절단의 통증이 아프기도 하고 주사를 계속 맞는 것이 아프고 서럽고 억울해 또 울었다.


시골 읍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그 길로 링거를 꽂고 택시를 타고 또 이동을 했다. 외할아버지는 택시 조수석에 타고 외할머니는 뒷좌석에 나랑 같이 탔는데 나는 외할머니를 계속 때리고 아프다고 계속 울었다. 아무리 울어도 또 우니 외할아버지는 내게 울지 말라며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손에  주셨다. 평소 그리도 좋아하던 동전이었는데 나는 그 돈도 필요 없다는 식으로 집어던지며 울어댔다.






지금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더 시간이 많이 걸렸을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큰 도시인 부산의 한 병원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잠깐 자고 일어났는지 중간의 기억은 없는데 잠깐 눈을 뜬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빠를 만났다.

"OO야! 내 다리랑 바꾸자, 아빠 다리랑 바꾸자. 흑.... 흑...."

아빠가 울었다. 내가 본 아빠의 첫 눈물이었다. 내 다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그렇게나 무섭고 무섭던 아빠의 눈물을 신기한 눈으로 봤다. 우리 아빠가 울다니······. 그때는 아빠가 우는 것이 그저 놀라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는 고작 5살인 둘째 딸 오른쪽 발가락 모두를 절단해야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졌을 것이다.


꼬물거리는 예쁜 내 새끼가 조금만 다쳐도 덧나거나 흉이 질까 노심초사할 테며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언제나 조바심이 날 텐데, 잠깐 아프다 아무는 그런 흔한 상처가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될 발가락 모두 절단이라니······.


앞으로 이 어린것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어떻게 내 어린 딸이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크면서 때때로 아이가 받아야 할 상처와, 장애를 가짐으로써 괴로움을 겪어 되는 것이 믿기지 않아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내 딸이 감당해야 될 아픔과 힘겨움을 차라리 본인이 짊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빠 다리와 바꾸자며 그렇게 서럽게 우신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두 밤만 자면 데리러 온다는 그날, 아빠는 엄마에게 나를 데리러 가라고 했었고, 엄마는 일요일 오후라 목욕을 하고 집안일을 좀 챙겨 놓고 데리 오려고 했었다고 한다. 엄마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다 목욕탕으로 걸려 온 엄마를 급하게 찾는 전화를 받았고, 언니와 함께 물 뒤집어쓴 채로 옷을 갈아입고 급하게 나다고 한다. 아빠는 딸이 다쳤다는 소식만 듣고 읍으로 가서도 안 돼서 부산으로 간다는 연락을 받고 그 길로 부산으로 급하게 올라온 것이다.


어딜 어떻게 다쳤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정신없이 온 부산의 큰 병원이라는 곳의 의사에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이 딸의 발가락 절단이었으며 수술 동의서에 도저히 적기 힘든 본인 이름을 하염없이 울고  울면서 어렵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었을 것이다. 아빠가 지금까지 살면서 아마도 가장 쓰기 싫은 이름 세 글자였을 것이다.






수술 후의 나의 첫 기억은 병실에서 다리를 오므린 채로 깨어났는데 다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깨어나자마자 울었던 기억이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이모도, 엄마도 모두 다리를 펴라는데 너무 아파서 도저히 펼 수 없었다. 발가락을 절단했는데 왜 다리를 펼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또 며칠을 계속 아파서 울었던 것 같다. 그 이후는 그냥 병실에서 지냈던 기억뿐인데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아 수술한 부위가 괴사가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한 번 술대 위에 올라 오른쪽 발목까지 절단해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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